[현장 인터뷰] 연극 '레미제라블'의 묵직한 무대...유준기 연출 "인물 본성 표출에 중점"

- 연극으로 탄생된 대문호의 명작 '레미제라블'...무대를 꽉 채운 중후함 - 화려한 출연진 가세...신구 배우들 총출동

2022-08-11     서영석

인터뷰365 서영석 인터뷰어 = 세계적 문호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이 연극으로 만들어져 관객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빅토르 위고는 이 작품에서, “단테가 시에서 지옥을 그려냈다면, 나는 현실을 가지고 지옥을 만들어내려 했다”고 한다.  

마포아트센타 아트홀맥(8.5~8.15)에서 공연 중인 '레미제라블'은 추위에 떨며 굶주리는 조카들은 위해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의 감옥 생활을 하게 된 장발장의 이야기다.

전과자라는 이유만으로 모두로부터 박해를 받던 장발장은 우연히 만난 미라엘 신부의 온정을 받고 새로운 삶을 결심한다. 정체를 숨기고 마들렌이라는 새 이름으로 가난한 이들을 도우며 지내던 장발장은 운명의 여인, 팡틴과 마주치고 죽음을 눈앞에 둔 팡틴은 자신의 유일한 희망인 딸, 코제트를 장발장에게 부탁한다. 그러나 코제트를 만나기 전에 경감 자베르는 장발장의 진짜 정체를 알아차리고, 오래된 누명으로 다시 체포된 장발장은 코제트를 찾아 탈옥을 감행한다.

이 공연의 특징은 원작이 대문호의 명작임을 중후하고 대서사시적인 장면들로 여지없이 보여준다. 특히 공연의 장점으로 내로라하는 화려한 출연진을 들 수 있다. 정욱, 박웅, 임동진, 최종원, 김명수 등 방송과 영화를 오가며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배우들이 명작을 더욱 돋보이게 한다.

또 대극장 무대답게 많은 배우의 출연으로 무게감 있게 무대를 채우는 것도 볼만한 장면이다. 앞에 거론한 백전노장의 배우들과 젊은 배우들, 또 가브로슈 역의 곽진우를 비롯한 어린 코제트 역의 김지아 등 손자, 손녀뻘 되는 아역 배우들과의 앙상블 역시 깜찍하고 아기자기한 재미를 보여준다.

이 작품의 연출을 맡은 유준기는 학부에서 환경공학을 전공한 이색 경력의 소유자다. 답답한 회사생활에 염증을 느껴 평소 좋아하던 연극에 매력을 느껴 로얄씨어터의 단원으로 입단한 것이 연극과 인연을 맺은 계기가 되었다고. 기획을 담당하기도 하면서 틈틈이 연출의 경력도 쌓았단다.

“워낙 대작이라 작품의 100% 소화는 불가능하다는 열악한(?) 상황에서도 최대한 인물들의 본성 표출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대부분 관객께서 내용을 알고 계시기에, 또 대작에 걸맞게 관객들의 편안한 관람에 목표를 두기도 했습니다.”

또 그는 팸플릿의 연출 글에서 “우리 어깨에 짊어진 짐은 무엇일까요? 인간의 존엄성은 사회적 제도와 법으로 지킬 수 있는 것일까요?”라며 의문을 제시한다.

유 연출은 이 공연에서 “우리 현실 사회의 구조적, 제도적인 개혁을 말하기보다 등장하는 모든 인물을 통하여, 사회적 모순 때문에 희생된 우리를 대변하고, 스스로 파괴해 버린 인간의 존엄성을 이야기함으로써,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가 사회를 만들어 가는 도구가 아닌 인간 내면에 들어있는 자유와 평등, 사랑과 희망을 꿈꿀 수 있는 고귀한 존재임을 말하고자 합니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첫 공연을 마치고 인터뷰 자리에 마주한 유 연출은 첫 공연을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탈진한 기색이 역력함에 연민의 정이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이 공연에서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배우는 단연 자베르 역의 김명수이다. 그는 본업이 탤런트임에도 불구하고 여타의 배우들과 달리 대사가 명확히 전달되어 필자를 놀라게 했다. 물론 방송에서의 연기력은 본업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무대에서의 연기 또한 수준급임은 그의 연기력이 이제 “물이 올랐다”는 반증이 아닐 수 없다. 방송 틈틈이 무대를 외면하지 않았던 관록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주목된 또 한 명의 배우는 차분하면서도 넘치지 않는 영리한 연기를 구사하는 앙졸라 역의 장영이다. 중고 신인인 그는 용인대 연극과 2004학번이다. 막연히 대학을 가야 한다기에 얼떨결에 진학한 곳이 연극과. 용인에 있는 학교에 다니면서 1학년 때부터 대학로의 무대에 섰던 열혈파 연기자다.

하지만 예술을 한다며 가장 순수해야 할 연극인들의 언행 불일치, 연습 과정에서 말이 바뀌는 이중성에 환멸을 느껴 연극을 떠나 방송과 영화에 매진했단다. 그러나 친구와 함께 같은 무대에 오르고 싶다는 생각에 '레미제라블'에 합류했다고 말했다. 

“너무 힘들었던 대학 시절, 학교에서 먹고 자며 동고동락을 했던 친구가 있었어요. 이 공연도 그 친구 따라서 같은 무대에서 공연하고 싶어서 참여를 결심했습니다. 물론 연극은 인간에 대한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연극이 힘들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나 자신의 신념 때문에 이번 작품에 참여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연기는 평생의 직업”이라는 장영은 “인간이 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사랑에 대한 작품을 하고 싶다. 아직 미혼이기 때문에 작품에서라도 사랑에 대한 경험을 쌓고 싶다”고 말했다.

장영은 향후 계획에 대해 “힘들어도 꿋꿋하게 배우의 길을 정진하며 연기파 배우에 대한 욕심이 강하다”며 “좋은 사람으로, 좋은 배우로 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에게는 무한한 미래가 있다. 배우로서 좋은 몸매와 말끔한 마스크는 그의 노력 여하에 따라 대성의 소지가 보이는 배우임에 의심할 여지가 없다.

아역

이 공연에는 앙증맞으면서도 깜찍한 연기로 배우들은 물론 관객들에게 사랑을 받는 배우가 있다. 배곧 해솔초등학교 2학년의 아역 배우 곽진우가 그 주인공. 무대는 물론 분장실에서도 어른들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는 그에게 작품에 임하는 자세를 물어보자 “너무 재미있다”고 해맑게 웃었다.

“너무 재미있어요. 배우를 하고 싶어서 엄마를 졸라 배우학원에 다니게 되었어요. 이런 큰 작품에 엄청난 어른들과 같이 무대에 선다는 것이 영광이고 실감 나지 않아요. 장래 희망도 배우이고 죽기 전까지 배우가 하고 싶어요.”(웃음)

대극장 공연답게 스케일이나 조명 등 말끔하게 잘 정리가 되어있다. “옥에 티”라면 각색자와 연출의 디테일의 아쉬움이다. 종합예술은 배우, 스태프 등 각 분야의 예술들이 자신의 예술을 희생을 통해 하나의 작품으로 승화되어야 마땅하다.

이 공연의 제목 '레미제라블'은 원 의미가 “어려운 사람들”이다. 하지만 공연에서 처음 잠깐 서민들의 힘들어하는 장면이 나올 뿐 나머지 거의 모든 무대가 장발장에게 쏠려있다.

모든 배우는 자기 장면에서는 주인공이다. 자기 장면에서 멋지게 연기 하고 싶은 것은 배우들의 당연한 욕심이다. 하지만 이러한 연기는 작품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다른 배우들과의 앙상블에 의해 연기되어야 할 것이다.

'레미제라블'의 원제인 “불쌍한 사람들”을 외면하고 장발장에게 너무 많은 부분을 할애했음은 나무를 보면서 숲을 망각해버리는 우를 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옥에 티”가 각색자의 잘못인지 연출의 미스인지는 필자로서는 판단하기 모호했다.

또 소극장 무대에서도 버거운 배우들이 대극장의 무대에서의 연습이 미흡했다는 부분도 간과할 수 없었고 배우들의 대사 전달 미흡과 핀 마이크 사용에 대한 미숙함은 보다 철저한 연습이 요구되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안쓰러움이기도 하다. 모처럼 무대화한 대극장에의 진면목을 더욱 다듬어 훌륭하고 멋진 결실을 맺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