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현장] 신뢰로 완성된 '브로커'...고레에다 감독, "이 영화의 출발은 송강호"
- 칸 영화제서 남우주연상, 에큐메니컬 상 등 2관왕 달성...송강호 "호명 당시 잠시 패닉 상태" - 고레에다 감독, 송강호의 수상 소식에 "최고로 가장 기뻤다"
인터뷰365 김리선 기자 = "너무 과찬을 받고 있어서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이 감동을 야금야금 천천히 느끼고 싶어요. 하하"
31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브로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송강호가 유쾌하게 웃었다.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송강호에게 남우주연상을 안긴 영화 '브로커'는 배우 송강호를 비롯, 강동원, 배두나, 이지은(아이유), 이주영 등 국내 대표 배우와 일본의 명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손잡은 영화다.
송강호는 앞서 2019년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 영광에 이어 한국 남자 배우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이라는 신기록을 세웠다. 한국 배우가 칸 국제영화제에서 연기상을 받은 것은 2007년 전도연의 여우주연상('밀양') 이후 두 번째다.
송강호는 "수상 소식을 기다릴 때가 가장 피 말리는 시간이었다"며 "호명 당시 기쁘다는 감정에 앞서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몇 초간 패닉 상태에 빠진 기분이었다"며 감격스러웠던 당시를 떠올렸다.
이 영화는 베이비 박스를 둘러싸고 관계를 맺게 된 이들의 예기치 못한 여정을 담는다. 베이비 박스의 아기와 엄마, 브로커, 그리고 이들을 뒤쫓는 형사 등 저마다의 사연을 안은 인물들이 뜻밖의 계기를 통해 동행을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담았다.
고레에다 감독에게 국내 첫 연출작이기도 하다. 고레에다 감독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로 제66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데 이어, 2018년 영화 '어느 가족'으로 칸 국제영화제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수상, 칸이 사랑하는 대표적 거장으로 불린다.
영화의 출발점이었던 송강호
고레에다 감독은 처음부터 송강호를 염두에 뒀다며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한국 사회의 관심으로부터 시작됐다기보다는 송강호 배우가 이 영화의 출발이었다"고 말했다.
극 속 송강호가 맡은 '상현'은 세탁소를 운영하지만 늘 빚에 시달리는 인물로, 아기를 키울 적임자를 찾아주려는 자칭 선의의 브로커 역을 맡아 극을 이끈다.
감독은 "머릿속에서 송강호 배우가 베이비박스에서 아기를 꺼내 자상하게 안고 있지만 이 아기를 팔아버리는, 선악이 존재하는 모습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며 "이 신이 이 영화의 출발점이었다"고 말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2013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촬영 중 일본의 입양, 양부모 제도 등 다양한 취재를 하며 베이비박스를 주제로 한 작품을 떠올렸다.
그는 "생명은 보편적인 주제로, 문화의 차이를 넘어 모든 나라의 보편적으로 전달되는 주제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취재를 통해 베이비박스를 둘러싼 비판이 줄곧 어머니로 화살이 향해있더라"며 "이 상황을 둘러싸고 본질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진정한 책임은 어디에 있는 것인지 좀 더 그 문제에 대해 생각했고, 깊이 다루고 싶어서 이 이야기를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또 고레에다 감독은 영화를 끌고 가는 스토리 구조에 대해 "처음 세 가지의 어떤 박스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첫 박스는 아기가 들어가는 작은 박스, 그 다름에는 아기를 팔려고 하는 브로커가 타고 있는 차량과 그 브로커를 쫓는 형사가 타고 있는 차량을 또 하나의 박스, 선악의 경계선이 허물어진 주인공들의 관계나 심경의 변화가 담긴 사회를 세 번째의 큰 박스로 생각했다"며 "한 생명이 있는 조그만 박스가 큰 상자 속에서 축복을 받게 되는 세 가지 박스의 변화를 다뤄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송강호의 수상 소식에 "최고로 가장 기뻤다"
고레에다 감독은 이 영화로 인간 존재를 깊이 있게 성찰한 예술적 성취가 돋보이는 영화에게 수여되는 '에큐메니컬 상'을 수상했다. 2013년 자신의 아이가 친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듣게 된 한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린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 이어 두 번째 수상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고레에다 감독은 송강호의 수상 소식을 듣고 "최고로 가장 기뻤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상을 받으면 순수하게 제 작품에 대해 기쁨을 누리지 못하는 성격인데, 제가 연출했던 영화에서 배우가 인정받으면 가장 기쁘다"며 "일본 언론 관계자들도 저를 보고 영화제에서 봤던 평소 모습보다 더 즐거워 보인다고 말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뭔가를 했다기보다는 송강호 배우가 그동안 이뤄냈던 성과"라며 성과의 공을 송강호로 돌렸다.
고레에다 감독은 "송강호 배우가 아직 상을 못 받았었나 생각이 들었다. 아마 한국 관객들도 비슷한 느낌이었을 것"이라며 "송강호 배우가 봉준호('기생충'), 이창동('밀양'), 박찬욱('박쥐') 감독의 영화에서 상을 받았어도 이상하지 않았을 텐데 제 작품에서 상을 받아서 죄송스럽고 송구한 마음"이라고 겸손해했다.
고레에다-송강호, 언어 장벽 뛰어넘은 신뢰
출연진들이 모두 한국 배우였지만, 적극적인 소통을 통한 상호 간의 신뢰는 언어 장벽을 뛰어넘는 힘을 발휘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제가 한국어를 모르기 때문에 배우들도 불안감을 느꼈겠지만, 이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의견 교환을 하며 가능한 소통을 많이 하려 했다"고 말했다. 그는 촬영 전 손편지를 통해 배우들에게 마음을 전했고, 현장에서도 밀도 있게 소통하려 애썼다고. 고레에다 감독은 이 과정에서 송강호가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송강호 배우가 촬영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매일 편집본을 꼼꼼히 봐주고 단어의 뉘앙스에 대해 피드백을 많이 해줬다. 신뢰를 갖고 의지했다"며 "큰 도움을 받았기에 불안감을 극복하고 끝까지 완성할 수 있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에 송강호는 "큰 도움을 드린 것 같지 않은데 감독님이 크게 말씀해 주셔서 난감하다"고 머쓱해 했다.
송강호는 "감독님이 한국어의 묘한 뉘앙스나 단어, 발음 등 디테일은 잘 모르실 수밖에 없다. 이는 어쩔 수가 없는 부분"이라며 "첫 리딩부터 배우들이 많은 얘기를 해주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 저도 결례가 될 수 있으니 편집본을 보고 얘기 드려도 되냐고 여쭤봤더니 (그렇게 하길) 바란다"고 흔쾌히 말씀 주셨다. 뉘앙스나 단어가 잘못된 부분에 대해 조언을 해드렸던 것뿐"이라고 말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촬영 당시를 회상하며 "즐거운 추억만 남아있을 정도로 순조롭게 촬영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가장 어려웠던 촬영 신으로 기차 속 대화신을 꼽으며 "기차신을 달리는 KTX(강릉-서울행) 내부에서 촬영했다"며 "터널에 들어가는 타이밍과 나오는 타이밍에 상현(송강호)과 소영(이지은)의 대화신을 찍기 위해 스톱워치로 재며 수십 초로 나눠서 찍어야했다"고 말했다.
극 속 ‘상현’의 파트너 ‘동수’ 역에는 강동원, 엄마 ‘소영’ 역에는 이지은, 브로커들의 여정을 쫓는 형사 ‘수진’ 역에 배두나, ‘수진’을 믿고 따르는 후배로 ‘이형사’ 역 이주영 등이 호흡을 맞췄다. '브로커'는 6월 8일 개봉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