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인터뷰] 이보다 더 앙증맞을 수 있을까, 연극 '향인'...'열정' 신인들의 무대
- 전기광 연출 "인간의 고귀함에 대한 이야기"....황금만능에 찌든 세태 녹여
인터뷰365 서영석 인터뷰어 = 동면에서 만물이 깨어나듯 대학로에도 오랜 잠에서 깨어나 제법 쏠쏠하게 공연이 줄을 잇는다. 막 겨울에서 벗어나 봄을 맞이하듯이 풋풋한 신인들이 또 하나의 공연, 귀엽다를 넘어서 깨물어 주고 싶은 앙증맞은 공연이 막을 올렸다. ‘극단 불’과 드림시어터 소극장이 제공하는 ‘향인’이 4월 7일부터 4월 17일까지 공연을 한다.
작품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아름다운 향기를 지닌 사람들의 이야기지만 줄거리는 엉뚱하다.
’이 공간 안에서 한 달을 버티며 미션을 수행하면 총 30억, 6명의 참가자에게 각 5억씩 주어진다’는 좀 황당한, 어쩌면 ‘오징어게임’을 연상케 하는 작품이다.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공간에서 각기 다른 참가자들, 변호사, 공시 취준생 등이 함께 생활하면서 단 1명의 낙오자도 없이 게임을 성공해야만 한다. 한정된 공간에서 오직 서로 간의 소통에만 기대어 미션을 성공해야 하는데, 각기 독특한 가치관을 지닌 이들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황금만능에 찌든 세태를 교묘하게 비틀어 공동 창작으로 만든 작품이다.
“세상은 감옥이지요. 철창만 없다 뿐이지 환경과 현실에 부대껴 자기 마음대로 세상을 활보할 순 없잖아요? 급변해가는 세상에서도 변하지 않는,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인간의 고귀함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연출자 전기광)
출연자 면면을 보면 거의 연극 초보자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몇몇 개의 공연 참가로 입문의 딱지는 벗었지만 연극에 대한 열정만 있지 기교나 연기 면에서는 아직 보완해야 하는 부분들이 눈에 뜨였다.
무대에서 서면 모두 배우일까? 단연코 아니다. 나이50이 넘어선 연기자들 중 자신은 배우라고 착각할지 모르지만 아직 그 근처까지도 가지 못한 연기자들이 허다하다. 그런 배우 같지 않은 배우, 연출가들이 말은 더 많고 자기가 대단한 양 후배들만 보면 일장 설교를 빼놓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 중에서도 필자의 눈길을 잡는 배우들이 있었다. 광식 역의 배우 김재한이 자기 역에 충실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공시 취준생 역을 맡은 그는 소심한 배역을 차분하게 또 격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세밀하게 배역을 소화했다. 연기자로서 좋은 외형과 자질을 지니고 있어 장래가 기대되는 배우다.
김재한은 이 작품에 대한 소개를 부탁하자, “현재를 살아가는 젊은이로써 나아가야 할 방향성 제시가 아닌가 합니다”며 “공동체 생활에서의 옮고 그름을 떠나 서로 공존하며 배려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아직 많이 서투르다. 하지만 그가 지닌 여러 가지 요인들은 그의 앞날에 많은 발전을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 한 명의 배우, 김민정은 끼가 너무 넘쳐 오히려 자제가 필요한 배우라는 느낌이다. 전 연출은 그녀를 ‘연기의 천재’라 부른다. 그가 무대에서 보여주는 끼와 열정은 거의 천재에 가깝단다.
연극에 입문한 동기도 특이하다. 아나운서 출신의 어머니의 권유로 연극에 발을 디뎌 그 매력에 흠뻑 빠졌다고 한다. 지금까지 공연을 하면서 수입이 있냐는 질문에 해맑게 웃기만 한다. 출연료는 못 받아도 무대에 설 수 있는 것만으로도 무한한 감사라고 말한다.
“열심히 노력해서 정통극에 도전해 보고 싶어요. 공부 빼놓고는 마음먹은 것은 끝까지 해내고야 마는 성격이라 언젠가는 가능하리라 믿습니다. 또 배역에 대한 욕심도 많고요. 저는 이 작품의 제목처럼 향기 나는 사람이자 따듯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항상 진정성 있는 배우가 되기위해 긴장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김민정 뿐 아니라 모든 배우들에게 열정만은 대학로의 누구에게도 지지 않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향인’에 출연하는 배우들, 이들의 공연은 문자 그대로 싱그러움과 풋풋함이다. 이들에게 완숙한 연기를 기대함은 무리일 것이다. 노련한 연기자들에 조금은 식상했을 관객들에게 이들은 뜨거운 열정과 익지 않은 신선함을 제공할 것이다.
대학로에 봄을 치장하는 개나리가 만발했다. 봄의 전령으로 잠깐 피었다 사라지는 개나리지만 겨울을 이겨 낸 이들에게는 무엇 보다 아름다운 꽃이리라. ‘향인’에 출연하는 배우들에게 봄날의 개나리처럼 잠깐 화사함을 드러내고 사라져버리는 개나리 보다 좀 더 진득하게 무대를 지켜줄 것을 당부해 본다.
출연에 김미승, 채주원, 윤지혜, 이소연, 김재한, 임서현(이소연, 임서현 더블), 김민정이다. 대학로 드림시어터. 4월7~17. 평일 8시, 주말 3시 공연.
/사진=서영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