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인터뷰] 연극 '그 여인이 잠들기 전에', 연기 대가(大家)들의 각축장
- 원로작가 김영무 작, 송훈상 연출...도심의 공원 찾은 은퇴한 노인들의 이야기 - 송수영, 강희영, 김영, 정이주 등 관록의 배우들이 펼치는 연기 대결 볼거리 - 송훈상 연출 "연기의 대가들이라 연출 수월"
인터뷰365 서영석 인터뷰어 = 봄비가 촉촉이 내리는 대학로에는 개나리가 활짝 꽃망울을 틔웠다. 봄이 오긴 온 것 같다. 봄을 맞이하며 대학로에 또 하나의 볼만한 공연이 막을 올린다. 3월 30일부터 4월 3일까지 공연하는 기간이 아주 짧은 공연이다. 노익장을 뽐내는 원로작가 김영무의 '그 여인이 잠들기 전에'(송훈상 연출)이 그것이다. 송훈상 연출은 금년에만 벌써 3번째 공연의 연출을 맡은 다작품의 감독이다.
작품은 도심의 공원에서 벌어지는 일상이 배경이다. 도심의 공원은 현역을 은퇴한 노인들의 모임 장소이다. 교육자, 공무원, 형사 출신들의 다양한 직업군의 노인들이 공원의 벤치에 모여 잡담을 나누기도 하고 지난날을 소회하기도 한다.
무대도 간단하다. 배경막은 공원임을 암시하고 세트는 딸랑 벤치 2개뿐이다. 지극히 단순한 무대이지만 대학로의 연극무대에서 잔뼈가 굻은 송수영을 비롯해 강희영, 김영, 정이주 등 관록의 배우들이 무대를 메운다.
남자들만의 공원 벤치에 묘령의 배 여사(정이주 분)가 등장하면서 무대는 격랑으로 휘몰아친다. 올 때마다 항상 같은 자리(벤치)에 앉아서 다소곳이 누군가의 스웨터를 뜨는 그녀는 공원을 찾는 모든 노인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특히 형사 은퇴자인 우 씨(김영 분)는 그녀와의 하룻밤을 잊지 못하고 그녀에게 청혼을 하지만 배 여사의 하룻밤은 가끔 그녀의 생활 패턴이라 우 씨의 청혼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배 여사는 과거 남편의 폭정에 배겨내지 못하고 어린 자식을 버린 아픈 과거의 소유자이다. 물장사로 돈을 번 배 여사에게 며느리(현수현 분)가 찾아와 이혼을 통보하자 그녀는 이혼보다는 장사 해 볼 것을 권하며 자금을 밀어주기로 약속을 한다. 하지만 며느리는 사업자금을 들고 머나먼 이국으로 도망을 친다.
그녀에게 애타는 마음을 품은 우 씨에게 이 씨(송수영 분)가 가끔 늦은 밤 잠들기 전에 남자를 침실로 끌어들이는 그녀의 행실을 알리며 결혼 포기를 종용하자 우 씨는 절망에 빠진다.
공원을 찾던 노인들이 하나씩 세상을 등지며 공원은 한가하게 변모한다. 가끔씩 배 여사의 아들(이윤상 분)이 찾아와 자신을 버린 이유를 다그친다. 과연 그녀가 한시도 손을 놓지 않고 정성을 들이며 짜는 스웨터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이 공연은 관록의 배우들의 각축장이다. 그들의 피 튀기는 연기 대결이 볼만한 공연이다. 연출을 맡은 송훈상은 “워낙 연기의 대가들이라 연출하기가 너무 쉽다”며 공연의 자신감을 드러낸다.
노련한 연기자 송수영은 칠순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대사에 대한 거부감도 없고 왕성한 에너지로 무대를 압도한다. 여기에 칠순을 바라보는 재주꾼 우 씨, 김영의 감칠맛 나는 연기로 연극적 재미를 구사하고 배 여사의 칼칼한 연기가 무대의 균형을 잡아준다. 어느 배역 하나 흠잡기 어려운 앙상블이다.
아들 역을 맡은 이윤상(1967년생)은 고등학생 때부터 연극에 입문한 중고참으로 다른 공연에서는 거의 타이틀을 맡을 나이지만 이 공연에서는 거의 막내에 가깝다.
1986년 '신의 외출'로 데뷔한 그는 “이 공연은 모정, 엄마와 아들과의 관계”라며 ”자식을 버릴 수밖에 없었던 여자이지만 그녀도 역시 엄마다. 모정은 인간의 영원한 아름다움의 표상”이라며 작품을 설명했다.
이어 “이 공연에서 남자들 중 막내이다 보니 선배님들한테 많은 걸 배워서 좋다. 최선을 다해 연구하는 진솔한 배우가 되고 싶다”며 공연에 임하는 자세를 밝혔다.
또 한 명의 배우 현수현은 성악도 출신이다. 성악이 전공이어서 그런지 대사가 맑고 투명하다.
“요즘 이런 공연이 드물잖아요. 그저 관객들의 취향에 아부하는 로맨틱 코미디가 범람하는 대학로에서 진솔한 공연을 찾기란 쉽지 않아요. 또 기라성 같은 선배님들과의 공연이라 바로 출연을 결심했어요. 제가 맡은 역은 황금만능에 찌든 사기성이 다분한 역이라 성격 구축에도 어렵지 않아 즐겁게 공연에 임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 공연에 대해 '한마디로 모성'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는 공연이기도 하다. 80분 공연이 절대 지루하지 않을 것"이라며 자신 있게 답했다.
모처럼 대학로에 재미와 감동의 공연이 막을 올렸다. 송수영, 강희영, 김영, 정이주, 김대환, 이윤상, 김현숙, 현수현이 출연한다. 대학로 아름다운극장에서 4월 3일까지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