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열의 시·그림과 함께 떠나는 우주여행] 달맞이꽃 (14)
인터뷰365 하정열 칼럼니스트 = 고요의 바다 지역에 건설된 달의 우주기지에 도착하니 제일 먼저 달맞이꽃이 우리를 반긴다. 한국우주기지를 완공한 후 우리나라 달밝골에서 옮겨심은 꽃이다. 달맞이꽃은 동경과 염원의 꽃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달맞이꽃을 보며 연인과의 헌신적인 사랑을 꿈꾸었다. 그렇게 달은 우리에게 꿈을 주고 사랑을 주었다.
그러나 서양과 동양은 달에 대한 인식이 조금 다르다. 동양에서는 보름달이 뜨면 소원을 빌지만, 서양에서는 늑대인간이 돌아다닌다든지 광기가 발동한다는지 하는 공포, 불안 등을 상징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남매가 해와 달이 되었다는 ‘해님달님’ 이야기가 전해오지만, 그리스와 로마신화에서는 아르테미스의 달의 여신과 아폴론의 태양의 신이 등장한다.
달을 소재로한 음악은 아무래도 베토벤의 ‘월광곡(Moonlight Sonata)’이 제일 먼저 떠오를 것이다. 최근의 노래로는 톱로더의 ‘Dancing in the Moonlight(댄싱 인 더 문라이트)’, 프롬의 ‘달의 뒤편으로 와요’, 케이 밸러드의 달콤한 재즈 곡인 ‘Fly me to the moon’(플라이 미 투 더 문) 등이 떠오른다.
달을 주제로한 우리나라의 가요는 행상을 나가 오래도록 돌아오지 않는 남편의 무사안녕을 달에게 기원하는 백제시대의 ‘정읍사’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래가요인 ‘달타령’이 있다. 동요로는 ‘달 달 무슨 달 쟁반같이 둥근달’로 시작하는 권길상 곡의 ‘달’이 압권이다. 소설로는 윌리암 서머셑의 ‘달과 식스 펜스’ 등이 가장 인상적이다.
시인들은 달을 보며 즐겨 노래했는데, 이태백의 ‘월하독작(月下獨酌)’이 그 중 가장 빼어난 시라고 생각한다. 그가 중국의 양쯔강 동정호에서 술을 마시고 뱃놀이를 하다가 물에 비친 달을 잡기 위해 물에 빠져 죽었다는 설화에서 유인된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는 지금도 즐겨 불러지는 우리나라의 민요다. 한국의 시인으로는 박목월 시인의 ‘달’과 ‘나그네’가 맛깔스럽다.
달을 소재로한 예술작품은 셀 수 없이 많지만, 김환기의 달항아리는 우리 민족의 정서를 그득 담은 예술작품이며, 이중섭이 사랑하는 가족을 보고싶은 마음을 담아 그린 ‘달과 까마귀’는 매우 인상적인 작품이다. 우주화가인 나도 우주작품을 그릴 때 달은 빼놓을 수 없는 단골 소재이며, 해와 달과 별을 그림에 조화롭게 활용하고 있다.
우리는 지역과 동네 이름에 월전리, 달밝골, 달동네 등을 많이 사용했는데, 달밝골은 은하수가 쏟아지고 달이 제일 밝게 비치는 산골지역을, 달동네란 앞에서 설명한대로 달과 가까운 높은 동네를 정감 있게 표현한 말이다.
우주기지의 커피숍에는 김환기화백의 달항아리 그림이 걸려 있고, 베토벤의 월광곡이 은은히 흐른다. 우주과학의 발달로 계수나무 밑에서 절구 떡방아를 찧는 옥토끼에 대한 환상은 깨어졌지만, 우주기지에서는 달의 돌로 만든 옥토끼의 기념품을 살 수 있다.
달여행 첫날은 미국의 우주비행사 암스트롱이 아폴로11호를 타고 달에 첫발을 내디디며 “사람의 작은 한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다”라고 외쳤던 고요의 바다를 둘러볼 것이다.
둘째날은 중국의 창어4호가 착륙한 달 뒷면의 ‘에이튼분지’에 세워진 우주기지를 돌아보며 달의 기원에 대해 알아볼 것이다.
셋째날은 인간의 달 진출역사를 전시한 달박물관을 돌아본 후, 맨틀 마그마에서 형성된 감람석과 휘석 등 달에서 나는 보석의 가공공장에서 달나라에 진출한 기업들의 예술작품들을 감상할 것이다.
인간들이 달에 거주를 시작한 후 하나의 달문명을 이룬 지역을 천천히 여행하면서 달맞이꽃의 의미를 되새기며, 그대의 향기를 사랑으로 새기고 싶다.
달맞이꽃
낯익은 밤을 거쳐
또 다른 밤으로 이어질 때
풋풋한 하늘 위에 뜬 영혼을
이고 사는 외로움
내 연인 같은
새벽달 한 자락만 뿌려도
내안에 그대 향기 남기려
달빛에 열리는 풀꽃 하나
당신과 나의 사랑
달맞이꽃
달빛처럼 등에 업고 걸었던 그대
저문 들길에 서서 기다리는 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