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조선형사 홍윤식] 경성(京城)에 ‘샤아록 호움즈’가 나타났다!
[연극 조선형사 홍윤식] 경성(京城)에 ‘샤아록 호움즈’가 나타났다!
  • 홍경희
  • 승인 2007.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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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고,미스테리,코믹 수사극 / 홍경희


[인터뷰365 홍경희] 소화 8년(1933년) 봄,

경성 죽첨정(서울 충정로)에서 살해된 갓난아기의 머리통이 발견되다!!


연극 <조선형사 홍윤식>은 이 1933년 <신동아 7월호>에 실린 기사 ‘단두유아사건의 전모’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이야기다. 신드롬이라고 할 만큼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들이 각 장르에서 각광받고 있다. 영화 <모던보이><라듸오 데이즈><기담>을 비롯하여 드라마 <경성스캔들>까지 1930년대의 시대상을 다각도로 조명한 복고 작품들이 속속들이 나오는 가운데서도 연극 <조선형사 홍윤식>은 유독 돗보인다.


유성기, 유성영화, 라디오 등이 보급되어 가며 ‘모-단(modern)'한 문물들이 싹을 틔워가던 당시의 경성 한복판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 연극의 각본을 쓴 작가 성기웅은 ‘모-단하지 않은 것들과 모-단한 것들의 점이지대에 서있는 조선형사 홍윤식’을 우리네 할아버지, 할머니를 그려나가듯 경쾌한 필치로 선명하게 펼쳐 보인다.


또한 극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쓰는 일본어가 섞인 말투, 복장, 관습 등은 관객들을 1930년대의 일상 속으로 초대하고 있다. 이야기는 이렇다.

소화 8년(1933년) 5월 16일 아침, 경성 죽첨정(서울 충정로)의 금화장 고갯길에서 잘려진 아기의 머리통이 발견되는 엽기적인 사건이 일어나자, 평소 안정된 치안을 자랑해오던 일본 경찰은 근대적이고도 과학적인 수사를 표방하며 즉각 적극적인 수사에 나선다. 그리고 경성제국대학 의학부 법의학분실은 사체 발견 시로부터 10시간 이내에 살아있는 남자아이가 살해된 것이며, 그 머리 속의 뇌수가 날카로운 도구로 파여져 있다는 감정 결과를 발표한다.


서대문 경찰서 수사1반에는 마침 내지(일본)으로부터 조선인 형사 홍윤식이 새로 부임해오고, 이노우에 수사반장은 뛰어난 일본어 실력과 명석한 두뇌를 갖춘 홍윤식을 반긴다. 간질이나 등창에 걸린 병자에게 어린 아기의 골을 먹이면 좋다는 속설로 인해 벌어진 사건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수사는 난항에 난항을 거듭한다. 경찰은 하층민들을 상대로 마구잡이식 수사를 벌이지만, 경성의 끄트머리인 서대문밖 일대에는 행정적으로 통제가 되지 않는 하층민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 드러날 뿐이다. 또 끌려온 조선인 용의자들과 일본인 경찰 사이에는 서로 말이 통하지 않기에 혼란이 극에 달한다.


그런 가운데 홍윤식은 현미경을 동원한 주도면밀한 수사 끝에 사체가 담겨있던 봉투의 출처를 알아내고 홀로 외로운 수사를 이어간다. 한편 또 다른 형사 임정구는 머리가 좀 모자라거나 혹은 좀 이상한 용의자 뻐꾸기를 범인이라 및고 그를 닦달한다. 그러나 뻐꾸기가 아기 몸뚱아리를 묻었다며 알려주는 곳에서는 엉뚱한 물건들이 나올 뿐이다.


사건 발생 아흐레째. 미궁 속에 빠져버린 경찰의 수사를 질책하는 여론이 높아져가는 가운데, 이노우에 반장은 홍윤식과 임정구에게 미덥지 못한 실마리라도 끝까지 물고 늘어져 확인할 것을 지시한다. 그에 따라 다음날 홍윤식의 일행과 임정구의 일행은 근처의 염리 공동묘지로 각기 떠나고 이번 사건을 잘 해결함으로써 내지로 전근해 가기를 소망하는 수사반장 이노우에, 조선에 온 지 어언 10년이 되어가는 형사 같이 않은 형사 노마, 아버지가 일본인인 혼혈이지만 조선인 어머니 밑에서 조선인으로 자라나야했던 임정구, 몇년만에 돌아온 고향 조선의 현실에 답답함을 느끼게 되는 홍윤식. 이렇게 네 명의 수사반원이 맞닥뜨리는 예사롭지 않은 사건들이, 수사반에서 사환으로 일하며 그들을 지켜보는 소녀 마리아의 입을 통해 전해진다. 과연 아기의 목을 베고 골을 빼내간 범인은 누구인가? 누가 이 사건을 해결하게 될 것인가? 아기의 나머지 몸뚱아리는 어디에 있는가?


극 중 경찰서 말단 사환으로 등장하는 손말희(일명 마리아)의 나레이션으로 시작과 끝을 맺는 이 작품은 한편의 추리소설을 읽고 난 듯한 여운을 남긴다. 옛스러운 말투와 시대상을 완벽히 재연한 무대, 빠른 극의 전개로 작품 속으로의 몰입이 이루어지면서 관객들은 타임머신을 탄 듯, ‘조선의 샤아록 호움즈 홍윤식’과 직접 만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미스테리 수사물을 표방한 공연들과 차별화된 시대와 배경에서 탄생한 극의 요소들, 즉 서울 지방 방언을 살린 말투, 현미경과 혈액형 검사가 등장하기 시작한 수사 과정 등은 웃음을 유발하며 개성있는 장르 연극의 부활을 예고한다.


연출가 김재엽은 <조선형사 홍윤식>을 통해 “일제치하 한국사회에 접근하여 우리의 근대성에 대한 일상적이면서도 진지한 탐색을 시도하고자 한다”며 “근대적인 양식과 전근대적인 관습이 혼재하던 1930년대의 한 페이지를 들춰보면서 21세기를 살고 있는 우리가 직면한 혼돈의 전조를 되짚어 보려 한다”고 밝혔다.



올 여름, 꼭 보라고 추천할 만한 작품이다. 9월2일까지. 대학로 문화공간 <이다 2관> 문의 02)762-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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