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도 바다도 푸른 섬 청산도의 봄
산도 바다도 푸른 섬 청산도의 봄
  • 오영상
  • 승인 2008.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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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유의 문화 간직한 서편제의 현장 / 오영상



[인터뷰365 오영상] <그 섬에 가고 싶다> 영화의 제목처럼 가고 싶은 섬이 있었다. 산도 바다도 하늘도 온통 푸른 섬, 청산도다. 역마살을 타고 났는지 영화 서편제’이후 가보지 못한 청산도를 꼭 가보고 싶어 몇 번이나 별렀다. 그러다가 TV 드라마 ‘봄의 왈츠’를 보고는 좀이 쑤셔 안절부절못했다. 이왕에 늦었으니 최고의 볼거리를 위해 유채꽃이 피기를 기다리다 드디어 기회가 왔다.



완도항 여객터미널을 떠난 고속카페리호가 40여 분 만에 방파제 좌우 끝에 흰색과 붉은색 등대가 지키는 청산도 도청리 선착장에 도착했다. 벌써부터 유채꽃이 희끗희끗 시야에 들어왔다. 이미 인터넷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여행기를 읽었기 때문에 여러 차례 다녀간 곳 같은 친근감이 앞섰다. 완도항에서 이곳까지 걸리는 시간이 4, 50분으로 제각각 다르기 때문에 배가 출항하자마자 스톱워치를 눌렀다. 꼭 내손으로 정확한 시간을 확인하겠노라고 부질없는 시도를 했다. 그러나 완도읍에 생필품을 사러 나온 한 주민이 “여그가 소모도고, 저그가 대모도여. 그라고 쩌그가 바로...”하는 친절한 설명에 그만 정확한 시간을 놓쳐버렸다.





청산도는 동쪽으로 여수 거문도, 서쪽으로 소안도, 그리고 남쪽으로는 제주도가 있다. 여서도 등 유인도 5개소와 무인도 9개소의 부속도서가 있다. 1981년 12월 23일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지정과 함께 이곳도 국립공원이 됐다. 개인택시로 섬 일주를 하기로 했다. 출발 전부터 머릿속에는 온통 유봉(김명곤 분)과 송화(오정해 분),동호(김규철 분)가 진도아리랑을 부르며 걸어오던 돌담길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왼쪽에는 청보리, 오른쪽에는 노란 유채꽃이 펼쳐진 영화사상 유례없는 긴 장면이 머릿속을 스친다. 청산도의 돌담길은 영화보다 훨씬 멋진 모습이다. 추수를 끝낸 삭막한 영화 장면보다 보리와 마늘의 푸른색과 유채의 노란색이 어우러진 모습이 더할 나위없는 장관이다. 바닷바람에 어디선가 진도아리랑 가락이 구성지게 들려오는 것 같다.





아리아리랑 서리서리랑 아라리가났네 에으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서산에 지는 해는 지고 싶어서 지느냐
날두고 가는 님은 가고 싶어서 가느냐
만경창파에 두둥둥 뜬 배
어기여차 어야 뒤어라 노를 저어라



돌담길 오른쪽 끝에는 이국적인 TV 드라마 ‘봄의 왈츠’세트가 보인다. 이런 절경에 또 무슨 펜션이냐고 혀를 차던 관광객들이 이내 설명을 듣고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한 청산도에 온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눈치다. 서편제기념관도 초가집으로 세 동이 신축됐다. 유채밭에 가초분도 눈에 띈다. 섬지방인 이곳은 초분(草墳)이라는 전통 장례풍속이 아직도 남아 있다. 시신을 매장하지 않고 짚과 풀로 덮어 3년이 지난 뒤 뼈만 거둬 안장하는 풍속이다.





청산도에는 2천 6백여 명의 주민이 산다는 말을 확인시켜 주듯이 발아래 당리 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각양각색의 기와, 함석, 슬레이트 지붕이 다닥다닥 보기 좋게 취락을 이루고 있다. 좁은 농토에서 겨울에는 보리와 마늘, 유채 밭을 일구고, 봄에는 물을 가두기 위해 구들장 논을 손이 터져라 우직하게 만들어 나간 것이다. 조상대대로 말없이 고향을 지켜온 이들의 삶이 오늘날의 아름다운 청산도를 만들었을 것이다.





청산도를 섬주민들은 크게 동부와 서부로 나뉘어 부른다. 중앙부에는 청룡공원이 있다. 봄의 왈츠’에서 남녀주인공의 어린 시절을 그린 모습이다. 아름드리 당산나무 아래 돌탑과 간단한 세트가 그대로 남아 있다.



읍리에는 선돌과 함께 거석문화를 대표하는 고인돌 유적지가 있다. 청산도에는 밭모퉁이 이곳저곳에 고인돌이 듬성듬성 놓여 있다. 고인돌 주변에는 울타리가 있다. 남도에는 이 같은 대규모 고인돌 유적지가 많다. 고대문화를 접할 수 있는 고인돌이 청산도에도 있다는 것은 문화유적 탐방 장소로서도 한 몫 한다는 점에서 여간 다행이 아니다. 그곳에는 보기 드문 하마비도 있었다. 조선시대 종묘 및 궐문 앞 같은 요소에 세워진 하마비는 말을 타고 지나가는 사람은 누구든지 말에서 내려야 한다는 표시다. 왕릉을 비롯한 고관들의 능, 사찰, 향교 앞에 세워진다. 아마 섬인 이곳에까지 하마비가 세워진 것을 미루어볼 때 향교가 있었지 않나 추정된다.





읍리를 통과하는 도로를 따라 동쪽으로 향하면 신흥해수욕장이 있다. 조수간만의 차에 따라 널따란 모래사장이 나타난다. 물이 들면 완전히 잠기는 그런 해수욕장이다. 시계 반대방향으로 길을 가면 이내 상산포 해돋이 명소가 나온다. 대봉산 산길을 돌아 다시 서쪽으로 가면 지리해수욕장을 만날 수 있다. 좁은 농로에서도 속도를 내던 청산도개인택시가 갑자기 쉬엄쉬엄 고개를 넘는다. 이미 뱃길은 4시30분에 끊겨버렸기 때문이다. 비수기에는 1일 4회만 운행한다.





지리해수욕장은 폭 100m, 길이 1km의 백사장도 아름답지만 200여 년 된 노송 숲이 여름철 피서지로 각광을 받기에 충분하다. 청산도가 봄뿐만 아니라 여름철에도 인기를 끄는 이유다. 더구나 이곳은 일몰이 유명한 곳이다. 중국에서 몰려오는 황사 탓인지 석양이 채 바다로 잠기기 전에 짙은 안개가 가려버렸다. 아쉽지만 여름 볼거리를 남겨두었다고 자위하며 청산도를 뒤로 했다. 가고 싶은 곳은 가야 한다. 서편제’와 ‘봄의 왈츠’가 부르는 청산도의 봄은 오래도록 추억여행으로 기억될 것 같다.




■ 국립공원관리공단 홍보실 오영상(oyss@knps.or.kr) 특별기고



○ 교통정보
<1>자가용
* 경부고속도로 : 서울TG-광산IC-완도-청산카페리호(승용차 도선료 왕복 42,000원)
* 서해안고속도로 : 서서울TG-목포IC-영산호-해남-완도-청산카페리호(승용차 도선료 왕복 42,000원)
<2>버스 이용시
* 서울호남선터미널-완도(5시간30분)-청산카페리호(승선료 편도 5,800원)
* 서울호남선터미널-광주(3시간40분)-완도(2시간30분)-청산카페리호(승선료 편도 5,800원)
<3>KTX 이용시 * 용산역-목포역(3시간10분)-완도(버스 : 2시간)-청산카페리호(승선료 편도 5,800원)

○ 탐방정보
* 국립공원관리공단다도해상사무소(061-554-5474)
* 완도군 문화관광과(061-550-5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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