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목 하나가 100만 관객 좌우한다
영화제목 하나가 100만 관객 좌우한다
  • 채윤희
  • 승인 2008.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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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비가 엇갈린 영화제목에 얽힌 비화 / 채윤희



[인터뷰365 채윤희] “제목이 100만이야!” 충무로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영화 제목이 좋으면 관객 100만 명이 저절로 들어온다는 얘기다. 전혀 근거 없는 말은 아니다. 영화들의 성공에는 제목이 주는 느낌도 한몫 단단히 했음이 틀림없다.



<태극기 휘날리며>, <너는 내 운명>, <웰컴 투 동막골>, <미녀는 괴로워>, <왕의 남자>, <친절한 금자씨>등의 제목들이 영화의 성격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제목으로 손꼽힌다. 때문에 이런 영화들은 곳곳에서 패러디되어 좋은 제목의 위력을 여실히 드러냈다. 오래전 영화로 기억에 남는 좋은 제목은 <너에게 나를 보낸다>, <은행나무 침대>,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죽은 시인의 사회>, <뜨거운 것이 좋아>, <태양은 가득히>, <금지된 장난> 등등 예를 들자면 한이 없을 것이다.



한국영화로 제목이 아주 좋았던 영화는 배창호 감독이 만든 <깊고 푸른 밤>을 꼽고 싶다. 쉬우면서 품격이 있어 보이고, 또 깊은 여운을 남기는 좋은 제목이었다. 기억하기 쉽고 영화 내용과 관련해 살짝 호기심을 유발시킨다면 좋은 제목의 조건을 충족시킨다고 할 수 있다. 어떻든 충무로 사람들은 한국영화이건 외국영화건 제목이 영화 흥행에 직접 영향을 끼친다고 굳게 믿는다.



한국영화는 기획단계에서 시나리오 작가나 감독이 제목을 정하는 경우가 많아 애를 먹는 경우가 드물다. 문제는 외국영화다. 외국영화도 일차적으로는 수입사에서 제목을 정하지만 좋은 아이디어가 없을 때는 마케터의 아이디어가 절실히 필요하다.



원제가 ‘좋은 우리말’로 쉽게 번역이 되는 <향수: Perfume>, <대부: God father>, <양들의 침묵: The silence of the lambs>, <연인: L'amant>, <천국보다 낯선: Stranger than paradise> 같은 영화나, 아예 사람 이름이거나 고유명사여서 <레옹>, <니키타>, <닉슨>, <쥬만지>처럼 구태여 다른 제목을 찾을 필요가 없는 영화만 수입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외국영화의 경우 굳이 번역하지 않고 원제목을 그냥 우리글로만 표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어떤 제목은 뜻을 이해하기 어렵고, 이로 인해 우리말을 너무 푸대접하는 것이 아니냐는 항의도 여기저기서 들린다. 옳은 말이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좋은 우리말 제목이 떠올라 그걸 멋지게 사용하고 싶어 한다. 또 그렇게 노력하고 있다.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As Good As It Gets>를 시작으로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 Something's Gotta Give>,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Lost In Translation>, <열 두 명의 웬수들: Cheaper by the dozen> 등 한때 한국어 제목이 인기를 끌었다. 이런 제목들은 영화의 내용과 함께 성격을 극명하게 드러내면서 원제보다도 더 좋은 제목들로 손꼽혔다.



과거에는 일본에서 개봉한 영화 제목을 그대로 가져다 사용하는 경우도 많았다. 원제가 <보니 앤 클라이드>인 영화가 일본 개봉제목인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라든가 <음악 선생>이 <가면속의 아리아>로 소개된 예들이다. 요즘에는 일본 개봉제목을 빌려오는 일이 거의 없어졌다. 1987년 이후 미국 직배영화사들이 국내에 들어오면서 할리우드 영화가 일본보다 우리나라에 더 빨리 소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제목 심의에도 일정한 원칙이 있어 외국어라 할지라도 고유명사나 뜻을 이해하기 쉬운 단어는 대체로 허락을 해주었다. 그런데 <패션쇼>라는 제목으로 개봉한 영화는 제목 때문에 참 애를 먹은 영화이다. 원제인 <쁘레타 뽀르테>는 고유명사가 아니고 그 뜻도 이해하기 어려우니 제목으로 쓸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어째서 ‘쁘레타 뽀르테’가 고유명사가 아니냐고 항의를 했지만 담당자가 패션에는 통 문외한인지 무조건 안 된다는 것이었다.



비슷한 시기에 심의를 통과한 <보이즈 온 더 사이트>나 <투 이프 바이 씨>, <업 클로즈 앤 퍼스널> 같은 제목과 비교한다면 ‘쁘레타 뽀르테’의 경우 분명 형평에 어긋난 처사였다. 요즘에야 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쁘레타 뽀르테’라는 단어의 뜻에 대해 많이 알고 있지만 예전은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해프닝이었다. 결국 <패션쇼>로 제목을 바꾸고서야 수입추천이 떨어졌다.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쁘레타 뽀르테’를 배경으로 한 영화 내용에 견주어 <패션쇼>는 영화의 의미가 죽어버린 제목이었다. 관객 몇 만 명을 도둑맞은 기분이었다. 영화의 제목은 흥행을 좌우하는 마케팅의 보증수표나 다름없다. 제목 하나에 희비가 엇갈리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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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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