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찾습니다] 30년 전 '노인의 날' 만들자 외치던 의로운 청년
[당신을 찾습니다] 30년 전 '노인의 날' 만들자 외치던 의로운 청년
  • 홍경희
  • 승인 2008.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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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저명인사의 아버지가 구걸하는 것 보고 충격 / 홍경희



[인터뷰365 홍경희] 불과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가 저출산 국가가 되리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아들이든 딸이든 둘만 낳아 잘 키우자는 구호가 엊그제의 일이건만 이제는 자녀를 한 명도 갖지 않는 가정까지 생겨날 정도로 저출산은 중요한 사회문제가 되었다. 저출산에 따른 고령화는 성비 불균형, 독거노인 증가, 노동인력 감소 등 각종 부작용을 야기한다. 이에 여기저기서 다양한 대책 마련에 부심이다. 지자체들은 인센티브 도입으로 출산을 장려하고 대학에는 ‘노인복지학과’가 따로 생겨날 정도이며 노인들을 위한 실버상품들이 속속 등장하는 형국이다.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 ‘노인의 날’을 만들어야 한다며 부단히 외치던 의로운 청년이 있었다. “노인에 관해서라면 노인들만큼이나 알 것 같다”고 자부하던 그 청년은 서울 마포구에 살던 서른 한 살의(현 62세) 이돈희 씨였다. 당시 서울 모대학 행정대학원을 나온 행정학 석사이자 토지평가사였던 그는 자비로 경로잔치를 여는가 하면 방송출연, 신문투고, 사회단체 및 저명인사 방문 등 발이 닳도록 뛰어다니며 노인문제를 역설했다. 당시만 해도 노인문제에 대해 지금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던 터라 홀로 고군분투하던 그의 외침은 더욱 값진 것일 수밖에 없었다.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 시절부터 유달리 노인에게 관심을 쏟았다는 이돈희 씨는 68년 1월, 구걸을 하던 한 노인을 만난 것을 계기로 ‘경로사상’ 앙양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땟물이 흐르는 옷차림으로 구걸을 하던 노인의 아들은 유학에서 돌아온 저명인사였고 며느리는 방송에 연사로도 종종 출연하던 인텔리였던 것이다. 심한 충격을 받았다는 이돈희 씨가 당시 취재기자에게 들려준 말은 이랬다.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일이었어요. 사람은 일찍 죽지 않는 한 모두 노인이 됩니다. 태어나는 사람은 곧 노인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이죠. 인류가 멸망하지 않는 한 노인문제는 언제고 따르는 우리 모두의 문제입니다.”


화제기사로 한 번 다루어지면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또 다시 취급하지 않는 매스컴의 특성에 그는 자비를 들여 ‘노인의 날 제정’을 촉구하는 내용으로 신문 구석구석 광고란을 채웠다. 광고비는 가정교사를 해서 번 돈으로 꼬박꼬박 지불했다. 그가 노인의 날로 4월 27일을 주장했던 이유는 순수한 우리말의 ‘늙’자 받침이 27이란 숫자와 흡사하고 계절로도 노인들이 거동하기에 가장 알맞은 4월의 봄철이기 때문이었다.


그의 노력은 결실을 맺어 1996년 10월 2일, 마침내 노인의 날이 제정되기에 이른다. 온 국민에게 경로사상만 고취된다면 '노인의 날'을 따로 둘 필요가 없다던 이돈희 씨. 확인 결과 그는 최근 국민고충처리위원과 한국노인학회장을 지내며 자활노인마을 건립에 인생의 마지막 꿈을 걸고 있다니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큰 귀감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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