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 소설가 장선우를 만나다
광화문에서 소설가 장선우를 만나다
  • 김두호
  • 승인 2011.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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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365 김두호】장선우 영화감독이 오랜만에 서울에 나타났다. 최근 공식 집회의 주인공으로 서울을 떠난 지 6여 년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에는 영화감독이 아니라 소설 <카페 물고기 여름이야기>를 출판하고 교보문고 미팅 룸에서 독자를 대상으로 사인회를 하는 작가로 신분이 달라져 있다.

“저는 제주도에 살고 있는 장선우라고 합니다. 지금 서울 한복판에 와 있다는 것에 실감이 안갑니다. 서울에서 막걸리 한잔하려고 왔습니다.”

회색 운동모자를 깊게 눌러쓰고 나타난 그는 수줍은 듯이 낮은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호수보다 잔잔한 바다에 반해 걸음을 멈춘 마을에 정착해 산다는 그는 소설로 발표한 <카페 물고기 여름이야기>가 소설이 아니라 경험한 실존 이야기를 그대로 옮긴 고백형태의 수기집이 아니냐는 독자의 질문에 애써 밝혀야할 이유가 없다며 웃음으로 비켜갔다.

이제 모든 것을 털어버리고 자연인으로 돌아가 촌부로 자유롭게 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이 주목을 받을 거리도 아닌데 사실이면 어떻고 아니면 어떠냐는 투로 비켜갔다. 그는 과연 영화를 잊어먹고 그곳 제주도 바닷가 마을에서 이제는 소설을 쓰는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것일까?

영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을 만들고 후속 작품으로 중국 만리장성과 몽골의 고비사막을 무대로 한 대작 스케일의 <천개의 고원>을 준비하던 중도에 제작자의 투자 포기로 하던 일을 접었다. 그로부터 돌연 자취를 감추었던 그는 어느 해 제주도 서귀포 부근의 낯선 동네에서 시골 아저씨가 되어 살고 있는 모습이 서울서 내려온 바깓 세상으로 드러났다. 인터뷰365도 그의 달라진 근황을 인터뷰로 소개했었다.

영화평론가인 필자는 그를 우리 영화계에서 별로 많지 않은 천재형 감독으로 곧잘 내세우곤 했다. <너에게 나를 보낸다> <경마장 가는 길> 같이 지독한 성애물을 절대로 저질스럽고 외설로 빠지지 않게 연출해 낸 연출기량은 단순히 경험과 노력으로 얻을 수 없는 타고난 영화장인의 재주가 있어야 한다. 이대근과 최명길의 육신에 욕정의 불을 질러 댄 <우묵배미의 사랑>도 그의 걸작이다. <꽃잎>도 큰 영화감독의 소화력을 보여준 화제작이었다.

그는 흥행에 실패한 <성냥팔이..>로 인해 제작자에게 상처를 준 것을 아직도 미안해하는 영화감독의 마음을 완전히 털어내지 못하고 있었다.

소설이라고 한 <카페 물고기 여름이야기>의 중간에서 한 부분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보자.

‘서럽게 나를 원망하며 울고 울었다. 그때 나는 고비사막으로 들어가 실종을 꿈꾸었다. 주인공 소리처럼...고비에서 실종은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그냥 걸어 나가면 된다. 어디에나 바람에 풍화된 짐승들의 하얀뼈들이, 형해(形骸)가 늘려 있었다.

그래야 옳았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고비사막 대신 제주를 택했다. 사막 대신 바다를 택했다. 빈 집 하나 얻어 귀양살이하듯 이곳에 유폐되고자 했었다. 그리고 그 빈집을 고치면서 나는 서방정토로 돌아가다. 서귀(西歸)라고 썼던 것이다......우리는 그렇게 우리 스스로를 위로하며, 나 자신을 위로하며, 나를 따라 내려온 그녀를 위로하며 낯선 이곳에서의 삶을 시작했던 것이다....’

그를 따라 내려온 색시는 함께 고생하며 자신의 일을 도와주던 조감독 출신의 착한 영화인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이 이야기로 보면 실제 겪었던 이야기들이 이어진 것도 같다. 그리고 소설 속의 주인공인 나는 십수년 연하인 반려자와 아기를 갖게 되었다가 잃게 되는 이야기를 드라마의 갈등 스토리 풀어가듯이 그려나간다. <카페 물고기 여름이야기>는 장선우의 장편소설로 표지에 소개하고 있어서 과연 어디까지가 사실이고 픽션인지는 독자의 해석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국회보 편집자문위원, 제5대 서울신문사우회 회장 역임. 현재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서울영상위 이사,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

김두호
김두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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