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리선 기자의 못다 쓴 세상 풍경] 코로나19수난기 ‘국민의 벗’ 된 '미스터트롯'의 힘
[김리선 기자의 못다 쓴 세상 풍경] 코로나19수난기 ‘국민의 벗’ 된 '미스터트롯'의 힘
  • 김리선 기자
  • 승인 2020.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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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롯 부활로 ‘미스터 트롯 TV’ 된 ‘TV조선’
- 시청률 대박은 뛰어난 기획아이템의 성과
- 참가 가수 모두 트롯드라마 주인공 부상
- 코로나19 불안 속 모처럼 즐거움 안겨
TV조선 ‘내일은 미스터 트롯’ 최종 결승에서 1위부터 7위에 오른 임영웅, 영탁, 이찬원, 김호중, 정동원, 장민호, 김희재(사진 왼쪽부터). 미스터 트롯’이 배출한 재능 넘치는 신세대 트롯가수들의 드라마 같은 사연과 뛰어난 가창력은 코로나19로 우울했던 국민 시청자들에게 ‘위안의 벗’이 되며 시선을 사로잡았다./사진=TV조선 홈페이지

인터뷰365 김리선 기자 =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지구촌의 평화가 괴질 감염의 신음소리로 흔들리는 우울한 시기에 우리나라에서는 모처럼 세상 사람들에게 웃음을 안겨준 '국민 이벤트'가 있다. 트롯 오디션 프로그램이 배출한 재능 넘치는 신세대 트롯가수들의 대거 등장이다. 이들의 드라마 같은 사연과 뛰어난 가창력은 코로나19로 주로 '방콕' 생활을 해야했던 국민 시청자들에게 ‘위안의 벗’이 되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근래 국내 모든 방송사들이 장르를 가리지 않고 방송한 프로그램을 통 털어 시청자들에게 이 보다 더 큰 위로가 되고 즐거움을 느끼게 한 방송 프로는 없었다.

금년 초부터 ‘TV조선’이 3개월에 걸쳐 진행한 12부작 ‘내일은 미스터 트롯’(이하 ‘미스터 트롯’)의 성과다. 지난 3월 12일 밤 결승전 시청률은 35.7%로, 종편방송이 개국하기 전인 2010년 KBS ‘1박2일’ 39.3%이후 최고 기록으로 나타났다. 

참가자 모두가 ‘1인 트롯 드라마’ 주인공...참신·획기적 공연 구성과 연출 '주효'

도대체 왜, 무엇이, 어떻게 해서 ‘미스터 트롯’이 최고의 어메이징(Amazing) 프로그램으로 탄생되었을까?

답은 명료하다. ‘미스터 트롯’은 참가자를 3분짜리 노래에만 집중시키지 않고 모두를 스토리가 있는 ‘1인 트롯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등장시키는 데 성공한 결과다. 

이 뿐만 아니라 화면에 비친 김성주 MC의 진지한 임기응변의 표정과 진행, 객석의 환호성, 황금빛 올 하트로 통과 버튼을 눌러대는 심사위원석 노사연 장윤정 진성 김진수 박현빈 등 가수들과 조영수 작곡가 등의 입에서 수시로 터져 나오는 감탄, 흥을 내고 장단을 맞추는 그들의 추임새 말짓 몸짓들이 모두 시청자들의 넋을 잃게 했다.

시대감각에서 진부하게 느껴지는 ‘트롯 오디션’ 프로그램은 편성부터 모험이었겠지만, 공연 구성과 연출 내용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그 아이디어가 참신하고 획기적인 기획 프로의 모티브가 되어 우려를 대박으로 밀어올린 출발점이 됐다.

회를 거듭할수록 매회 흥미 있게 공연 판을 구성한 기발한 경합 방식, 휘파람에 악기연주, 봉춤과 에어로빅 태권도 등 참가자들의 다양한 재능과 파격적인 안무를 통해 남녀노소 모두가 새롭게 맞이한 ‘안방 쇼(Show)’ 프로의 시범 작품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TV조선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내일은 미스터트롯'<br>
TV조선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 '내일은 미스터트롯' 포스터

TV조선은 ‘미스터 트롯’에 앞서 ‘미스 트롯’으로 트롯 주제의 프로그램이 성공할 수 있다는 반응을 확보했지만, 단지 우승 가수 송가인 정도만 전국구 스타로 배출했다. 이 같은 경합 방식의 문제점을 보완, ‘미스터 트롯’은 우승 상금도 확대하고 경합 연출 방식도 다채롭게 업그레이드, 누구도 예상하지 못할 정도의 많은 참가자를 인기 스타로 부상시키며 시청률 정점의 빅 히트 프로그램을 만들어 냈다.

대다수 굴곡의 어린 시절을 겪었거나 지금도 겪고 있는, 아직도 어리고 젊은 나이의 ‘미스터 트롯’들은 노래를 부르며 틈틈이 노랫말 같은 1인 드라마의 배우가 되어 사연을 토해냈다. 시청자를 웃기고 울렸다. 트롯 가요가 절정에 달했던 6070년대의 가수들이 무거운 몸짓에 구성지게 넘어가는 ‘꺾기’의 테크닉으로 기량을 겨루던 모습과 다른 데가 있었다.

신세대 ‘미스터 트롯’들은 애써 기교에 집착하지 않았다. 맑고 산뜻하고 청아한 목소리와 잔잔한 감정을 꾸밈없이 들어내는 순수한 창법에 저마다 특색 있는 감동의 여운을 담아냈다. 발랄하고 경쾌한 갖가지 춤과 묘기까지 동원, 재미에 재미를 끼얹어주며 흘러간 트롯의 뉴 웨이브(New wave)시대를 불러들였다.

무명·방황·고난·시련...시청자들 사로잡은 ‘미스터 트롯’ 스타들의 사연들

미스터트롯/사진=TV조선
출연진들의 두눈에 눈물을 짓게한 14살 트롯 신동 정동원. /사진=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 방송캡쳐 

7명이 경합한 최종 결선에서 전국의 773만 시청자 문자투표가 반영된 가운데 1∼3위인 진(眞) 선(善) 미(美)의 자리는 임영웅, 영탁, 이찬원이 차지하고 4순∼7위에 김호중, 정동원, 장민호, 김희재가 선정되어 3개월 연속 TV조선 ‘트롯 드라마’가 막을 내렸다.

5위에 오른 14살 트롯 신동 정동원부터 쏟아낸 이야깃거리가 한마당이다. 경남 하동에서 상경해 트롯 오디션에 출연하는 동안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생이 되었고, 이혼한 부모를 대신해 어린 손자를 키우며 트롯가수의 꿈과 재능을 키워준 할아버지와 사별하는 사연들이 수시로 묻어나왔다. 곧잘 울먹이기도 하고 밝고 천진한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 이 어린 소년이 그 옛날 트롯의 원조가수 황금심 고복수가 부른 ‘희망가’,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로 시작되는 구성진 노래를 아주 천연덕스럽게 잘 불렀다.

“아야 뛰지마라 배 꺼질라 가슴 시린 보릿고개길”의 ‘보릿고개’를 부를 때는 심사위원 자리인 마스터석의 진성 가수의 두눈에 눈물이 방울지게 했고 그 광경은 그대로 한편의 드라마였다. 노래 임자의 가슴에서 보릿고개 시절 겪은 가난한 가출 소년의 설움이 북받쳐 오른 탓이다.

형과 아우, 삼촌과 조카로 부르며 선의의 경쟁 속에서 한 계절을 함께한 미스터 트롯들의 이야기는 끝이 없다.

노래를 포기할 좌절의 시간을 반복하며 힘들게 사는 어머니에게 줄 1억원의 상금을 꿈꾸며 하루 10시간 연습에 피눈물을 쏟은 임영웅, 뇌경색으로 쓰러진 아버지에 대한 슬픔과 물병 살 돈까지 없어 힘들게 살아온 영탁, 학업을 중단하고 홀로 집을 나와 노래수업을 해온 이찬원, 할머니 품에서 자라 학교생활에 적응 못한 방황기를 거쳐 성악가가 되었다가 트롯으로 발길을 돌린 김호중, 23년의 무명가수 설움을 간직한 참가자 중 40대 최고령의 정민호, 씩씩한 해군 수병으로 참가해 출연기간 중에 제대하고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되는 연습으로 묘기의 춤을 선보인 김희재 등 각자 예사롭지 않은 극복의 미담까지 보이지 않은 경쟁을 불러냈다. 

모두가 주인공이었다

미스터트롯/사진=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 방송캡처
TV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 출연진들의 모습 /사진=TV조선 방송캡처

결선 7명만이 ‘미스터 트롯’이 배출한 스타는 아니다. ‘트롯 드라마’가 끝나고 스타로 붕붕 떠오른 참가 가수들 중에는 준결승 무대까지 오른 참가들까지 지금 방송사를 가리지 않고 예능프로 출연으로 분주하게 활동하고 있다. 최고의 스타들이 누리던 CF, 유튜브를 비롯한 소셜미디어, 통신사가 개발한 스마트폰 AI비서 코너까지 트롯 스타들의 영상 공연 음악이 넘쳐나고 있다.

여기에 KBS 음악 오디션 프로에서 우승한 조명섭 트롯가수까지 방송을 통해 곡절 많은 성장기의 사연을 들려주면서 신세대 트롯가수의 중심에 합류해 만만치 않은 인기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유튜브 채널에서는 조명섭의 트롯이 무더기로 떠다니며 엄청난 구독자 수를 기록하고 있다. 그가 아름다운 목청으로 뽑아내는 신선한 가창력으로 ‘신라의 달밤’을 부르면 전설의 트롯 가수 현인의 청년시절 모습이 환생한 듯한 착각까지 안겨준다.

TV 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에 열창중인 홍잠언 군/사진=TV조선 캡쳐<br>
TV 조선 ‘내일은 미스터트롯’에 열창중인 홍잠언 군/사진=TV조선 방송 캡쳐

‘미스터 트롯’ 참가자로 결승진출에 실패하고도 얼굴과 이름이 알려진 전국구 스타는 아역배우 출신의 고교생 가수 남승민, 최연소 재롱둥이로 ‘항구의 남자’를 멋 떨어지게 부른 9살박이 홍잠언, 에어로빅 백댄서를 등장시켜 매회 화제를 모아가며 미스터 트롯 9위에 올랐던 뮤지컬 무대 출신 신인선, 트롯 앨범 ‘수호천사’를 발표하고 라이브공연활동을 하고 있는 김중연, 아이돌부로 출전해 최종 11위에 올랐던 황윤성, 해외에서 공연요청이 들어올 정도로 ‘태권 트롯’의 돌풍을 일으킨 나태주 등이 망라된다.

트롯 열기 이을 창의적인 공연 프로그램 식지않길

트롯이 일제 강점기 엔카의 영향을 받았다는 주장도 있고, 우리의 지방 전통 민요가락에서 유래됐다는 설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트롯이 1930년대 일제강점기부터 나라 잃은 민족의 애환을 달래주며 근대 대중음악의 큰 길을 열어왔다는 점이다. ‘황성옛터’의 이애리수, ‘목포의 눈물’의 이난영, ‘타향살이’의 고복수’, ‘나그네 설움’의 백년설, 그리고 6.25전쟁 후 ‘이별의 부산정거장’의 남인수, ‘굳세어라 금순아’의 현인 등이 트롯 가요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주역들이다.

뒤를 따라 나훈아 남진이 미스터 트롯의 라이벌 시대를 만들어 트롯 인기가 절정에 달했다. 이미자 최희준 배호 남일해 차중락 오기택 주현미 태진아 현철 송대관 설운도 등이 인기 트롯가수로 등장해 1970년대까지 트롯시대의 명맥이 이어오다가 팝과 포크송 등 외래음악이 밀려들어오면서 인기를 잃어갔다. 한때 ‘뽕짝’으로 비하되고 흘러간 음악 장르가 되어 트롯가수의 공연무대도 연말 노년층을 위한 디너쇼 정도에 머물렀다.

지금 ‘미스터 트롯’ 프로가 트롯 유행의 문을 열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국민가요로 본래 자리를 차지하기에는 아직 가야할 길이 멀다. 트롯 가요가 이들 미스터 트롯맨들의 활약으로 방송에서 우선 공연음악의 인기 트랜드로 빠르고 화려하게 부활했지만 인기를 지탱해 나갈 수 있는 음악시장의 분위기는 하루아침에 조성되지 않는다.

모처럼의 트롯 열기가 시간이 지나면서 한 때의 바람으로 지나가는 유행음악으로 주저앉지 않게 하려면 K팝의 한류문화까지 인기 장르로 진입해 영역을 해외로 확장해 나가야한다. 앞으로 트롯 상승을 위한 창의적인 공연 프로그램들이 식지 않고 제작되고 개최되기를 기대한다.

김리선 기자
김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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