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 베컴의 포지션 실험②
슈퍼스타 베컴의 포지션 실험②
  • 이근형
  • 승인 2008.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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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에서 중앙으로 화려한 이동 / 이근형



[인터뷰365 이근형] 2006 독일 월드컵에서 잉글랜드의 주전 오른쪽 날개는 완전히 베컴의 것이었다. 그는 어떤 경쟁자의 침범도 허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갈수록 드러나는 영리함의 손실과 급격한 체력저하는 곧 잉글랜드 허리의 불안으로 직결되었다. 특히 베컴은 독일 월드컵 B조 마지막 경기 스웨덴과의 경기에서 최악의 경기력을 선보인 바 있다. 그날 경기에서 그의 존재감은 찾기 힘들었다. 동료 미드필더가 찔러주는 패스를 번번이 놓치는 바람에 상대방에게 기회를 내주었고, 그러한 장면들이 쌓이면서 공격이 지체되는 현상이 일어났다. 당시 왼쪽 윙 미드필더였던 팀동료 조 콜이 환상적인 발리킥으로 득점에 성공했던 것에 비하면 더욱 그러했다.



오언 하그리브스의 고군분투로 승부차기까지 갔던 잉글랜드와 포르투갈의 8강전이 잉글랜드의 탈락으로 끝나고 나서, 베컴은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곧바로 주장 완장을 반납한다. 기자회견에서 그는 "에릭손 감독 체제가 끝나고, 곧바로 맥클라렌호가 닻을 올리는 만큼 내가 주장에서 물러나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후 베컴의 대표팀 하차는 순리적으로 일어났고, 1년 뒤에야 대표팀에 복귀하는 고난의 길이 시작된 것이다. 월드컵 직후 레알 마드리드로 복귀하여 06-07 시즌을 맞이한 베컴의 하향세는 끝이 보이지 않았다.



베컴의 고난 시대는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다. 잉글랜드 대표팀은 두 번 다시 그를 호출하지 않았고, 소속팀인 레알 마드리드에서의 카펠로 전 감독 역시 베컴과 호나우두를 과감하게 주전에서 제외시키고 작전을 짜는 강경책을 펼쳤다. 베컴에게는 2006년 하반기부터 2007년 초까지가 자신의 능력이 바닥에 다다랐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개인적으로 굉장히 잔혹한 시기였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잉글랜드 대표팀의 오른쪽 날개 포지션에서는 숀 라이트 필립스, 애런 레넌 등 그동안 베컴에 가려져 있던 선수들이 번갈아 출전하면서 세대교체의 서막을 알렸고, 레알 마드리드에서는 공격수와 날개 모두 수행 가능한 이과인이 그 자리를 메꿨으며 다재능 공격자원 안토니오 카사노도 잠재적 라이벌로 베컴을 위협하고 있었다.





물론 베컴은 LA 갤럭시와의 계약 이후였던 2007년 상반기부터 다시 레알 마드리드의 주전 자리를 차지하여 프리메라리가의 마지막 라운드까지 젖 먹던 힘을 다해 팀을 정상권에 올려놓는다. 이때의 베컴은 오른쪽 날개에서 공격적으로 전진할 뿐만 아니라, 중앙 미드필더로서의 모습도 간간이 관중들에게 선사하였다. 그는 부지런히 오른쪽 사이드와 오른쪽 윙백을 번갈아가면서 스위치 플레이를 하거나, 오른쪽 중원 하부에서 상대방 패스의 활로를 끊는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런 부지런한 움직임, 그리고 녹슬지 않은 크로스가 있었기에 레알 마드리드가 막판 대결에서 바르셀로나를 따돌리고 프리메라리가 정상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제는 '오른쪽 중앙 미드필더 베컴'이라 불러도 좋다


베컴은 2007년 여름 LA 갤럭시 유니폼을 입게 되면서 축구 인생의 전환기를 맞게 된다. LA로 이적한 후 그는 자신의 포지션에 대한 새로운 도전을 감행한다. 미국 프로축구 데뷔전이었던 '2007 월드 시리즈 오브 풋볼' 첼시전에서 그는 오른쪽 중앙 미드필더로 교체 투입되어 그라운드를 누볐다. 이후 베컴은 팀에서 반드시 오른쪽 날개만을 고집하지 않았다. 오른쪽 중앙 미드필더 자리를 손수 자청하며 최대한 LA 갤럭시의 포메이션에 방해되지 않도록 스스로를 한걸음 물러서는 겸손함까지 보여줬다.



LA 갤럭시는 보통 4명의 미드필더를 기용하는데, 양쪽 윙 미드필더에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를 가동하는 방식이다. 이럴 경우 왼쪽 윙 미드필더는 랜돌프 혹은 마르티노가 맡고, 오른쪽 윙은 대개 베컴이 차지하였다. 하지만 베컴은 오른쪽 날개에 배치되었다고 해서 전성기 때처럼 공격적으로 전진하면서 수비을 등한시하는 모습을 최대한 배제했다. 오른쪽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될 때는 응당 중앙 미드필더로서의 역할을 준수하며 항상 중앙에서 활로를 끊는 역할을 맡았고 오른쪽 날개로 갔다고 해서 그것을 무시하지도 않았다. 그는 오른쪽 날개로 배치되어도 오른쪽 사이드백, 오른쪽 중앙 미드필더가 완수해야할 임무(상대방 공격진의 활로 차단, 동료에게 양질의 패스 제공, 공수 및 밸런스 조율)를 훌륭히 소화해냈다.





비슷한 장면을 멀리서 찾지 않아도, 베컴의 달라진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경기가 국내에서 있었다. 2008년 3월 1일 펼쳐진 FC 서울과 LA 갤럭시의 친선 경기에서 그는 왼쪽 윙 미드필더 랜돌프와 함께 오른쪽 윙 미드필더로 출격했는데 전반전이 끝나가도록 오른쪽 중앙에서 상대방 선수들의 밀고 들어오는 공격을 1선에서 차단하고 원터치 패스로 활로를 틀어주거나 예의 드리블로 공을 보호하는 역할까지 수행했다. 또한 후반전에는 상대방 진영 왼쪽을 과감하게 돌파하면서 오른쪽 날개로의 면모도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러한 현상은 앞서 언급했듯 LA 갤럭시로 이적한 뒤 변화된 모습이다. 이것은 베컴에게 있어서 좋은 징조이다. 이제는 노장 축에 속하는 그가 많은 움직임과 사이드 돌파를 요구하는 비교적 '하드 워킹' 에 속하는 날개 요원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기본적인 수비력으로 중원의 보루 역할을 해주는 중앙 미드필더로의 변신에 성공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전편에서 소개되었던 미하일로비치도 날개 요원에서 시작하여, 노쇠해 가면서 센터백으로 변신에 성공, 큰 성과를 남겼다. 마찬가지로 자신의 축구 인생을 좀 더 연장시키고, 또 그만큼 팬들에게 즐거운 축구를 선사할 수 있는 기회가 베컴에게 찾아온 셈이다.



불과 3년 전인 2005년만 해도 베컴에게 있어서 오른쪽 중앙 미드필더라는 위치는 상상도 못할 것이었다. 그가 레알 마드리드에서 피구와 공존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중앙 미드필더 자리로 내려갔을 때, 많은 팬들은 그의 자질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숨기지 않으며 이미 첼시로 떠나버린 클로드 마켈렐레를 그리워하는 현상까지 일어났다. 하지만 이렇게 우여곡절과 수많은 착오, 반성, 그리고 교육을 통해 베컴은 오른쪽 중앙 미드필더로 거듭났다. 이제 남은 것은 그가 이 좋은 기회를 잘 살려 자신의 천직인 축구에 끝까지 전념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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