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공화국이 빚어낸 촬영 현장
성형공화국이 빚어낸 촬영 현장
  • 신일하
  • 승인 2008.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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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 X양의 성형한 코 무너져 영화 제작 중단 / 신일하



[인터뷰365 신일하] 얼마 전 영화 촬영장에서 ‘설마 이런 일이?’ 하고 놀랄 사건이 일어났다. 우리나라 같은 성형공화국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해프닝이었다.


“감독님! 도저히 촬영을 더 이상 못하겠네요”

“뭐! 뭐라 했어?”

“찍지 못하겠어요. 얘기 좀 나누고 하시죠”

“어! 알았어. 그럼 일단 저기로”


카메라를 들여다보던 촬영감독이 멈추고 벌떡 일어나자 A감독은 촬영장 곁의 나무 그늘로 갔다. 촬영감독과 함께 뭔가 심각하게 대화를 나누고 돌아온 A감독은 연기자와 스태프 모두 촬영장에서 떨어져 쉬라고 주문한 뒤 모니터를 켰다. 둘이 한참 동안 뭔가 확인하고 나자 A감독은 심각한 표정으로 변했다. 감독은 자신의 차 안으로 여주인공 매니저인 K실장을 불렀다. “영미(가명, 여주인공) 얼굴이 왜 그래요?” “무슨 말씀인지...”


K실장이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자 A감독은 “영미 코가 이상해요. 현재 상태로 촬영 못할 것 같은데?”하고 촬영감독이 제동을 건 사연을 밝혔다. 그제야 K실장은 여러 날 촬영을 강행하다보니 스타 X양 얼굴에 이상이 온 것 같다며 자초지종을 털어놓았다. “K실장. 그럼 오늘 촬영은 이거로 끝내요. 회사에 보고하고 연락할 테니”


그날 K실장의 설명을 듣고 어처구니없었던 A감독은 상경하는 차 안에서 분노를 삼키느라 촬영감독과 소주병을 까며 한숨만 푹푹 쉬었다. 성형수술 한 여배우의 코가 무너져 촬영이 중단되다니. 세상에 이런 일도 있나. 촬영감독은 며칠 전부터 눈치 채고 있었다. 스타 X양의 손이 자꾸 코를 만지는 것 같아 뭔가 이상한 예감이 들었던 그는 귀가해 여러 번 모니터를 들여다본 후에 알았다. 그 사실을 숨겨오던 중 이날은 그녀의 콧등이 휘어진 걸 확인한 것이다.


A감독이 추궁하자 K실장은 여배우의 코 속에 삽입한 실리콘이 이상해져 그런 것 같다면서 그로 인해 염증까지 생긴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우리나라가 성형미인들로 넘쳐나는 ‘성형공화국’이 된 걸 알고는 있었지만 A감독은 자신에게 이런 날벼락이 찾아 올 줄 미처 몰랐다. 그에게는 10여 년간 별별 고생을 다 겪으며 준비 해 온 작품이었다. 시나리오를 개발하고 겨우 메이저 영화사를 설득, 투자회사까지 자신이 유치하여 크랭크 인하기까지 험한 세월을 보내느라 A감독은 40대에 머리가 하얗게 되었다.


여배우 성형부작용으로 10여회 촬영하다가 중단되는 바람에 A감독은 남다른 고민에 빠졌다. 모든 스태프에게 입을 봉하도록 조치해 놓았지만 회사에서 뒤늦게 알고 발칵 뒤집혀 초상집처럼 되어버렸다. 제작비 50억 원을 투자하기로 계약한 투자회사도 난감하긴 마찬가지였다. 지난해부터 한국영화의 흥행부진으로 투자회사들이 어느 때보다 리스크를 안고 조심스럽게 투자 작품을 찾는 마당에 이처럼 찬물을 끼얹는 일이 벌어져 쉬쉬하며 감추고 있으나 이 일을 언제까지 숨길 수 있을지 미지수인 것이다.





성형열풍이 몰고 온 이면은 이것만이 아니다. 90년대 MBC TV 드라마 에서 큰 인기를 누렸던 K모양은 성형부작용으로 남다른 체험을 한 대표적인 브라운관 스타다. 좀 더 아름다워지려는 욕망에 쌍꺼풀 시술을 받았다가 눈이 감기지 않아 오랫동안 연기활동을 중단한 그녀는 2007년 컴백하며 방송에 나와 자신이 겪은 신체적 ․ 정신적 고통을 고백, 성숙해진 스타의 면모를 보여줬다.


그런가하면 지난해 모 댄스그룹 출신 여가수는 성형수술 부작용으로 1억여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 들어갔다는 뉴스도 있었다. 눈, 코, 안면 등을 고쳤던 그녀는 수술 후유증으로 활동이 중단된 상태로 성형외과 의사를 상대로 끈질긴 법정소송에 휘말리는 이중고를 겪게 된 것이다. 불법 시술로 세상을 등지고 살았던 ‘선풍기 아줌마’가 SBS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에 방송된 후 성형 전문의 도움으로 ‘잃어버린 얼굴’ 찾기에 성과를 거두었다는 희망적인 이야기도 있으나 성형공화국인 우리나라에선 그 성형열풍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우리 보다 앞선 성형 선진국 미국의 할리우드도 성형 스타의 사고가 빅뉴스로 취급되고 있는 실정이다. 성형 후유증으로 크게 고생중인 건 마이클 잭슨 만이 아니다. 귀여움의 대명사로 사랑 받은 맥 라이언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면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말해주는 것 같다. 이런 일들은 예뻐진 얼굴로 인생마저 바꿔보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망이 식을 줄 모르고 끓어올라 빚어지는 건 아닐까.


“성형은 다른 사람이 알아차리지 못하게 해줘야 성공한 수술이죠. 사실 남모르게 예뻐진 걸 의식하게 해주는 성형은 아무나 하는 건 아닙니다. 인체의 균형미와 조화를 감안하지 않고 환자의 보상심리에 충족을 쫓다보니 여러 부작용이 일어나는 거예요” 국내 성형미학의 제1세대인 성형외과 홍성호 박사를 만나 이야기 들었던 따끔한 일침이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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