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의 호기심에 여배우를 훔쳤다.
감독의 호기심에 여배우를 훔쳤다.
  • 김갑의
  • 승인 2008.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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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보라가 살려준 영화 <늑대의 호기심이 비둘기를 훔쳤다> /김갑의


[인터뷰365 김갑의] 밤 12시. 유난히 시끄럽게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잠이 깼다.“큰일 났습니다. 송영수 감독이 000씨와 도저히 촬영을 못하겠대요. 급히 현장으로 좀 오셔야겠습니다.” 한밤중에 울린 전화치고 좋은 소식이 있을 리야 없겠지만, 정말 김새는 전화였다. <늑대의 호기심이 비둘기를 훔쳤다.>라는 긴 제목의 영화를 촬영하기 위해 충남 서산으로 촬영 팀을 내려 보낸 게 바로 3일전이었다.


주연 여배우는 CF모델로 갓 데뷔한 한 아가씨로 결정하고 크랭크인을 했는데 이틀간 촬영을 해 본 송영수 감독이 더 해봤자 나올게 없다고 판단, 그 여배우에게서 손을 들어 버린 것이었다. 이미 출연료 전액이 지불되었고, 이영하 이대근 이진선 등 다른 출연 배우들의 올 스케줄도 잡혀있어서 예정대로 촬영을 한다면 40일안에 크랭크업을 할 수 있었던 영화였다.


‘큰일 났구나!’ 하는 생각을 갖고 서산엘 가보니 그 아가씨는 보따리를 쌌고 송영수 감독과 스태프들은 암담한 표정으로 담배들만 피워대고 있었다. 그 여배우 가지고는 도저히 영화다운 영화를 만들 수가 없다는 게 송 감독의 결론이었다. 사실 그녀를 픽업 한 사람은 송 감독 본인이었지만, 사람을 잘못 뽑았다고 솔직히 시인하고, 보다 나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용단을 내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하는데 뭐라고 할 말이 없었다.


그 여배우에게 지급된 개런티 문제를 생각해보니 되돌려 받을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그도 그런 것이 그 아가씨가 출연계약을 어긴 사항은 없었으니까. 기획자인 나는 갑자기 속이 부글부글 끊어 오르기 시작했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고 결국 예정된 촬영을 중단한 채 모두 서울로 돌아왔다. 그 다음 날부터 다시 배우를 찾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처음부터 배우가 없어서 그 신인을 찾아 썼었는데 며칠 사이에 쓸 만한 배우가 찾아질리 없었다. 게다가 당시 충무로는 의무편수 시간에 쫓겨 너도 나도 촬영을 할 때라서 영화사마다 배우 기근으로 골치를 앓고 있을 때였다.



그때 누군가가 일본에 있는 ‘금보라’를 데려다 쓰면 어떻겠느냐는 의견을 내놨다. 당시 금보라는 공부한다고 일본에 가 있었고, 일체의 영화출연을 중단하고 있었던 터라 좋은 아이디어이긴 했지만 금보라의 출연 가능성은 정말 희박한 상태였다. 그러나 수소문 끝에 일본에 가있는 금보라를 찾아냈고 마침내 출연 승낙을 받아냈다. 촬영이 중단된 지 15일만이었다.


금보라는 몇 달 동안 굶었던 사람이 밥을 만난 듯 열연을 했고, 죽을상을 짓고 다니던 송영수 감독의 얼굴엔 생기가 솟아났다. 그렇게 영화는 완성되어졌고, 흥행에서도 나쁘지 않은 성과를 올렸다. 도중하차한 그 신인여배우 출연료가 아까워 그대로 썼더라면 <늑대의 호기심이 비둘기를 훔쳤다>는 평생을 두고 후회할 뻔했던 영화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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