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찾습니다] 30년전 소련 불시착 KAL기, 김창규 기장
[당신을찾습니다] 30년전 소련 불시착 KAL기, 김창규 기장
  • 김두호
  • 승인 2008.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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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다 더 드라마틱했던 그 날의 기억 /김두호


[인터뷰365 김두호] 금년 4월은 100여명이 탑승한 2백 톤짜리 대형 여객기를 얼어붙은 대륙의 호숫가에 절묘하게 착륙시킨 김창규 기장의 ‘KAL기 소련(지금의 러시아) 강제 착륙사건’이 만 30주년을 맞는 달이다. 1978년 4월, 사건 당시 김 기장은 46세였으니 지금 건강한 모습으로 만날 수 있다면 76세가 된다.


돌이켜 생각하면 그 때의 사건은 소설이나 영화 장면보다도 더 드라마틱했으므로 우리 국민은 물론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됐다. 시기적으로 공산국가에 대한 공포가 절정이던 냉전시대에 발생해 한층 가슴을 죄게 한 그 공포의 항공 사고 한복판에 기장 김창규씨와 항법사 이근식씨(당시 46세)가 있었다.


승객 110명(승무원 포함)이 탄 서울발 파리행 KAL기는 1952년 스칸디나비아 항공사가 개척한 폴러 루트(북극 항로)로 가던 중 항로를 벗어난 소련의 무르만스크지역에서 소련 미그기들에 의해 강제 착륙 당했다. 항공전문가들은 얼어붙은 호수가를 향해 여객기를 몰고 비상착륙을 시도한 기장의 조종술은 신기(神技)에 가까운 것으로 평가했다. 두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지만 소련군의 공격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빙상착륙은 자연의 ‘하이드로 프래닝 현상’, 다시 말해 유막(油膜) 위를 활주하는 것과 같아 안전 착륙은 기적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물론 항공기의 타이어에는 앤티 스키트라는 제동 시스템이 장치 돼있다. 그러나 얼음판에서는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 때문에 역분사 장치, 방향타와 보조날개 등 항공기가 갖고 있는 모든 제어 조작 시스템을 활용해서 불시착을 극복해야 한다.


김창규 기장은 비행경력 20년, 1만3천 시간의 무사고 기록을 가진 베테랑 조종사였다. 사고 다음날인 1978년 4월 22일 KAL기의 강제 착륙과 탑승객들의 생존 소식이 전해졌고, 23일에는 김창규 기장과 이근식 항법사 두 명을 제외한 108명의 탑승자(사상자 2명 포함)가 소련에서 풀려나 귀국 길에 올랐다.




필자는 사건직후 돌아오지 못한 김기장의 당시 서울 서대문구 합정동에 있는 자택으로 찾아가 가족들의 안타까운 심경을 두차례 인터뷰 했었다. 부인 이종선씨(당시 45세, 현재 75세)는 비행기의 실종 소식을 듣고 실신했고, 안전 착륙으로 살아 있다는 소식에 만세를 부르는 희비의 양극을 오가는 가운데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는 소식에 절망하는 사태를 맞았다. 그런데 또다시 김기장이 항법사 이근식씨와 함께 사고 후 8일만인 4월 29일밤 소련에서 풀려나 덴마크의 코펜하겐을 거쳐 귀국중이라는 낭보가 날아들어 가족들은 환호성을 되찾았다.


“손목을 잡아봐야 오시는 거지요. 오신다고 해도 믿어지지가 않아요. 가슴이 울렁거리고 터질 것 같아서 말을 못하겠네요.” 다시 찾은 필자에게 김기장의 부인 이종선씨는 딸 미선양(당시 21세, 현재 51세)과 함께 말문이 막혀 인터뷰를 하지 못하겠다고 흥분했다. 몇 번이고 달라지고 바뀌는 남편의 운명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마포구 망원동에 있던 항법사 이근식씨의 가족도 만나 기쁨에 찬 가족들의 표정을 전한 기억이 생생하다. 이항법사의 아들 용석군은 그때 14살로 중학교 2학년이었는데 30년을 보태니 44세 중년 어른이 되셨겠다. 지금 얼음이 녹는 4월이 돌아 오는데 30년전 죽음의 무르만스크 땅에 비행기를 착륙시켰던 그 분들은 그 후 어디서 어떻게 살고 계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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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국회보 편집자문위원, 제5대 서울신문사우회 회장 역임. 현재 대한언론인회 부회장, 서울영상위 이사, 신영균예술문화재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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