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염정아 “결혼, 육아로 놓친 작품? 그땐 대본 아예 안봤다”
[인터뷰] 염정아 “결혼, 육아로 놓친 작품? 그땐 대본 아예 안봤다”
  • 박상훈 기자
  • 승인 2018.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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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타인' 속 '수현'은 엄마 세대와 내 주변의 평범한 인물
-남편과는 서로 존댓말...'맘마미아', '라라랜드' 같은 뮤지컬 장르 도전하고 파

 

배우 염정아/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염정아/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인터뷰365 박상훈 기자] 염정아는 여배우가 설 자리가 부족하다는 충무로에서 여전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몇 안 되는 배우다. 

1991년 미스코리아 선으로 연예계에 데뷔한 그는 1992년 MBC 청춘 드라마 '우리들의 천국'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27년이란 세월 동안 염정아는 관객들에게 다양한 캐릭터로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1990년대에는 도시적이고 차가운 이미지로 여주인공의 남자를 빼앗는 부잣집 딸 역할을 주로 맡았지만 2000년대를 맞이하면서 그는 배우 인생의 새로운 막을 열었다. 

영화 '장화, 홍련'(2003)을 시작으로 '범죄의 재구성'(2004), '여선생 VS 여제자'(2004), '오래된 정원'(2006), '카트'(2014), '장산범'(2017)을 통해 공포, 범죄 스릴러,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에서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연기했다.

늘 작품에서 든든한 지지대 역할을 해온 그는 1년만에 스크린 복귀작으로 선택한 영화 '완벽한 타인'에서도 그간 쌓아온 내공을 어김없이 발휘한다. 

'수현'은 그간 맡아온 '센' 캐릭터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먼 남편에게 순종적인 주부 캐릭터다. 그러나 그동안 그가 맡았던 대표 캐릭터들이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범죄의 재구성'의 팜 파탈 구로동 샤론스톤, '여선생 VS 여제자'의 푼수 같은 선생님, '카트'의 엄마 연기까지. 다른 배우가 했더라면 평면적일 수도 있는 캐릭터를 염정아는 자신만의 내공으로 입체적인 캐릭터를 완성시켰다. 배우 염정아를 영화 '완벽한 타인' 개봉에 앞서 만났다.
 

완벽한타인 염정아 캐릭터 포스터/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완벽한타인 염정아 캐릭터 포스터/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장산범'(2017) 이후 1년만이다. 영화에서 자주 만나 반갑다.

내가 운이 좋다.(웃음)
 
-영화는 완벽해 보이는 커플 모임에서 한정된 시간 동안 핸드폰으로 오는 전화, 문화, 카톡을 강제로 공개해야 하는 게임 때문에 벌어지는 스토리를 그린다.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땐 어땠나.

처음 보는 소재와 촬영 컨셉이라 기대가 됐고 기분이 좋았다.
 
-그동안 센 역할들을 주로 맡았는데 수현같은 역할도 잘 어울린다.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다. '수현'은 대본보다 훨씬 귀여워졌다. 약간 맹하다 그래야 되나? 좀 순진하다 그래야 되나? 말도 잘 못 가리고 푼수 끼도 좀 있는 캐릭터가 됐다. 그게 더 이 캐릭터를 살리는데 도움이 되겠다 싶었다. 그냥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아줌마. 그게 더 관객들이 공감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떤 지점이 매력적이었나?

그 동안 이런 연기를 하고 싶었고 연기하면서 재미있겠다 생각했다. 전체 인물들 중에 가장 수동적인 느낌이지만 나중에 터트릴 부분도 있으니까. 그리고 '태수'역의 유해진과 부부 연기를 하는게 재밌을 것 같다는 막연한 생각도 했다. 실제 촬영 현장도 즐거웠다.
 
-휴대전화를 주변인들과 공유할 수 있나?

글쎄 별로 알리고 싶지않고 나도 궁금하지 않다.
 
-유해진-염정아, 조진웅-김지수, 이서진-송하윤 세 부부 중에 실제로 공감됐던 부부는?

조금씩 다 있지만 아무래도 우리부부가 제일 공감되지. 다른 부부들은 문제가 많다.(웃음) 우리 부부는 큰 문제라기보단 둘이 노력하면 극복할수있는 정도의 문제라서.
 
-실제 부부 생활은 어떤가.

우리 남편은 태수처럼 강압적이지 않고 훨씬 다정하다. 그리고 그렇게 안보이겠지만 나도 남편에게 순종적인 면이 있다. 하지만 수현 정도는 아니다.
 
(극 중 염정아가 연기하는 '수현'은 게임이 시작 되자 “난 아이들 등하교 알람이랑 어머니 한의원 예약 문자밖에 없어요”라고 말하는 무뚝뚝하고 가부장적인 남편, 시어머니, 세 아이들에 치인 주부다. 스트레스 해소 차 시작한 SNS 문학반에서 친구도 만들고 남다른 재능도 발견하게 된다.)  

완벽한 타인 스틸컷/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완벽한 타인 스틸컷/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수현'은 요즘 젊은 여성 관객들이 공감하기 어려운 캐릭터인데.

주위에서도 영화를 보고 '말이 되냐?'며 얘기하신 분들이 많았다. 나는 정말 말이 된다고 믿고 연기를 했다. 우리 엄마 세대도 그렇게 살았고, 내 주변에서도 수현같은 경우를 많이 봤고. 나보다 젊은 세대들은 또 다르게 살고 있겠지만 나한테는 평범한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태수' 역은 유해진이라서 살린것같다. 다른 배우가 했다면 욕을 많이 먹지 않았을까.

맞다. 유해진만의 귀여운 매력이 캐릭터를 살렸다.

-'수현'만 '태수'에게 존댓말을 하더라.

실제 나는 남편과 서로 존댓말 한다. 처음엔 반말을 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존댓말을 했다. 물론 싸울 때는 반말한다.(웃음) 서로 불편하지 않게 노력하는 거다. 어느 순간부터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더라. 사실 인간관계에서 서로 누구 한사람도 눈치를 안보는 경우는 없다고 생각한다. 수현과 태수도 처음엔 뜨겁게 사랑했지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각자 주부로, 변호사로 살면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관계가 형성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수현에게 '시'와 '팬티'는 어떤 의미인가?

수현은 숨 쉴 구멍도 없고, 가정을 버릴 용기도 없고 또 그러고 싶지도 않다. '나는 이 가정을 잘 지킬 거야' 대신 '나는 시 좀 쓸게', '나 팬티 좀 내가 입고 싶은 거 입을 게' 하는거지. 수현만의 일탈이다. 남편이 투정을 들어줄 남자도 아니고 굳이 얘기를 해봐야 달라지는게 없으니. 
 
-평소에도 시를 읽는지.

전혀. 영화에 나오는 그 시 만. 내 생활하고는 아무 상관없다.(웃음)
 
-눈물 연기가 인상적이다. 평소엔 눈물이 많은 편인가?

정말 긍정적인 편이라서 눈물이 많지 않다. 캐릭터에 집중하다 보니 시청자나 관객들에게 감정이 잘 전달되는 것 같다.

-송하윤이 영화 속 '수현'을 보고 많이 울었다는데.

글쎄, 아마 엄마 생각이 나서 그러지 않았을까?

영화 '완벽한 타인' 스틸컷/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완벽한 타인' 스틸컷/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염정아, 유해진, 조진웅, 이서진, 김지수, 송하윤, 윤경호까지 7명이 공동 주연인 영화에 출연한 소감은?

일단 부담이 없어서 좋다. 내가 부족한 부분들을 다른 사람들이 채워줄 거라고 믿었다. 그래서 더 편하게 자연스러운 연기를 할 수 있었다.

-'장산범'(2017) 같이 원톱인 경우에는 어떤가.

그땐 책임감이 어깨를 아주 짓누르지.

-이재규 감독과는 처음 호흡을 맞췄는데.

이재규 감독은 계산이 철저하다. 준비를 철저하게해서 그 판 위에서 논거고. 배우들이 전혀 불협화음이 나지 않게. 서로 미워하는 마음이나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잘해줬다.

-'장화, 홍련'(2003)을 기억하는 관객들에게 반가운 장면도 있다. 의도한 장면인가?

'태수'를 노려보는 장면? 감독님이 그렇게 찍으셨더라. 나는 전혀 몰랐다. 나도 영화를 보면서 ‘오~ 앵글~장화홍련~’ 했다.
 

영화 '완벽한 타인' 스틸컷/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완벽한 타인' 스틸컷/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들과 호흡은 어땠나.

다들 워낙 선수들이다 보니까. 아침에 리허설을 하면서 여기서 '빠져야겠다', '들어가야겠다'가 다 정리됐다.
 
-애드리브도 하는 편인가?

나는 대본대로 연기한다. 아이디어가 많은 스타일이 아니라서 주어진 것에 최선을 다하자는 입장이다. 초반에 유해진 씨가 애드리브 아이디어를 얘기하면서 캐릭터를 잡는데 도움을 줬다. 정말 즐거운 촬영 현장이었다.
 
-현장에서 제일 웃겼던 사람은?

다들 재미있었지만 유해진이 분위기 메이커였다.
 
-매일 밥을 같이 먹었다는데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매일 점심, 저녁을 같이 먹었는데 식사 자리는 짧았다. 빨리 들어가서 쉬어야 되니까 짧은 시간 안에 정말 많이 먹고 후다닥 해산했지.
 

배우 염정아/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염정아/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평소에 긍정적이라고 했는데 연기도 즐기면서 하는 편인가.

그런 것 같다. 특히나 요즘은 더 그렇다. 하고 싶어도 못했던 시기도 있었으니까.
 
-결혼과 육아 때문에 놓친 작품도 있을텐데.

있겠지. 그런데 아이들을 키울 땐 아이들을 위해서 들어오는 대본을 아예 보지도 않았다. 아이들이 너무 예쁘니까 그렇게 되더라.
 
-'수현'은 시를 썼는데 그때 염정아는 뭘로 풀었나?

그냥 육아에만 신경 썼다. 남편이 자상한 스타일은 아닌데 가정적이다. 같이 있는 시간도 많았고 잘 챙겨줬다.
 
-결혼과 육아 경험이 11월 방송 예정인 드라마 'SKY 캐슬'의 캐릭터를 연기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아니다 어렵다. 나는 극중 캐릭터만큼 극성스럽지는 못하다. 자세한 건 드라마를 보면 알 것이다.
 
-머리를 짧게 잘랐는데 차기작 캐릭터를 위해서인가?

여름에 찍은 영화 '뺑반' 때문에 잘랐다. 경찰청에서 높은 역할을 맡았다. '완벽한 타인', '미성년', '뺑반'을 차례로 찍으면서 작품마다 변화를 주고 싶어 조금씩 잘랐다. 반응이 좀 괜찮아야 되는데.
 
-드라마 환경에 적응하기는 어렵지 않나?

옛날엔 쪽 대본이 많았는데 요즘엔 없다. 현장이 어렵고 이런 건 최근 몇 년에는 느껴보지 못했다. 그냥 마냥 재미있고 캐릭터를 만들어가고  시청자들에게 전달되는 부분을 생각하면 참 즐겁다. 굳이 어려운 점이라면 추울 때 춥고 더울 때 덥고 너무 졸린 거? 내가 극복할 수 없는 것들...그런 거 외에는 뭐 없다.
 

배우 염정아/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염정아/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로서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역할이나 장르가 있나.

기회가 된다면 뮤지컬 영화에 도전하고 싶다. '맘마미아'나 '라라랜드'같은 영화.

-노래 부르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는데. 작년 장산범 홍보 때 음악프로그램에도 나갔었지.

그때 방송 보고 창피해서 죽는줄알았다. 그렇게 길게 나올 줄은 몰랐다.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과거의 나는 지금보다 훨씬 뾰족했다. 그런데 지금은 긍정적으로 살다보니 정말 마음이 편하다. 지금 당장 좀 부족한 게 있더라도 앞으로 잘 살면 되는거니까.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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