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삶에 갇혀버린 사람들...연극 '외로운 사람, 힘든 사람, 슬픈 사람'
표류하는 삶에 갇혀버린 사람들...연극 '외로운 사람, 힘든 사람, 슬픈 사람'
  • 주하영
  • 승인 2018.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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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박사의 공연으로 보는 세상 풍경] DAC Artist 윤성호 작, 안톤 체홉 '바냐 아저씨'원작
연극 '외로운 사람, 힘든 사람, 슬픈 사람' 공연장면/사진=두산아트센터

[인터뷰365 주하영 칼럼니스트] 삶에 지칠 때면 때로 나를 지탱하던 모든 끈을 놓아버리고 싶은 순간이 있다. 나를 태우고 있던 배가 어디를 향해 가는지 알 수 없게 되어버린 끝에 허공만 바라보며 그 어떤 움직임도 취할 수 없는 때가 있다.

움직여야 하는데, 무언가 해야만 하는데, 정확히 내가 어디에 서 있는 것인지를 알 수 없어서 망연자실 앉아 한탄만 한다. 분명 무언가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려왔는데, 이만큼 애썼으면 적어도 어딘가에 도달했어야만 하는데, 현실은 기대와 다르고 내가 꿈꾸었던 삶은 어디로 갔는지 아득하기만 하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 그토록 열심히 내달렸던 것일까?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엄청난 속도에 발맞추기 힘든 버거움을 느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걸음을 재촉하다보면 얼굴이 붉어지고 숨이 점점 가빠진다. 잠시 멈춰 숨이라도 몰아쉬려면 어느새 나를 제치고 들어서는 다른 사람이 보인다. 숨을 고를 틈 같은 건 없다. 방심은 금물이다. 이러한 속도 전쟁의 시대에 변화하기를 거부한다는 것은 어쩌면 망부석이 되겠다는 의미인지도 모른다. 변화하지 않는 가치, 불변의 진리, 전통과 보존과 같은 것들이 이처럼 빨리 달리는 세상에 가당키나 할까?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는 한 때 시대의 흐름을 읽어내고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던 인문사회과학 잡지였지만 어느 새 낡은 가치로 전락해버린 ‘시대비평’ 직원들의 외롭고 허망한 삶을 담은 연극 ‘외로운 사람, 힘든 사람, 슬픈 사람‘이 공연 중이다.

인문사회과학 잡지 '시대비평'의 식구들. 사무실 사람들은 진정한 소통을 나누지 못한다. 대화는 겉돌고 인물들은 삶의 허망함에 지쳐있다. (오른쪽부터) 팀장 김남건, 회계 강수혜, 선배기자 조형래, 편집장 서상원, 과학철학자 박용우, 그래픽 디자이너 팽지인.
연극 '외로운 사람, 힘든 사람, 슬픈 사람' 공연장면. 인문사회과학 잡지 '시대비평'의 식구들. 사무실 사람들은 진정한 소통을 나누지 못한다. 대화는 겉돌고 인물들은 삶의 허망함에 지쳐있다. (오른쪽부터) 팀장 김남건, 회계 강수혜, 선배기자 조형래, 편집장 서상원, 과학철학자 박용우, 그래픽 디자이너 팽지인./사진=두산아트센터

러시아의 극작가 안톤 체홉의 4대 희곡 중 하나인 ‘바냐 아저씨‘를 원작으로 하는 ‘외로운 사람, 힘든 사람, 슬픈 사람‘은 두산아트센터의 창작지원 프로그램인 DAC Artist로 선정된 윤성호가 2013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전문사 졸업공연으로 올렸던 작품을 보다 발전시킨 작품이다. 

프로그램북 인터뷰에서 윤성호는 2013년 ‘여기, 바냐‘로 공연된 작품이 “삶과 현실의 괴리로 인해 인생의 좌표를 잃어버린 사람들에 중심을 둔 것”이었다면, 2018년 ‘외로운 사람, 힘든 사람, 슬픈 사람‘에서는 “시대에 뒤처지는 사람 혹은 시대의 좌표 위에서 표류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과 관계를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작품은 원작인 체홉의 ‘바냐 아저씨‘와는 다르게 부조리극적인 느낌이 강해진 듯 보인다. 줄거리와 인물은 ‘바냐 아저씨‘의 많은 부분을 따르고 있지만 결말은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연상케 한다.

20년이란 세월을 ‘시대비평‘을 만드는 일에 골몰해 정신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팀장 김남건은 어느 날 새로 부임한 광고계 출신의 편집장 서상원으로 인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된다. 분명 시대를 이끌어가는 담론과 사상을 잡지에 담으며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세상의 변화를 위해 노력해왔다고 생각했지만 이제 독자들은 더 이상 ‘시대비평‘을 찾지 않는다.

사진2- 연극 '외로운 사람, 힘든 사람, 슬픈 사람' 공연장면. 인문사회과학잡지 '시대비평'에 새로 부임한 광고계 출신 편집장 서상원(오른쪽)과 33세의 그래픽 디자이너 팽지인(왼쪽). 상원은 더 이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된 자신의 신세를 "박물관에 갇힌 듯한 기분"으로 표현하며 삶을 지루해 한다./사진=두산아트센터
연극 '외로운 사람, 힘든 사람, 슬픈 사람' 공연장면. 인문사회과학잡지 '시대비평'에 새로 부임한 광고계 출신 편집장 서상원(오른쪽)과 33세의 그래픽 디자이너 팽지인(왼쪽). 상원은 더 이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된 자신의 신세를 "박물관에 갇힌 듯한 기분"으로 표현하며 삶을 지루해 한다./사진=두산아트센터

일일이 전화를 걸어 정기구독을 구걸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현실은 모든 것을 허망하게 만든다. 견고한 성이 될 거라고 생각했던 그의 삶은 한 번의 파도에도 쉽게 무너져 내리는 모래성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젊은 그래픽 디자이너 팽지인을 데리고 들어와 표지 디자인을 바꾼다거나 홈페이지 리뉴얼을 시도하는 편집장 상원은 남건의 불편한 심사를 더욱 자극한다. 그는 젊고 예쁜 지인이 왜 늙은 편집장과 함께 지내는지 불만을 토로하며 지인을 향해 자신의 마음을 끊임없이 표출한다.

지인의 인스타그램에 온통 ‘좋아요’를 도배해 놓는다거나 무작정 자신과 만나줄 것을 애걸복걸하는 남건은 매몰차게 거절하는 지인을 향해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안타까워요. 편집장 때문에 당신 인생 좀 먹히고 있다고. 그런 생각 안 해봤어요?”

지인이 말한다.

“그걸 어떻게 알죠? 편집장님이 나 때문에 소모되고 있는 건지도 모르죠. 멋대로 보고 싶은 대로 보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 저는 제가 선택한 대로 살고 있으니까요.”

연극 '외로운 사람, 힘든 사람, 슬픈 사람' 공연장면. 잡지사 팀장 김남건(왼쪽)과 그래픽 디자이너 팽지인(오른쪽). 남건은 자신의 '외로움'을 토로하고 위로를 나눌 사람으로 지인을 선택하지만 지인은 매몰차게 거절한다./사진=두산아트센터
연극 '외로운 사람, 힘든 사람, 슬픈 사람' 공연장면. 잡지사 팀장 김남건(왼쪽)과 그래픽 디자이너 팽지인(오른쪽). 남건은 자신의 '외로움'을 토로하고 위로를 나눌 사람으로 지인을 선택하지만 지인은 매몰차게 거절한다./사진=두산아트센터

남건은 사람들이 모두 ‘겁쟁이’라고 생각한다. 모두 끔찍하게 외롭고, 슬프고, 아프면서도 속내를 감추고 괜찮은 척, 만족한 척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남건은 적어도 ‘신념’이라 믿으며 살아왔던 모든 것이 사라지고 공허만 남은 절망 속에서 “저편 가로등 밑에 서 있는 누군가”를 갈구하며 위로해 달라고 애원할 수 있는 ‘솔직함’은 갖춘 사람이라고 스스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가 ‘새로운 인연’이기를 기대하며 “치열하게 만나고 부딪치고 토해내기”를 바라는 상대는 이미 현실의 ‘편안함’을 선택한 사람이다. 그녀는 사람들이 왜 ‘진짜’를 찾기 위해 애쓰며 ‘눈에 보이는 모습’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지 의아해한다.

‘하고 싶은 일’보다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일’이 더 중요하고, ‘가짜’이든 ‘진짜’이든 ‘편안함’을 제공하는 것이라면 가능한 안정적으로 흘러갈 수 있는 방향으로 자신의 삶을 내맡길 뿐 어딘가에 정착할 생각도, 무언가를 불태울 생각도 없는 지인은 “세상이 망해가는 건 강도나 화재 같은 것 때문이 아니라 질투나 이기심, 적대감과 같은 하찮은 일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남건이 왜 자신에게 ‘진짜’라고 말하는지, 왜 자신에게 ‘위로’를 갈구하는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 하지만 “환상을 걷어내고 나니까 숫자만 남는다”는 사실을 이미 깨달은 지인에게 과학철학자인 박용우가 남긴 “엄청난 확률 위에 있는 사람들”이란 말은 파문을 남긴다.

남건의 대학동창이자 ‘시대비평‘의 언저리를 돌며 잡지사를 드나드는 박용우 역시 삶의 회의 속에 빠져 있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밤낚시를 갔던 기억 속에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며 ‘세상에 어떤 비밀이 숨어 있을까’를 궁금히 여겼던 용우는 30대의 뒤늦은 나이에 ‘과학철학’으로 전공을 바꿔 공부를 시작했다.

사진5 - 연극 '외로운 사람, 힘든 사람, 슬픈 사람' 공연장면. 잡지사 팀장 김남건(왼쪽)과 그의 친구 박용우(왼쪽). 두 사람은 대학시절부터 학보사를 함께 했지만 용우가 뒤늦게 전공을 바꿔 '과학 철학자'의 길로 나선다./사진=두산아트센터
연극 '외로운 사람, 힘든 사람, 슬픈 사람' 공연장면. 잡지사 팀장 김남건(왼쪽)과 그의 친구 박용우 두 사람은 대학시절부터 학보사를 함께 했지만 용우가 뒤늦게 전공을 바꿔 '과학 철학자'의 길로 나선다./사진=두산아트센터

하지만 온통 우연과 확률로 점철된 세상에 과거와 현재의 모든 현상을 물리학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믿는 ‘라플라스의 악마’와 같은 것은 없음을 알고 있는 용우는 자신이 “진짜를 찾으러 갔다가 가짜가 되어 버린 속물”과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그는 이미 죽어버린 다른 사람들 말이나 지루하게 되풀이하면서 지방 곳곳을 돌아다니는 시간강사로 나이만 먹어버린 자신의 삶이 ‘가짜’임을 발견하는 데 40년이란 세월이 걸렸다는 사실이 허망하지만 그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떤 액션도 취하지 않는다.

그는 “불행하지 않다”는 지인 역시 자신과 똑같이 비겁한 ‘가짜’임을 주장하며 이렇게 말한다.

“뛰어들어 봐요. 착한 척, 만족한 척 굴지 말라고요. 만족한 척 하면 편하죠...물어보지도 않고 지레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거, 언제쯤 멈출 수 있을까요?”

사실 용우의 말 속에는 삶의 날카로운 진실들이 상당부분 담겨있다. 세상일을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는 방법이란 없다든가, 관점에 따라 자신의 기억과 감각의 한계 안에서만 사물을 인식할 수 있다든가, 엄청난 우연의 확률 속에서 탄생한 게 우리의 인생이라는 점을 상기한다면 보다 열정적으로 자신을 불태우며 살아야 한다는 그의 철학들은 분명 세상의 이치를 설명한다. 하지만 그는 인턴부터 시작해 입사 3년차가 된 장샘이가 바라보듯 “올곧게 서 있는 좋은 어른”이 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사람이다.

사진6-연극 '외로운 사람, 힘든 사람, 슬픈 사람' 공연장면. 과학철학자 박용우(왼쪽)와 그래픽 디자이너 팽지인(오른쪽). 같은 '가짜'끼리 '다른 확률의 삶'으로 뛰어들어 볼 것을 애걸복걸하는 용우. 하지만 지인은 선뜻 자신의 '편안함'을 뒤로 한 채 '불확실한 확률' 속으로 뛰어들지 못한다./사진=두산아트센터
연극 '외로운 사람, 힘든 사람, 슬픈 사람' 공연장면. 과학철학자 박용우(왼쪽)와 그래픽 디자이너 팽지인(오른쪽). 같은 '가짜'끼리 '다른 확률의 삶'으로 뛰어들어 볼 것을 애걸복걸하는 용우. 하지만 지인은 선뜻 자신의 '편안함'을 뒤로 한 채 '불확실한 확률' 속으로 뛰어들지 못한다./사진=두산아트센터

샘이가 지적하듯 분명 현실을 냉철하게 바라보면서도 사람에 대한 따뜻함을 품고 있는 용우가 한 때 과거의 삶 속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용우 스스로가 인정하듯 샘이는 그의 ‘진짜 속 모습’을 보지 못한다. 샘이가 남몰래 용우에 대한 마음을 키워왔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가 자신이 알고 있는 진실들을 실제로 삶에 실천하지 않는 ‘허상’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 역시 남건과 마찬가지로 매일 자신의 삶이 끝나가고 있음에 절망하고 ‘구원’을 찾으면서도 누군가가 손을 내밀어 줄 때를 기다릴 뿐 어떤 적극적인 액션을 취하지 않는다.

오히려 세상을 제대로 읽고 변화와 개선의 가능성을 탐색할 수 있는 인물은 팀장 남건의 열정에 반해 ‘시대비평‘에 들어오게 된 ‘샘이’라 할 수 있다. 샘이는 ‘시대비평‘이 확실한 무언가를 제시하던 예전과 다르게 이제는 정해진 답이 아닌 ‘현재에 할 수 있는 것들’을 확보해 함께 고민해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지한다.

그녀는 “속과 겉이 똑같은” 유일한 인물이며 누군가는 지켜내야 할 ‘시대비평‘을 현실적으로 지켜낼 수 있는 ‘올곧은’ 사람이다. 그녀는 오히려 모든 것이 불확실해 정답을 찾을 수 없는 지금이 ‘시대비평‘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 시기임을 인식하고 있으며, 자신들이 사람들을 대신해서 싸워주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를 바꾸기 위해 싸우고 있는 사람들의 ‘쓸데없는 싸움’을 쫓고 반영해야 할 필요성을 제시한다.

사진3- 연극 '외로운 사람, 힘든 사람, 슬픈 사람' 공연장면. 과학철학자이자 시간강사인 박용우(왼쪽)와 입사 3년차 잡지사 기자 장샘이(오른쪽). 샘이는 남몰래 용우를 좋아하지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지 못하고 있다./사진=두산아트센터
연극 '외로운 사람, 힘든 사람, 슬픈 사람' 공연장면. 과학철학자이자 시간강사인 박용우(왼쪽)와 입사 3년차 잡지사 기자 장샘이(오른쪽). 샘이는 남몰래 용우를 좋아하지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지 못하고 있다./사진=두산아트센터

이 때문에 결국 출판사의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되어 대중문화 잡지인 ‘컬쳐 블랜딩‘과 통폐합한다는 소식을 듣게 된 남건이 자신의 지나간 삶을 한탄하고 사표를 던지는 순간 샘이의 실망은 극에 달한다. “애초에 내가 여기 들어온 게 잘못이었어. 뭐 좋은 꼴을 보겠다고.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걸!”이라 말하는 남건에게 샘이가 묻는다.

“그거 쓰는데 그렇게 오래 걸린 거예요? 정말 시시하다. 비겁하게. ‘시대비평‘은 팀장님이 아니예요. 그 동안 시대를 생각한 게 아니라 팀장님 자신만 생각했던 거예요?”

핵심은 거기에 있다. 무언가를 확신하고 믿고 달려왔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삶은 의미가 있다고, 자신은 훌륭한 무언가를 성취했다고 인정하는 일에 무엇이 필요한 것일까? 휴간 혹은 폐간을 앞둔 ‘시대비평‘이 아니라 승승장구하는 ‘시대비평‘이었다면 남건을 비롯한 인물들의 삶은 성공한 삶이 되는 것일까? 손가락 사이로 스르륵 빠져나가는 시간의 흐름 속에 뒤처지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을 필요로 하는 것일까?

어쩌면 내가 믿는 무언가를 향해 옆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무작정 앞으로만 달렸던 것이 모든 문제의 원인은 아니었을까? 그 무엇에도 흔들리지 않고 오롯이 서서 진정한 ‘어른’으로 삶을 긍정하고 세상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는 것이 가능할까?

폴란드의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사회학의 쓸모‘에서 ‘유동하는 현대사회’ 속에서 오히려 사회학이 “자유의 과학이자 테크놀로지로 선회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사회학이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적 경험과의 지속적인 대화에 관여”해야 할 필요성을 주장하며 “익숙한 것은 낯설게 하고, 낯선 것은 익숙한 것으로 만들어 적응토록 해야 함”을 강조한다.

또한, 사회학자 노명우는 ‘사회학의 쓸모‘의 ‘역자 후기’를 통해 “사회학의 쓸모를 묻는 일은, 과거의 잃어버린 꿈을 기억해내되 앞으로 우리가 어떤 사회학을 기대하는가, 어떤 사회학이 살아남아야 하는가에 관한 미래를 묻는 질문이다”라고 말한다.

어쩌면 인문과학잡지 ‘시대비평‘에게도, 어느 순간 너무나 도태되어 갈 곳이 없어졌다고 생각되는 삶에 대해서도 우리는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하지 않을까? 우리의 지난 삶의 ‘쓸모’를 묻는 일은 과거를 기억해내되 앞으로 우리가 어떤 ‘삶’을 기대하는가, 어떤 ‘삶’으로 남고 싶은가에 대한 ‘미래’를 묻는 일이 되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견고하지 않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유동하는 현대사회’ 속에서 우리의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고, 낯선 것에 적응하는 노력’이 곧 ‘세상과의 지속적인 대화’라 말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지 못하는 삶, 지나온 삶에 대한 후회, 그리고 내가 믿어온 것에 대한 신념이 흔들릴 때 우리는 무엇에 기대어야 할까? 새롭게 재창작된 새로운 이야기 안톤 체홉의 ‘바냐 아저씨‘가 궁금하다면 연극 ‘외로운 사람, 슬픈 사람, 힘든 사람‘을 통해 확인해보면 어떨까? 10월 27일까지 두산아트센터 Space111.

 

주하영

앨리스(Alice 한국명 주하영)박사는 영문학자로 한국외국어대, 단국대, 가천대, 상지대 등의 대학교에 출강해오면서 주목받을만한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관람하고 리뷰를 써온 프리랜서 공연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객원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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