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춤으로 전한 청소년들의 감정과 서사 '죽고 싶지 않아'... 관객들 흥으로 화답
[리뷰] 춤으로 전한 청소년들의 감정과 서사 '죽고 싶지 않아'... 관객들 흥으로 화답
  • 정중헌 기획자문위원
  • 승인 2018.06.2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중헌의 문화와 사람] 류장현 안무 연출의 국립극단 댄스씨어터 '죽고 싶지 않아'
관개들의 박수에 춤으로 화답한 11명의 퍼포머들/사진=정중헌
댄스씨어터 '죽고 싶지 않아' 공연 후 관객들의 박수에 춤으로 화답한 11명의 퍼포머들/사진=정중헌

[인터뷰365 정중헌 기획자문위원] 류장현 안무 연출의 국립극단 댄스씨어터 '죽고 싶지 않아'(6월 15일~7월 1일)를 서계동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관람했다.

솔직히 70대 시니어가 소화하기엔 버거운 무대였지만, 기존의 틀이나 경계를 벗어나 젊은이들의 취향에 맞는 춤을 매개로 했다는 점, 그리고 연극처럼 대사는 없어도 몸으로 그들의 생각과 할 말을 전달한 메시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국립극단]죽고싶지않아_공연사진_05
댄스씨어터 '죽고 싶지 않아'공연장면/사진=국립극단

초대장을 받았을 때 잠시 망설였다. 최근 몇 년간 국립극단의 청소년극을 관람했지만 실험성만 강하고 보편성이 약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바로 예약을 했다. ‘대학로 연극’에서와 다른 뭔가 새로운 ‘Something New‘를 기대한 것이다. 최근 몇 년간 수 백 편의 대학로 연극을 보면서 재밌다는 리뷰를 써왔지만 새로운 것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죽고 싶지 않아‘는 아무 선입관 없이 보고 싶었다. 공연 소개나 리뷰도 접하지 않고 객석에 앉았다.

초반, 춤으로 말을 걸 거라는 예상과 달리 전체가 낙서판인 블랙박스 무대의 벽과 문에서 배우들이 위태롭게 오르내리고 뒹굴었다. 마임으로 시작된 이야기가 전개될 때도 뭔지 모호했으나 춤이 본격화 되면서 메시지를 해독할 수 있었다.

95% 이상의 젊은 관객들도 초반에는 반응하지 않았다. 춤은 풀어져야 제 맛인데 긴장 속에서 이미지로 표출한 서두가 관객의 호응을 얻지 못한 것이다.

[국립극단]죽고싶지않아_공연사진_02
댄스씨어터 '죽고 싶지 않아' 공연장면/사진=국립극단

그런데 중반을 넘어 후반으로 갈수록 퍼포먼스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춤으로 감정을 표현하자 젊은 관객들은 흥을 돋우기 시작했다. 막판 퍼포머들의 격렬한 춤이 펼쳐지자 객석은 축제처럼 달아올랐다.

안무 겸 연출에겐 예의가 아니지만 공연을 뒤쪽부터 시작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 더 첨언하자면 댄스씨어터를 의식해 중간 중간에 연극적 요소들을 펼쳤는데 내겐 좀 언밸런스 하게 느껴졌다. 물론 원맨쇼 같은 연기나 배우들이 객석에서 펼친 이벤트가 재미있었고, 그런 부분이 없었다면 현대무용 발표회가 되고 말았겠지만 좀 더 매끄럽게 녹아들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 같은 필자의 편견이나 좁은 시각에서 벗어나 전체를 보면 앞에서 전제한 ‘뭔가 새로운 것’이 있었다.

첫째로 안무가의 자유분방함이 좋았다. 어찌 보면 ‘막춤’인데 그런 형식파괴가 국악의 산조처럼 감정이나 이야기 전달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안무가 류장현이 기존의 춤 문법에 따랐다면 무용은 되겠지만 극은 되지 못했을 것 같다. 그 경계에서 자기만의 양식을 펼쳐냈다는 것이 새로운 것이다.

그는 “경계를 확인하고 부지런히 리듬을 타며 균형을 잡는 것, 살아있는 것은 움직인다”고 춤을 정의했다.

댄스씨어터 '죽고 싶지 않아' 공연장면/사진=국립극단

둘째는 대사 대신 춤의 언어로 테마를 전달했다는 점이다. 청소년들의 고민과 갈등을 대사 연극으로 보여주면 진부함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군중 속의 따돌림, 갈등과 다툼, 성적인 본능과 표현, 절박함과 고독은 물론 원초적 외침과 몸부림까지를 독무 또는 군무로 표현함으로써 그 에너지와 삶의 의지가 관객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될 수 있었다.

“죽고 싶지 않아”라는 청소년의 외침을 살고 싶다는 의지를 넘어 생의 환희로 폭발시킴으로써 관객들은 삶이 죽고 싶을 만큼 힘들어도 살아볼 만하다는 긍정의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셋째는 무용과 연극을 전공한 11명의 퍼포머들이 전력투구 앙상블을 이뤄냈다는 점과 그것을 동서양의 정선된 음악(김형민)과 리듬을 잘 살린 조명(최보윤)이 받쳐주었다는 점이다. 결국 혼신을 다한 열정적인 춤이 관객의 마음을 열었다.

댄스씨어터 '죽고 싶지 않아' 커튼콜 후 배우들과 관객들이 어우러져 무대에서 춤을 추는 모습/사진=정중헌

라스트에 배우와 관객이 무대에서 함께 춤을 추는 이벤트로 축제분위기를 이룬 것은 이 작품의 매력이 아닐 수 없다.

춤극에서 배우들은 어쩔 수 없이 오브제가 될 수밖에 없지만 강은나 김도현 김지원 나경호 손지미 송재윤 이원준 안승균 이선애 유영현 조현도 등 11명의 퍼포머들은 각자의 캐릭터를 잘 살리면서 군무로 이야기를 전달한 에너지 넘치는 퍼포먼스를 만들어 냈다.

관객의 신명을 이끌어 낸 그 하나만으로도 이 청소년극은 여러 아쉬움을 뛰어넘어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정중헌

인터뷰 365 기획자문위원. 조선일보 문화부장, 논설위원을 지냈으며「한국방송비평회」회장과 「한국영화평론가협회」회장, 서울예술대학 부총장을 지냈다. 현재 한국생활연극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 서울특별시 구로구 신도림로19길 124 801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737
  • 등록일 : 2009-01-08
  • 창간일 : 2007-02-20
  • 명칭 : (주)인터뷰365
  • 제호 : 인터뷰365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최우수상
  • 명예발행인 : 안성기
  • 발행인·편집인 : 김두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문희
  • 대표전화 : 02-6082-2221
  • 팩스 : 02-2637-2221
  • 인터뷰365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인터뷰365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최우수상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interview365.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