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묘하게 끌리는 매력적인 부조리극 '쥐가 된 사나이'
[리뷰] 묘하게 끌리는 매력적인 부조리극 '쥐가 된 사나이'
  • 정중헌 기획자문위원
  • 승인 2018.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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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헌의 문화와 사람] 극단 놀땅의 '쥐가 된 사나이'
극단 놀땅의 '쥐가 된 사나이' 콘셉트 컷

[인터뷰365 정중헌 기획자문위원] 지난 5월 개최된 39회 서울연극제 개막 당시 기회를 놓친 극단 놀땅의 '쥐가 된 사나이'(6월7~17일)를 선돌극장에서 관람했다. 이 작품은 작고한 윤영선 작가의 미 발표작을 최진아가 연출했고 정선철·최원정·송치훈·박다미 등이 출연한 소극장 연극이다. 

희곡도 특이하고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지만 이 연극의 매력을 살린 주역은 최진아 연출이었다. 그는 평면의 희곡을 입체적으로 살려냈다.

연극이 영화나 드라마와 다른 점은 현장의 아우라와 상상력의 극대화, 그리고 약속(관약)이라고 본다.

허술한 무대에 촌스런 옷을 입은 배우들이 장작을 패고 감자를 나르는 동작에 살짝 율동을 넣었을 뿐인데 관객들은 저도 모르게 극에 동화되어 몸이 호응하기 시작했다.

빗소리를 효과 음향으로 내는데도 실제로 비가 오는 것 같고, 주인공의 배낭에 빗물이 묻어있으면 정말 비가 온 것으로 받아들였다. 압권은 낯선 청년과 산골 집 딸이 사다리위에서 몸을 비비는 연기를 하는데 관객은 그것을 섹스로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관객들은 상식적으로 볼 때 말도 안되는 대사들이 튀어나와도 거부 반응을 보이기 보다 그러려니 따라가며 극 속에 빠져들었다. 이 또한 연출력이라고 본다. 

아들이 쥐가 되어 집을 나가고, 외삼촌이 누님 딸과 혼인해 쥐새끼를 낳았으면 분명 충격일 터인데, 관객들은 'why not'(안 될 게 뭐가 있어)이란 분위기다.

화전을 일구는 산골 외딴집에 길 잃은 등산객이 찾아오자 가족들은 그를 아들처럼 대한다. 상황을 견디다 못한 청년은 그 집을 탈출했다가 다시 와보니 이번에는 식구들이 손님보다 더 낯설게 대한다. 

상황도 부조리한데다 극의 흐름과는 상관없는 얼토당토한 대사가 튀어나온다. 양변기를 미 첩보국의 도청장치라고 하고, 화전으로 일군 밭에 바위가 튀어나와 농사가 안되자 홧병으로 죽은 남편이 감자와 쌀 등 양식을 보낸다고 말한다.

윤영선 작가는 무슨 말을 하려고 한 것일까. 이승과 저승의 경계일까, 사람인들 쥔들 뭐가 대수냐는 것일까.

묘한 것은 말도 안되는 상황에 관객들은 자기를 되비쳐보고 연민의 감정을 느낀다는 점이다. 가족은 무엇이며, 출세란 또 무엇인가. 쥐가 됐다면 정말로 쥐가 된 것일까 하는 심정마저 드는 것이다.

연극 '쥐가 된 사나이' 커튼콜 무대에 오른 배우들/사진=정중헌

부조리극과 블랙코미디를 섞은 듯한 이 작품은 말도 안되는 상황에 처한 우리의 자화상을 웃고 울며 보게 만든다. 무엇보다 배우들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고 관객을 몰입시킨다.

세련된 연기라기 보다 툭툭 던지는듯한 투박한 연기인데도 오히려 그것이 더 그럴 듯하게 보일만큼 연기가 익었다. 청년 역 송치훈은 황당한 상황에서 당황해하는 역할을 실제상황 처럼 해내 이번 서울연극제에서 신인연기상을 받았다.

이 연극의 중심을 받쳐준 연기자는 삼촌 역 정선철이다. 자칫 날라리 콩가루로 비칠 연극에 그는 진지하면서도 코믹한 연기로 관객에게 신뢰를 주었기 때문이다.

어머니 역 최원정, 딸 역 박다미도 극의 야릇한 아우라를 잘 만들어냈다. 엉뚱하지만 묘한 재미와 함께 삶의 성찰도 일깨운 작품이다.

 

정중헌

인터뷰 365 기획자문위원. 조선일보 문화부장, 논설위원을 지냈으며「한국방송비평회」회장과 「한국영화평론가협회」회장, 서울예술대학 부총장을 지냈다. 현재 한국생활연극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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