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중헌의 문화와 사람] 서울연극제 '대상' 영예, 서지혜 연출가의 빛났던 눈물
[정중헌의 문화와 사람] 서울연극제 '대상' 영예, 서지혜 연출가의 빛났던 눈물
  • 정중헌 기획자문위원
  • 승인 2018.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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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혜 연출의 '일상의 광기에 대한 이야기', 제39회 서울연극제의 대상 포함 4관왕
-서지혜 연출 "절망의 수렁에서 이 작품 만나...제 인생에 선물처럼 다가왔다"
39회 서울연극제에서 대상을 차지한 서지혜 연출이 소감을 밝히고 있다./사진=정중헌
39회 서울연극제에서 대상을 차지한 서지혜 연출은 대상 수상 소감을 밝히던 중 눈시울을 붉혔다./사진=서울연극협회

[인터뷰365 정중헌 기획자문위원] 서울을 대표하는 연극축제인 제39회 서울연극제의 대상은 여성 연출가 서지혜 씨가 연출한 '일상의 광기에 대한 이야기'가 차지했다.

올해 서울연극제는 공식선정작 10편이 경연을 벌여 프로젝트 아일랜드의 '일상의 광기에 대한 이야기'가 대상(서울시장상)을 차지해 상금 1500만원을 받았다.

또 연출상(서지혜)을 비롯해 연기상 2명(남동진, 김귀선)과 100인의 관객 평가단이 뽑은 인기상까지 거머쥐었다.

지난 29일 저녁 아르코대극장에서 열린 서울연극제 폐막식은 서지혜 연출가의 잔칫날을 방불케했다.

이날 서지혜 연출은 세차례나 시상식 무대에 올랐는데 그 때마다의 수상 소감이 한 편의 연극처럼 짠해 연극계 원로들과 참가 극단 배우 스탭들이 함께 한 장내를 숙연케했다.

"3년전 일거리가 없어 거리를 배회하다 서점에서 체코의 극작가 뻬뜨르 젤렌카의 이 희곡을 운명처럼 발견해 2년 동안 어렵게 만들었어요. 작가는 이 희곡을 절망에서 시작했다고 했는데 저 역시 절망의 수렁에서 이 작품을 길어 올렸어요. 제 인생에 선물처럼 다가왔으니까요."

힘들게 배우들을 모아 의욕을 가지고 달려들었으나 제작비가 턱없이 부족했다.

"지원금 신청에서 떨어지고 또 떨어지고 계속 떨어졌어요. 제 주변에서 2000만원을 빌려 작업을 시작했지만 난관이 겹쳤어요. 작업이 너무 힘들어 연극 선배에게 하소연을 했더니 그 선배가 최선의 작품을 만들려고 노력하다 보면 분명 좋은 기운이 서릴 것이라 했는데 그것이 현실로 이루어졌습니다."

39회 서울연극제에서 대상을 차지한 서지혜 연출은 대상 수상 소감을 밝히던 중 눈시울을 붉혔다./사진=서울연극협회
39회 서울연극제에서 대상을 차지한 서지혜 연출은 대상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사진=서울연극협회

연출상을 받을 때만 해도 침착했던 그는 대상 수상 소감을 밝히면서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이 작품은 지난해 6월 선돌극장에서 막을 올려 관객의 큰 반응을 얻었다. 현대인의 고독한 일상과 광기를 유머러스하면서도 때로는 발칙한 대화와 강렬한 묘사로 표출해 소통의 부재, 존재론적 고독, 현실의 이면을 신랄하게 보여주었다는 평을 얻었다.

서울연극제 공식 초청작으로 선정된 후 연기파 배우 10여명을 진두지휘하여 160분(인터미션 15분) 장편을 아르코소극장 무대에서 선보였다.

"관음증 등 성적 표현 수위가 높아 성인용으로 할까 하다가 고교생 이상 입장가로 했습니다. 다행히 일반 관객들의 수준이 높아 난삽한 정면들도 별 무리없이 진행했어요. 100인의 관객 평가단도 이 작품을 인기상으로 뽑아 심사위원회 결과와 일치했다는 점도 기뻐요."

심사를 맡은 김재건 배우는 "공연 시간이 타 작품보다 길었지만 지루하거나 야하지 않았다"며 "현대인의 속성과 관계의 문제를 웃음과 페이소스 속에 잘 녹여냈고, 표현방식과 동선이 다채로와 관객의 흥미를 자아냈다"고 평했다.

40대로 접어든 그가 대학로에 알려진 것은 2011년 50대 연기자 그룹이 아르코에서 공연한 '레미제라블'에서 무대감독과 조연출을 맡으면서였다.

그해 '더 라인'을 연출했고, 2012년 젊은연출가전에서 '아일랜드'를 각색 연출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데뷔 때부터 '인간'에 관심을 가져 왔다. 인간의 소통과 관계의 문제를 집중 파고들어 이번 경연에서 우뚝 선 것이다.

신예 연출가 서지혜는 경제적 어려움과 현실적인 난관 속에서도 연극이 가야할 길을 걸었기에 오늘의 영예를 안았다. 고난을 헤치고 연극하는 이유를 분명히 보여준 그는 동료 연극인들뿐 아니라 원로들의 따뜻한 성원과 축하를 받았다.

 

정중헌

인터뷰 365 기획자문위원. 조선일보 문화부장, 논설위원을 지냈으며「한국방송비평회」회장과 「한국영화평론가협회」회장, 서울예술대학 부총장을 지냈다. 현재 한국생활연극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