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정중헌 기획자문위원] 오명환 평론가가 보낸 책 '불꽃 당신 김종학-살아서 전설이 되고 떠나서 역사가 된 당신'(오명환 저·도서출판 답게)을 받았다. 방송 이론서인 줄 알았는데 2013년 62세로 자진한 불세출의 드라마 연출가 김종학 평전(評傳)이었다.

불과 5년이 흘렀을 뿐인데 세인에게 잊혀져갔던 김종학 PD를 방송 선배이자 편성 전문가 오명환이 선명하게 살려내고 있어 머리말만 읽고도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김종학은 표현의 자유가 제약 받던 정치 현실과 남북이 분단된 이념의 늪을 뛰어넘어 우리 시대에 기념비적인 드라마를 남겼다.

대표작 '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를 필두로 '동토의 왕국', '영웅시대', '퇴역전선', '인간시장', '제5열' 등 모두 현대사를 그려낸 역작들이다.

제작과 방영 당시 소재가 과감해 파문도 컸지만 시대적 금기를 깨는 의미가 컸다. 무엇보다 재미가 있었고 완성도가 높은 명품 드라마로 시청자들 가슴에 남아있다.

김종학은 현실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지금도 '모래시계'를 비롯한 그의 드라마들은 전파를 타고 있지만 그 명품을 제작 기획하고 연출한 당사자는 잊혀지고 있다.

이 평전은 김종학 연출가에 대한 오마주이자 헌사라고 오명환은 서문에 밝혔다.

저자는 '여명의 눈동자', '모래시계'를 통해 시대를 향한 진중한 메시지를 돌직구로 던져낸 그의 작가 정신을 부각하는데 역점을 두었다.

또한 끊임없는 역사 참여와 사회발언을 통한 그의 연출관은 마땅히 드라마 저널리스트 겸 리얼리스트로 재평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폈다.

김종학은 드라마 60년사의 중간지점에서 가교 역할을 했다는 것이 오명환의 평가다.

"흑백에서 컬러, TV에서 영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세계를 신속히 섭렵한 비주얼리스트, 낡은 기술이나 제도 관행을 깨고 새 지평을 향해 돌진했던 방송인이었다."

이 평전은 총 7장으로 구성되었다.

제1장은 치열한 역사의식과 시대정신, 50년 현대사에 집중한 다섯 편의 명작과 김종학 드라마 30년 연대기에 초점을 맞추었다. 2장은 현대사 반세기의 고행성사라는 타이틀로 '여명의 눈동자'와 '모래시계'를 집중 분석했다. 3장은 역사의 신화, 인간사의 우화로 분단 드라마 창출과정과 특집극, 사극을 조명했다. 4장은 폭력의 미학, 죽음의 해법. 김종학의 3대 폭력 코드와 서정주의를 해부했다. 5장은 비언어 영상과 미완의 소재들. 미완의 소재들과 비언어 영상언어를 다뤘다. 6장은 입혼(入魂)주의와 연출철학. 김종학 작품세계와 연출철학을 조좁명했다. 7장은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고 추모하는 글모음이다.

이 평전은 한 TV드라마 연출가의 전 작품을 깊이 있게 헤아리고 재조명·재평가한 단행본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저자 오명환은 1972년 TBC PD로 입사하여 방송통폐합 후 MBC로 옮겨 편성국 부국장, 외주제작국장, 여수 MBC 사장을 역임했다. 방송관련 저서로 '텔레비전 영상론', '텔레비전 드라마 예술론', '텔레비전 드라마의 사회학', '드라마 인문학' 등과 '한국TV드라마 50년사'(공저)가 있다.

정중헌 기획자문위원

interview36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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