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중헌의 문화와 사람] 새로운 무대, 그러나 소통은 아쉬웠던 연극 '고래가 산다'
[정중헌의 문화와 사람] 새로운 무대, 그러나 소통은 아쉬웠던 연극 '고래가 산다'
  • 정중헌 기획자문위원
  • 승인 2018.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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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고래가 산다' /사진=극단 유목민

[인터뷰365 정중헌 기획자문위원] 서울 한강에 고래가 산다면? 물론 고래는 살지 않는다. 그럼 왜 극작가 김수미는 '고래가 산다'는 제목을 붙였을까. 고래라도 나타나기를 바라는, 그래서 다시 희망을 가져 보려는 벼랑 끝 도시인의 사무친 소리를 들려주려는 것 아닐까.

대학로예술극장 무대에 오른 손정우 연출의 '고래...'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한 '공연예술 창작산실'에 뽑힌 올해의 신작 공연으로 기대를 모았다.

극작가 노경식, 연출가 김도훈·정진수·강영걸·김성노, 배우 정동환·정상철·연운경·최승일·김명희 등 많은 연극인도 관심을 보였다. 뒷풀이에서 만난 이들의 반응은 손정우 연출의 이미지를 강조한 무대가 새롭기는 했으나 관객과의 소통은 원활치 못했다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도 이미지의 효과를 극대화한 의욕은 좋았으나 희곡의 해석이 좀 특별했던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연극 '고래가 산다' 공연장면/사진=정중헌

극작가 김수미는 한강을 도시의 소외자들, 상처받은 사람들, 벽에 갇혀 질식할 것 같은 사람들의 피안으로 설정한 것 같았다. 현대인들의 소통부재와 피폐된 삶을 연금술사처럼 단어와 문장으로 뽑아내는 김수미의 희곡은 대사연극의 특성이 강하다고 본다.

그런데 손정우 연출은 화술 연극이 아닌 이미지의 연극으로 이 작품을 형상화해 시각효과와 움직임, 리듬에 역점을 두었다. 정지화면과 라이브음악, 무용을 조화시켜 여러 커트 속에 다양한 사건들을 보여주고자 했다.

그러다보니 스토리텔링이 뒤로 밀리고 배우들은 오브제화되어 전위적 현대예술을 대하듯 난해했고 긴장감과 응집력도 약했다. 차라리 스무명에 달하는 배우들이 자기의 처지와 불만을 대사위주로 쏟아냈으면 관객은 시원 통쾌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손정우 연출과 극단 유목민의 의도를 비판할 생각은 없지만, 이미지 보다는 배우가 보였으면 하는게 내 솔직한 바람이다. 이미지도 좋지만 한강으로 내몰린 소외자와 상처입은 소시민들이 한강에 대고 소리치고 가슴 속 응어리를 털어놓게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래서 고래 잡으러 동해 바다를 못가지만 한강에 고래가 나타나는, 그래서 절망 끝의 희망을 품어보게 하면 어떨까. TV 예능에서 고교생들이 소리질렀던 프로그램처럼...

연극 '고래가 산다' 공연장면/사진=극단 유목민

유치진의 '한강은 흐른다'는 6.25 전쟁으로 상처받은 인간군상을 그려냈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넘어 서울은 눈부시도록 경제발전을 이루고 컴퓨터와 인공지능이 편리를 제공하는데 한강에 투신자살자가 늘고 정처를 잃은 사람들이 여전하다는 설정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퇴역군인 노역의 배우 이태훈, 노숙자 역의 배우 장영철, 수질검사원 역의 배우 이승기, 아이엄마 역의 배우 주수정, 구두남 역의 배우 김동현 등 21명의 배우가 앙상블을 이뤄 이미지를 잘 형상화했으나 관객과의 소통이 잘 되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고래가 산다'는 대극장 무대에 창작 신작이 올려진 것에 찬사를 보내면서도 초연에 만족하기는 역시 어렵다는 걸 새삼 느꼈다./3월 10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정중헌

인터뷰 365 기획자문위원. 조선일보 문화부장, 논설위원을 지냈으며「한국방송비평회」회장과 「한국영화평론가협회」회장, 서울예술대학 부총장을 지냈다. 현재 한국생활연극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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