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스릴러 보다 멜로 비중 높인 연극 '미저리'...심리적 공포는 덜해
[리뷰] 스릴러 보다 멜로 비중 높인 연극 '미저리'...심리적 공포는 덜해
  • 정중헌 기획자문위원
  • 승인 2018.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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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헌의 문화와 사람] 황인뢰 연출의 연극 '미저리'
연극 '미저리' 공연 장면/사진=스토리피

[인터뷰365 정중헌 기획자문위원] 스릴러보다는 멜로 비중을 높인 황인뢰 연출의 연극 '미저리'. 배우 김상중·길해연·고인배 출연의 연극 '미저리'는 스티븐 킹의 소설, 케시 베이츠 주연의 영화와는 다른 배우들이 실연하는 공연인데 이제까지 보아온 연극과는 다른 느낌이다.

연출은 섬세하면서도 매끄럽고, 배우들의 연기도 흠잡을데가 크게 없다. 집 한채를 사실적으로 재현해 회전시킨 무대의 기능성, 음악 조명 음향 소품 등 어느 한 부분도 소홀함이 없는 웰메이드 작품이다. 그런데 내겐 연극같지 않고 생경하게 느껴졌다. 소설을 읽는 것 같은 스토리 전개에 유려한 미장셴이 영상드라마 같다고 할까.

서스펜스 스릴러를 예상했던 관객들은 다소 의아했을지도 모른다. 해머와 식칼이 나오고 타자기로 내리치는 폭력 장면도 나오는데 전율이 오기는 커녕 무섭지도 않았다.

연극 '미저리' 공연 장면/사진=스토리피

이는 황인뢰 연출 스타일의 장점이지만 단점이 되기도 한다. 프레스콜 기사를 보니 스릴러를 견지하면서 멜로적인 요소를 강조했다고 했다. 그런 시각에서 보면 이 연극이 왜 정적인지 이해할 수 있으나 멜로를 넘어 휴먼드라마가 되려면 스릴러 구조 자체를 바꿔야 했으며 연기 또한 더 치밀하고 심리가 다층적이어야 했다.

소설 '미저리'를 시리즈로 낸 베스트셀러 작가 폴 쉘던을 좋아하는 광팬이 교통사고를 당한 작가를 자기집에 데려가 치료하며 애정을 쏟는다. 그런데 작가가 주인공 미저리를 소설에서 죽이자 팬덤은 집착과 광기로 변해 작가를 죽이려든다.

영화에서처럼 연극에서도 여주인공이 파워플하게 극을 끌어가야 하는데 애니 역 길해연은 수줍은 애교에서 사이코 같은 광기의 연기 폭을 자기 컬러로 소화해 열연했으나 강렬하지는 않았다.

시종 침대에 눕거나 휠체어에 앉아 연기하는 폴 역 김상중은 오랜만의 무대인데도 정확한 발성과 예민한 감정 변화를 보여주었지만 멜로와 서스펜스 사이의 아우라 조성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다.

연극 '미저리' 공연 장면/사진=스토리피

보안관 역 고인배는 등장 시간은 짧아도 극을 반전시키고 긴장감을 주는 촉매 역할을 잘 해냈다.

세 팀(김상중·길해연, 김승우·이지하, 이건명·고수희)이 끌어가는 이 공연은 페어마다 색깔이 다르겠지만 어느 팀도 스릴러와 멜로를 동시에 녹여낸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황인뢰 표 '미저리'는 여주인공 애니를 외로움의 끝에선 여인으로 보고 사랑으로 구원하려는 멜로를 가미시켜 세련된 무대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핵심인 심리적 공포가 약화되면 관객들이 기대한 관극의 재미는 덜 할수 밖에 없다. /4월 15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강홀.

 

정중헌

인터뷰 365 기획자문위원. 조선일보 문화부장, 논설위원을 지냈으며「한국방송비평회」회장과 「한국영화평론가협회」회장, 서울예술대학 부총장을 지냈다. 현재 한국생활연극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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