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22년차 배우 김명민의 한결같은 연기열정 "힘겨웠던 지난 시절이 원동력"
[인터뷰] 22년차 배우 김명민의 한결같은 연기열정 "힘겨웠던 지난 시절이 원동력"
  • 김리선 기자
  • 승인 2018.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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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을 함께 한 '조선명탐정' 시리즈, "힘닿는 데까지 해보고파"
-'하얀거탑' 11년만의 재방송 "감격스러워...화면 속 내 모습 보려니 민망해"
-오랜 무명생활 뉴질랜드 이민 결심도.."힘들었던 시절, 연기 원동력으로 작용"
배우 김명민/사진=쇼박스

[인터뷰365 김리선 기자] "이렇게 입으니 색다르게 보이나봐요. 양복 입은 모습이 익숙해서 그런가. 이 모자도 살짝 틀어주는게 포인트에요. 그냥 쓰면 답답하거든요.(웃음)"

삐딱하게 눌러 쓴 캡 모자. 편안한 셔츠와 블랙 진. 인터뷰 자리에서 만난 배우 김명민의 옷차림이였다. 평소 복장이란다. 

스타일에서 엿볼 수 있듯 김명민은 형식이나 격식, 무게감 보단 솔직하고 위트가 넘치는 배우다. 진지함 속에 재치를 잃지 않는 면모는 8여년을 함께 해온 영화 '조선명탐정'의 '김민'의 캐릭터와도 닮아있다.  

올 초 김명민은 영화와 드라마로 대중들을 만나고 있다. 지난 1월 말부터 UHD 고화질영상으로 11년만에 재방송된 드라마 '하얀거탑'과 영화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를 통해서다. 최근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명민은 "올해 초부터 뭔가 엄청난 기운이 올라오고 있는 것 같다"며 기분좋게 웃었다.  

배우 김명민/사진=쇼박스

◆"'하얀거탑' 다시 보려니 민망해...'조선명탐정'은 제 친근한 모습을 보여준 영화"

-영화 '조선명탐정3' 개봉과 맞물려 11년만에 재방송되는 드라마 '하얀거탑'이 주목받고 있다.

11년 전 드라마를 정규편성 한다는건 유례없는 일인데, 굉장히 영광스럽다. 여기에 영화 개봉까지 하니 기분 좋은 일이다.

-11년 만에 '하얀 거탑'을 다시 보니 어떻던가.

UHD 고화질로 보이는 화면은 어떨지, 편집은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해서 살짝 살짝 보긴 했다. 11년 전 내 모습을 본다는게 민망하더라.(웃음) 그 당시 연기가 얼마나 미숙했을지 고민도 되고. 모니터링을 해야하니 보긴 하는데, 사실 내가 출연한 작품은 잘 못보겠다.

(MBC드라마 '하얀거탑'(2007)은 의학 드라마의 새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작품이다. 극 속 김명민은 권력에 대한 야망으로 가득찬 천재 의사 장준혁으로 인상 깊은 연기를 펼쳤다. 이 드라마로 그는 2007년 MBC 연기대상 미니시리즈부문 남자 최우수상, 2007년 제43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남자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MBC 드라마 '하얀거탑'의 배우 김명민. 이 드라마는 11년만에 '다시 만나는 하얀거탑 UHD 리마스터드'로 재방송되어 시청자들을 만났다./사진=MBC

-'조선명탐정' 시리즈를 8년간 함께 해왔다. 영화가 갖는 의미는

김명민이란 사람을 한꺼풀 벗겨내준 영화랄까. 진지하고 까칠하게 보였던 김명민을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게 해준 작품이다. 또 치유와 힐링을 안겨준 현장이어서 내겐 남다른 의미가 있는 영화다.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은 한국판 셜록홈즈라 불리는 '조선명탐정'시리즈의 3편이다. 2011년 '각시투구꽃의 비밀'로 한국형 시리즈물의 시작을 알린 후 2015년 '사라진 놉의 딸'에 이은 3년 만의 복귀다. 배우 김명민을 비롯, 1편부터 함께 해온 배우 오달수, 김석윤 감독이 다시 한번 의기투합했다. )

-치유의 현장이란 의미는.

'조선명탐정'을 촬영하는 시간만큼은 내게 힐링 그 차체였고, 치유의 장소였다. 저 뿐 아니라 (오)달수형도 그렇고, 김석윤 감독님, 참여했던 스태프들이 8년 째 호흡을 맞추고 있다. 그 누구도 촬영 현장을 마다하는 사람이 없다. 만약 4편 촬영에 돌입한다면 열일 제쳐놓고 이 현장을 우선적으로 찾겠다는 분들이다. 이번에 첫 합류한 막내 스태프가 "말로만 듣던 '조선명탐정' 현장에 참여해서 너무 좋다"고 말하더라. 어떻게 하면 이 영화의 스태프로 일할 수 있냐는 문의가 오는 현장이니까. 그 만큼 분위기가 너무 좋다. 그러나 우리들만의 잔치는 아무 의미가 없다. 관객분들께도 이 영화를 통해 그런 힐링을 느끼셨으면 좋겠다. 그래야 이 시리즈의 명맥이 유지되는 거고. 

영화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스틸 컷

-촬영 현장이 궁금하다

처음 1편을 찍었을 당시 촬영 현장은 그야말로 내겐 '멘붕'이었다. 첫날에는 도대체 이 현장은 뭘까 싶었다.(웃음) 한 장면 찍고 모니터 보고, 커피 마시고 다시 한장면 찍는 이런 현장과는 거리가 멀었다.

일단 모니터룸 앞에 의자가 없더라. 앉을 곳이 없었다. 심지어 감독님 의자도 없고 모니터만 달랑 있는데, 감독님은 현장에서 일사 분란하게 움직이면서 컷, 오케이를 숱하게 반복하며 진두 지휘를 하는데, 무슨 검객의 모습이었다. 현장 장악력이 엄청났다.

워낙 컷이 빠르고 모니터 없이 바로 다음 컷으로 넘어가니까, 달수 형과 내가 어디서 뭘 해야할 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달수 형과 같이 툇마루에 '찌그러져' 앉아서 이 현장 적응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웃음)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시퀀스들이 오후 7~8시에는 끝나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첫 촬영이 오후를 넘기자마자 바로 끝나더라.  

-현장 적응은

한 1주일 정도 지나니까 감독님의 스타일을 알겠더라. 발로 뛰어다니면서 연출하시는 분이다. 그리고 철저한 연습과 철두철미한 콘티를 바탕으로 배우들이 편하게 연기에만 몰두할 수 있게 해주신다. 그 때부터 현장이 편하게 다가오더라.  

-지금도 현장 분위기는 그대로인가?

똑같다. 다만 모니터룸에 의자는 배치되어 있다.(웃음) 감독님은 현장에 그대로 있다. 이 영화가 있기까지는 감독님의 진두지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다 감독님 덕분이다.

쉴 때도 스태프들은 감독님과 현장에서 리허설을 한다. 배우들이 현장에 도착가기 전 스태프들은 새벽부터 일사분란하게 카메라 셋팅을 하고 미리 준비를 끝내놓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배우들이 연기를 못하거나 대사를 못 외워 NG를 내게 되면 그들의 노고가 헛수고가 되어 버린다. 그러니 배우들 역시 완벽하게 준비를 해올 수 밖에 없다. 우리 현장은 "내가 잘하면 촬영이 일찍 끝난다"는 인식이 박혀 있다. 

-촬영 기간은

2편 때는 70회차 예정 촬영 횟수를 44회차로 줄였다. 3편 때는 처음부터 촬영 예정을 47~48회차로 적게 잡았는데 44회차에 촬영이 끝났다. 아쉽더라. 여행을 한 달 계획하고 갔다가 보름 만에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다. 

◆"배우 김지원 합류 소식에 만세 불러...다중인격 캐릭터 해보고파"

-3편에서는 '흡혈괴마'란 초현실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다.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고민은 없었나.

다른 영화에서 납득이 안되는 소재라도 이 영화 안에서는 납득이 되는게 매력이다. 어떤 소재나 장르를 다루더라도 '명탐정 화(化)'가 된다. 소재나 장르에 구애를 받지 않기 때문에 이번 3편의 시도가 성공한다면, 4,5편에도 차별화된 시도를 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조선명탐정 시리즈는 논리적으로 파헤치거나 분석할 볼 필요가 없는 영화다. 편안하게 관람하셨으면 좋겠다. 

('조선명탐정' 3편 '흡혈괴마의 비밀'은 괴마의 출몰과 함께 시작된 연쇄 예고 살인 사건을 파헤치기 위해 명탐정 김민(김명민)과 서필(오달수), 기억을 잃은 괴력의 여인 월영(김지원)이 힘을 합쳐 사건을 파헤치는 코믹 수사극이다. 극속 김명민이 맡은 역할은 조선 제일의 명탐정 '김민'. 명석한 두뇌와 잔머리, 귀신 같은 추리력의 소유자로, 콧대 높은 자신감과 허세 넘치는 능청스런 캐릭터다. 특히 이번 편에서는 뉴페이스이자 영화 속 미스터리한 괴력의 여인역으로 김지원이 합세해 힘을 더했다.)

영화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스틸 컷

-3편 만의 매력은

드라마는 더욱 탄탄해졌고, 여주인공이 한 축이 되어 동시에 사건을 풀어나간다. 또 김민의 과거도 등장한다. 감동도 있고 웃음도 있다. 재미있고 유쾌할 줄만 알았던 이 영화의 또다른 면을 만나실 수 있을 것 같다.  

-3편 여주인공으로 배우 김지원이 합류했다는 소식을 듣고

만세를 불렀다.(웃음) 지원씨가 출연했던 드라마 '태양의 후예'와 '쌈, 마이웨이'도 살짝 봤었는데, 차분함 속에 강인한 에너지가 넘치는 여배우였다. 복합적인 성격을 가진 '월영'역에 잘 맞겠다 싶었다. 첫 리딩 때부터 분석을 제대로 해서 왔더라. 촬영장에서는 떨리다고 말하면서도 일단 카메라가 돌아가면 대단한 몰입력을 보여주는데, 천상 배우더라. 이 작품은 김지원씨에 의한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기대했던 것 보다 훨씬 잘해줬다.  

-8년과 함께한 김석윤 감독과의 호흡은 

다른 코믹 영화와 특화된 이 영화만의 차별점은 감독님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들이다. 영화 속 등장하는 다양한 발명품, 김민이나 서필의 말투, 허를 찌르는 타이밍에 절묘하게 등장하는 대사 이런 것들 전부. 그 분의 센스는 혀를 내두를 정도다. 애드리브도 대본에 이미 완벽하게 쓰여있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의외로 많이 나오지 않는다. 우리보다 감독님이 애드리브를 더 많이 알고 있을 정도니까. 감독님은 '조선명탐정' 시리즈의 선봉자이자 캡틴이다. 

('조선명탐정' 시리즈의 김석윤 감독은 예능 '슈퍼 TV 일요일은 즐거워', '시트콤 '올드 미스 다이어리', 드라마 '이번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 등 예능과 시트콤,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해온 연출가다.)

-'조선명탐정' 4편 계획은.

3탄이 분수령이 될 것 같다. 4, 5탄이 이어질지는 관객 분들께 달려있다. 관객 분들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는 영화가 되어야 하니까. 나는 힘닿는 데까지 이 시리즈를 해보고 싶다.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난 준비가 되어 있다.(웃음)

-영화 속 '김민'이란 캐릭터는 진중함과 코믹을 오간다. 실제 모습은

저에게도 그런 모습들이 모두 있다. 본의 아니게 진중한 역할을 하다 보니까 주위에서 그럴 꺼라고 생각 하시더라. 진중함도 있겠지만, 코믹스러움도 있다. 김민스러운 모습도 있다. 

-출연하는 작품마다 메소드 연기로 화제다

연기에 대한 고민은 늘 한다. 캐릭터에 혼을 불어 넣고 살아 숨쉬게 해야 하니까. 배우는 그 인물을 대변하는 사람이다. 캐릭터는 허구의 인물이지만, 어딘가에는 살아 있을 것이란 전제로 연기를 하는 거다. 그 사람을 대신해 관객분들께 보여준다고 생각하면서 캐릭터를 분석한다.   

-해보고 싶은 역할이 있다면

다중 인격 캐릭터? 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22년차 배우 김명민, 오랜 무명 생활로 이민 생각도..."힘겨웠던 시절, 이젠 연기 원동력"  

배우 김명민/사진=쇼박스

-20여년간 연기를 계속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을 겪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다. 영화 '페이스 메이커'(2012)를 찍으면서 시작한 마라톤을 지금도 좋아하는데, 뛰다 보면 어린 시절부터 현재의 내 모습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당시 내가 마라톤을 했을때가 40대 초반이었는데, 뛰면서 40살까지 지나온 세월들이 쫙 돌아가더라. 마라톤은 나이 드신 분들이 많이 하는데, 그 이유가 그 간에 살아온 인생이 돈다고 하더라. 현재까지 살아오면서 힘들었던 순간들이 플래시백처럼 도는거다. 그게 더 뛸 수 있는 원동력으로 작용하는 거다.   

-힘들었던 기억이라면

학창 시절 막연하게 연기자의 꿈을 꾸고 연극반에 들어갔다. 고교 시절 부모님의 반대가 완강하셔서 연기를 하겠다고 가출을 했던 시절도 있었다. 대학에 들어가서 어렵게 연극을 해서 오디션을 보고 주인공을 맡았는데, 아무도 안와서 서러웠던 기억도 있다. 단역으로 전전 할 때 청운의 꿈을 안고 1996년 SBS 공채로 뽑히면서 다 이룬 듯 했는데, 3~4년간 단역 생활만 했던 경험들도 생각나고. 오디션에 미끄러지고, 영화도 세편 내리 엎어지면서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면서 사극 '불멸의 이순신'(2004~2005)이 뉴질랜드로 떠나려는 나의 발목을 잡아 다시 나를 원점으로 돌려놓기까지 이 모든 것들이 연기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원동력으로 작용한 것 같다. 

-오랜 무명으로 연기 활동을 포기하고 뉴질랜드 이민가려 했던 일화를 공개했는데. 그 때 연기를 그만뒀다면.

아마 뉴질랜드로 이민 가서 재벌이 되지 않았을까.(웃음) 그때 사업 구상도 이미 되어 있는 상태였다. 난 포기가 빠르다. 한번 마음을 접기까지 숱한 고민을 하지만, 접으면 뒤도 안 돌아본다. 미련은 남았겠지만, 미련을 두지 않으려고 더욱 열심히 일했을 것 같다. 그러나 마음 한 켠엔 아련함이 남아 있었겠지. 한국에서 이루고 오지 못했다는 낭패감도 들었을 테고.

-김명민은 어떤 사람인가.

지금 모습 그대로다. 가식 없고 있는 그대로를 말하는 솔직한 사람 같다.

김리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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