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운경 배우의 집념 서린 연극 '가벼운 스님들'
연운경 배우의 집념 서린 연극 '가벼운 스님들'
  • 정중헌 기획자문위원
  • 승인 2018.02.0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중헌의 문화와 사람]
연극 '가벼운 스님들' 콘셉트컷/사진=극단 코드이엔

[인터뷰365 정중헌 기획자문위원] 연극 '가벼운 스님들'의 제목은 '가벼운'이지만 재미있고 '심쿵'한 작품이다.

3일 대학로 알과 핵 소극장에서 관람한 '가벼운 스님들'은 배우들의 빛나는 개인기, 감칠맛 넘치는 대사, 경쾌한 유머와 심금을 울리는 상황 등 삼박자가 조화를 이룬 매력적인 연극이었다.

이만희 작가의 신작인데도 한파를 헤치고 극장으로 몰려온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이번 작품이 성공한 배경에는 이만희 작가의 풍자와 재기 넘치는 대사 구사력, 대학로 중견 최용훈 연출의 깔끔한 극해석과 여유 있는 동선, 삭발까지 하고 단단한 팀웍을 이뤄낸 네 여배우(연운경·강애심·박현숙·이현주)의 의기투합이 있지만 수훈 갑은 이 작품을 무대 위에 올려 생동감 있게 살려낸 배우 연운경이다.

수년 전 이만희 작가에게 어렵게 이 작품을 받아낸 연운경은 국공립 단체는 물론 여러 극단에 공연을 부탁했지만 거절 당했다. 자신의 진정을 몰라주는 연극계가 야속한데다 무엇보다 작품의 진가를 몰라주는 것이 더 가슴 아팠다. 참다 못한 연 배우는 자신이 직접 제작에 나서는 모험을  한 것이다.

예술작품은 뚜껑을 열어봐야 결과를 알 수 있어 위험 요소가 크다. 연극 한편을 제대로 만들려면 수천만원이 드는 현실에서 배우가 제작에 나서는 것은 자칫 무모할 수도 있다. 리스크를 본인이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관객들이 연운경의 진정성을 알아주고 작품의 진면목을 평가해 준 것이다. 관객들이 너나없이 재미있다고 칭찬해 주자 배우들도 덩달아 힘이 솟았다.

연극 '가벼운 스님들' 커튼콜에서 출연배우들이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에 화답하고 있다./사진=정중헌

'가벼운 스님들'의 매력은 쌩쌩한 여성파워였다. 나이 70을 바라보는 연운경은 건강을 위해 꾸준히 해온 요가의 동작을 극중에서 유감없이 발휘하여 관객의 박수를 받았다. 같은 작가의 대표작 '그것은 목탁 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에서 확실한 존재감을 보였던 연운경이 연륜과 관록에 묻어나는 숙성된 연기로 무대의 중심을 편안하게 잡아 주었다. 

여기에 신인 시절부터 연기력을 인정받은 연기파 강애심이 오랜만에 적역을 맡아 무대를 펄펄 날았다. 그의 연기는 코믹하다가도 코끝을 찡하게 했으며, 어느 부분에선 앙징스런 연기로 디테일한 재미를 살려내는가 하면 때로는 선 굵은 연기로 반전의 묘미를 느끼게 해주었다.

박현숙은 깐깐한 총무스님 역을 밉지 않게 해냈고 이선주는 순박하면서도 어눌한 코믹 연기로 폭소를 자아냈다. 각 배우가 자기 몫을 잘 해내며 상대를 받쳐주어 어느 한순간도 빈틈을 만들지 않았다. 이런 팀웍 속을 결코 파고들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청일점' 최광일은 능청스러우면서 진정이 깃든 코믹연기를 멋지게 해냈다. 

/사진=극단 코드 이엔
연극 '가벼운 스님들' 콘셉트 컷/사진=극단 코드이엔

이만희 작가의 감각은 녹슬지 않았다. 최근 가벼운 터치의 풍자극으로 돌아선 그의 작품은 그 안에 세상사의 이치와 인생의 애환을 재기발랄 경쾌한 템포로 녹여내 웃으면서 가슴을 싸하게 하는 감동과 힐링을 주고 있다.

비구니들의 절 생활이 엄숙하고 무거울법한데 이 작품은 우리네 세속인들과 다름없는 애증과 갈등을 담아냈고 여기에 기괴한 상황까지 곁들여 어느 한 구석 늘어진데 없이 시종 폭소를 자아내며 객석을 휘어잡았다.

평면적인데도 무대미술이 산사처럼 시원했고 조명도 친근감을 주었지만 무엇보다 연출의 동선이 심플하면서도 배우들이 마음껏 기량을 펼치도록 배려하고 있어 관객이 편했다.

과거의 사찰 소재 연극은 딱딱한 엄숙주의로 재미도 메시지도 놓쳤는데 '가벼운...'이란 제목을 붙인 이 초연작은 불교의 넉넉한 가르침을 웃음 속에 명쾌하게 녹여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고 할 수 있다.

 

정중헌

인터뷰 365 기획자문위원. 조선일보 문화부장, 논설위원을 지냈으며「한국방송비평회」회장과 「한국영화평론가협회」회장, 서울예술대학 부총장을 지냈다. 현재 한국생활연극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 서울특별시 구로구 신도림로19길 124 801호
  • 등록번호 : 서울 아 00737
  • 등록일 : 2009-01-08
  • 창간일 : 2007-02-20
  • 명칭 : (주)인터뷰365
  • 제호 : 인터뷰365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최우수상
  • 명예발행인 : 안성기
  • 발행인·편집인 : 김두호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문희
  • 대표전화 : 02-6082-2221
  • 팩스 : 02-2637-2221
  • 인터뷰365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인터뷰365 - 대한민국 인터넷대상 최우수상 . All rights reserved. mail to press@interview365.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