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정중헌 기획자문위원] "댁의 아내는 안녕하십니까?"
연극 '아내의 서랍'은 중년의 부부가 함께 볼만한 연극이다. 주호성, 김순이 배우의 2인극인데 주호성의 대사량이 엄청나다. 그가 아니면 소화하기 힘든 캐릭터란 생각도 든다.
김태수 작가는 남편의 회상 형식을 통해 한 가부장적 남편을 둔 아내의 정한을 극사실화처럼 묘사해 내고 있다. 중년과 노년 관객에게는 그 정황이며, 대사 하나하나가 가슴에 박힌다. 그래서 회한도 들고 박수도 친다.
남편이 자기 위주 일상을 보낼때 아내는 지나온 추억을 서랍에 차곡차곡 쌓으며 병들어 간다. 알츠하이머, 치매다. 아내의 중병을 알게 된 남편은 아내가 원했던 생일케익 촛불끄기와 장미꽃 다발을 선사하며 속죄하지만 아내는 그 절반도 느끼지 못한다.
이 공연의 장점은 한 중년부부의 일생을 유리알처럼 거울에 투영시킨 작가의 심리묘사력이다.
그런데 대사량이 너무 많다보니 말에 치이는 느낌을 주는게 흠결이다. 신유청 연출 역시 관객이 숨을 쉴 여유를 주지 않고 2시간 동안 배우들을 내달리게 한다.
그래도 화술이 뛰어난 주호성이 인생의 연륜을 담아 설득력 있게 대사를 전달하면서 거기에 감정의 기복까지를 담아내 관객들을 몰입시켰다.
아내와 딸 역의 1인 2역으로 오랜만에 무대에 선 김순이는 아내 역은 연민을 일으킬만큼 여리게, 엄마의 속내를 시원하게 아빠에게 터뜨리는 딸 역은 강하게 설정해 2인극이지만 3인극을 보는 듯하다.
'아내의 서랍' 이란 시로 마무리하는 이 연극은 무심코 인생을 살아온 부부들에게 자신들을 돌아보게 하는 부부학개론이다.
단 관객이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는 배려는 아쉬웠다. 대사를 좀 줄여 여백을 만들고 연출에도 리듬을 살려 변화를 주면 훨씬 좋은 작품이 되지 않았을까. 2018년 1월 14일까지 대학로 명작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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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헌
인터뷰 365 기획자문위원. 조선일보 문화부장, 논설위원을 지냈으며「한국방송비평회」회장과 「한국영화평론가협회」회장, 서울예술대학 부총장을 지냈다. 현재 한국생활연극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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