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정중헌 기획자문위원] 이태훈 연출의 연극 '불매기'는 연희 형식의 수용이 왜 중요하고 얼마나 관객의 정서에 와닿는지를 보여준 작품이다.
'볼매기'는 제17회 한국 국제 2인극 페스티벌 기획초청작이다. 어느 독쟁이의 한서린 인생 역정을 2인 연희극으로 풀어내 마치 씻김굿 같은 치유를 경험케 한다.
연희극은 배우들이 풀어져 한판 놀아야 제맛이 난다. 박정순, 길윤이 두 배우는 연기 노래 춤까지 다양한 기량을 보여준다. 특히 옹기장이 아들이었다는 배우 박정순은 물레를 돌리고 독을 다루는 발림이 여간 아니다. 젊은 세대인 배우 길윤이는 인형을 다루며 연희하는 솜씨가 뛰어났다.
이처럼 다채로운 요소들을 수용한 연희극을 만드는 전문가가 드문데 이태훈 연출은 토속적 연기도 하면서 연희극 장르를 꾸준히 개척해 왔다.
구한말 천주교 탄압에 쫒겨 충청도 산골로 숨어들어 옹기장이가 된 한 가정은 일제식민지와 6.25전쟁, 4.19와 5.16 등 현대사 격변 속에 풍비박산 되고 만다. 부모자식을 잃고 아내와 과거사를 더듬는 독쟁이의 넋두리 같지만 그 기저에 장작가마의 뜨거운 불길을 온몸으로 막아내는 우리네 불매기 정신이 깔려있다.
특히 지루할 수도 있는 사설을 음악과 더불어 지루하지 않게 풀어낸데다 부모자식을 극락으로 보내는 진혼굿으로 맺어 구슬프면서도 해피엔딩이어서 개운한 기분도 든다.
탈춤, 꼭두극, 굿, 판소리, 고전무 등 우리 전통의 매력적인 요소들을 연극에 접목하는 작업이 활기를 띤다면 한국연극의 지평이 훨씬 더 넓어지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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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헌
인터뷰 365 기획자문위원. 조선일보 문화부장, 논설위원을 지냈으며「한국방송비평회」회장과 「한국영화평론가협회」회장, 서울예술대학 부총장을 지냈다. 현재 한국생활연극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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