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대' 명인들의 허허로운 삶을 아련하게 극화한 음악극 '적로'
'젓대' 명인들의 허허로운 삶을 아련하게 극화한 음악극 '적로'
  • 정중헌 기획자문위원
  • 승인 2017.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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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헌의 문화와사람]
'적로-이슬의 노래' 공연장면/사진=돈화문국악당
'적로-이슬의 노래' 공연장면/사진=서울돈화문국악당

[인터뷰365 정중헌 기획자문위원] 우리 말씨, 우리 장단, 우리 몸짓은 우리 몸 속의 인자들을 살려내 어깨춤으로 신명을 느끼게 한다.

서울 돈화문국악당이 기획한 '적로-이슬의 노래'는 창덕궁 앞 옛스런 공간에 어울리는 판소리 마당극이다.

이 공연이 창극 대신 '음악극'으로 한 것은 정가도 넣고 양악기(신디사이저, 클라리넷)도 함께 해 전통을 현대화 해보자는 의도로 읽힌다.

창극이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지만 편히 앉아서 귀와 눈이 모처럼 제 격으로 호사했다는 기분이 든다.

옛날 대청마루에서 펼치는 소리와 재담, 거기에 춤이 곁들여진 질박한 멋과 흥은 서양 뮤지컬의 재미와 견줄 수 없지 않을까.

배삼식 작가의 대본도 좋다. 일제강점기 대금의 명인 박종기와 김계선의 기록 몇개로 이만한 픽션을 만들어 낸 것은 국악계의 큰 자산이다.

'적로-이슬의 노래' 공연장면/사진=돈화문국악당
'적로-이슬의 노래' 공연장면/사진=서울돈화문국악당

앞뒤 사설이 좀 길지만 기생 산월(하윤주)을 놓고 두 명인 박종기(안이호), 김계선(정윤형)이 펼치는 꿈같은 이야기는 가슴 절절하고 아름답다.

안이호의 노련함에 정윤형의 패기가 이뤄내는 캐미가 진정 멋들어졌고 파워풀했다. 박종기의 사설이 설득력 있었다면, 김계선 역을 맡은 정윤형의 몸짓 손짓 눈빛은 잊었던 우리 원형을 다시 보는 것 같아 반가웠다. 산월역의 하윤주의 연기도 돋보였으나 정가와 판소리의 조합이 조금은 튄다는 느낌이 든다. 

판소리로 하는 노랫말을 다 알아들을 순 없었지만 그 자리를 연기로 채운 연출(정영두)도 좋았고 발 뒤에서 반주와 음악(최우정)을 맡은 대금의 박영규 등 5인의 라이브도 극에 명암과 활력을 불어넣었다.

'적로-이슬의 노래' 공연장면/사진=돈화문국악당
'적로-이슬의 노래' 공연장면/사진=서울돈화문국악당

특히 18곡의 가사는 한편 한편 시이자 산문이라고 할 만큼 내용(스토리텔링)이 있었고 운율도 좋았다.

창극이든 음악극이든 이만한 인재들이 의기투합하면 앞으로 멋진 창작이 나오리라고 본다.

국악에도 소극장 뮤지컬 규모의 창극이 있으면 했는데 대금 명인들의 허허로운 인생과 붉은 핏방울이 이슬처럼 떨어진다는 불멸의 소리를 이처럼 조촐하게 음악극으로 그려냈다는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특히 창작에서 느껴지는 신선한 아우라를 객석에서 맛보는 재미도 여간 쏠쏠하지가 않다. 11월 24일까지 서울돈화문국악당.

'적로-이슬의 노래' 공연이 끝난 후
'적로-이슬의 노래' 출연진 정윤형, 하윤주, 안이호

 

정중헌

인터뷰 365 기획자문위원. 조선일보 문화부장, 논설위원을 지냈으며「한국방송비평회」회장과 「한국영화평론가협회」회장, 서울예술대학 부총장을 지냈다. 현재 한국생활연극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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