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연극 '옥상밭 고추는 왜' 각박한 우리네 일상 조명
[리뷰]연극 '옥상밭 고추는 왜' 각박한 우리네 일상 조명
  • 정중헌 기획자문위원
  • 승인 2017.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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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헌의 문화와사람]
김광보 연출의 연극 '옥상밭 고추는 왜'/사진=서울시극단
김광보 연출의 연극 '옥상밭 고추는 왜'/사진=서울시극단

[인터뷰365 정중헌 기획자문위원] 무대에 되비쳐본 소소한 우리네 일상.

세종 M극장에 올려진 장우재 작, 김광보 연출의 서울 변두리 한 빌라에서 벌어진 사소한 사건을 다소 우화적으로 그린 작품이다.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의 축도를 보여주는 것 같아 재미로만 보기에는 불편한 소재일 수 있다.   

그러나 이 작품에 집중해 재밌게 관람 할 수 있었던 것은 김광보 연출의 섬세함과 희극성, 배우들의 연기 아닌 일상같은 수수함이 배어났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더 아쉬운 것은 작가 의식의 비약과 과잉이 조금 절제됐으면 하는 점이다.

층간 소음으로 살인을 하는 시대에 옥상의 고추 하나로 마음이 상하고 버럭할 수도 있다. 빌라 주민 현태가 분노할 당위성도 있지만 사과를 받아내기 위해 피켓 시위를 하고, 이웃 주민 동교까지 나서 현자의 반려견을 빼앗는 행위는 극이라지만 편치 않다.

개인적인 분란이 집단으로 번지고 끝장을 봐야 하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를 보는 느낌도 있다. 연극이 갈등 해소의 역할도 한다는데 이 연극은 점점 각박해지고 집단화 해가는 우리 사회를 보는 것 같아 섬뜩함까지 느껴진다.

그렇더라도 작가의 아이디어는 기발하다. 이런 저런 이유로 따분하고 분통 터지는 인간 군상들에게 출구를 열어주는 것 같은 통쾌함이 있다. 문제를 사회적 정치적으로 풀기보다 순리적으로 풀어냈다면 멋진 블래코미디가 될 만한 소재다.

의 배우 고수희
연극 '옥상밭 고추는 왜'의 배우 고수희/사진=서울시극단

이 연극의 재미는 동네 할머니들, 개인택시 기사들, 시위꾼 같은 다양한 군상들의 표정을 읽고 찌질한 행동을 보는 것이다.

옥상의 고추밭을 위해 2층 무대를 쓴데다 3개의 빌라로 구분한 무대장치가 좀 복잡하긴 했지만 배우들의 다양한 캐릭터 설정으로 지루한 부분이 없다.

현자 역의 배우 고수희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우리 이웃 어디쯤 있을 법한 억척스럽고 이기적인 아줌마상을 잘 표출해냈다. 현태 역의 배우 이창훈도 사건의 중심에선 주요한 배역을 잘 해냈지만 다만 뒤로 가면서 캐릭터가 약화된 점은 아쉽다.

동교 역의 배우 유성주, 수환 역의 배우 이창직, 성복 역의 배우 한동규 등과 광자 역의 배우 문경희, 재란 역의 배우 백지원의 개성 연기도 주목할 만하다.

 

정중헌

인터뷰 365 기획자문위원. 조선일보 문화부장, 논설위원을 지냈으며「한국방송비평회」회장과 「한국영화평론가협회」회장, 서울예술대학 부총장을 지냈다. 현재 한국생활연극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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