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재미와 감동 살려낸 루마니아 연극 '오셀로'
[리뷰]재미와 감동 살려낸 루마니아 연극 '오셀로'
  • 정중헌 편집자문위원
  • 승인 2017.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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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헌의 문화와사람]
루마니아 토니불란드라 극단 '오셀로'/사진=서울연극협회
루마니아 토니 불란드라 극단의 '오셀로'/사진=서울연극협회

[인터뷰365 정중헌]루마니아 토니 블란드라 극단의 '오셀로'는 셰익스피어의 비극이 실험적이면서도 현대적 해석으로도 낯선 관객과 완벽한 소통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 수작이다.

동양예술극장에서 공연된 이 작품은 드럼통과 7개의 의자, 밧줄, 천, 그리고 7명의 배우만 무대에 오른다. 세트도 없고 등·퇴장도 하나 뿐인 소극장인데, 거기서 갈매기 소리가 들리고 인간의 질투와 음모, 사랑과 죽음의 상황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이 작품은 서울연극협회(회장 송형종)가 세계 교류와 한국연극의 해외진출을 위해 기획한 '서울연극폭탄'의 초청작이다.

우리로치면 지역의 견실한 극단이지만 고전을 실험적이고 현대적으로 해석하면서도 동구연극의 오소독스한 정통성을 계승하고 있다.

아주 소박한데도 연출(슈란 세베르디안), 무대와 조명과 음향이 보이고 들린다. 특히 소품을 활용한 무대운용이 돋보인다. 의자는 웬만한 세트보다 더 기능적으로 활용되고, 밧줄 또한 권력의 도구에서 사랑의 그네로 변신한다.

드럼통에 앉은 배우들은 희랍의 조각상을 연상시키고, 오셀로와 데스데모네의 죽음 앞의 키스는 로뎅과 클로델의 나신상을 방불케했다.

배우들은 핏대를 세우거나 고성을 지르지 않고도 섬세한 감정과 과격한 행동까지를 좁은 무대에서 한치 오차없이 생생하게 펼쳐냈다.

배우들은 화술의 강약과 몸에 밴 연기로, 연출은 긴장감 넘치는 템포로, 조명은 요술을 부리듯 배우의 표정과 눈동자를 클로즈업 하는가 하면, 음향은 갈매기끼리 다투는 명징한 소리로 관객들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특히 2막은 자막으로 보는데도 감동이 일기 시작했고, 비극적 클라이맥스는 누선을 건드렸다.

10분 휴식을 제외하면 50분씩 총 100분인데, 이 시간동안 오셀로의 스토리 구조를 완벽하게 파악하게 해줄 뿐 아니라 어리석음이 빚어낸 비극적 상황과 결말이 극적인 재미와 깊은 감동을 몰고온 값진 무대였다.

 

정중헌

인터뷰 365 기획자문위원. 조선일보 문화부장, 논설위원을 지냈으며「한국방송비평회」회장과 「한국영화평론가협회」회장, 서울예술대학 부총장을 지냈다. 현재 한국생활연극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