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올해 가장 주목할 만한 창작극 '에어콘 없는 방'
[리뷰]올해 가장 주목할 만한 창작극 '에어콘 없는 방'
  • 정중헌 편집자문위원
  • 승인 2017.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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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구ㆍ김현중 폭발적 연기 대결 압권
연극 '에어콘 없는 방'

【인터뷰365 정중헌 편집자문위원】고영범 작, 이성열 연출의 '에어콘 없는 방'은 금년 필자가 본 작품 중 내용(희곡)과 형식(연출)에서 단연 돋보였다.

현대사의 질곡을 걸어온 한 인물의 회한을 그린 무거운 주제이고, 시공을 뛰어넘어야 하는 연극적 제한이 있는 작품인데, 스태프들이 난제를 잘 풀어냈고 한명구를 주축으로 한 배우들이 주제와 극성(劇性)을 기막히게 살려냈다.

많은 공연을 보아왔지만 주·조연 배우들의 대사가 가장 또렷이 들린 무대로 꼽을 만하며, 장광설에 망상이 뒤섞인 혼란스런 상황극인 데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역동적인 공연이었다.

'에어콘 없는 방'은 '유신호텔 503호'라는 제목으로 벽산희곡상을 받았다.

작가 고영범은 피터 현이라는 실존인물의 실화를 바탕으로 공산주의와 자본주의의 이데올로기로부터 시대의 격랑에 휩쓸리는 한 인간의 처절한 외침을 밀도 높은 희곡으로 펼쳐냈다.

한 인간의 파란만장한 생애를 '방'이라는 틀 속에 응축시키고 극중극으로 중첩시킨 작가의 역량을 말하자면 끝이 없다. 그에 대한 평가는 수상이 대변해주는 만큼 여기서는 연출과 배우에 대해 집중하고자 한다.

일찍이 이해랑연극상을 수상한 이성열은 필자가 신뢰하는 연출가지만 가끔은 기대에 못미치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무대 전반에 에너지가 넘쳤고, 다양한 무대술로 혼돈의 시공간과 복합적 캐릭터를 박진감 넘치게 끌어가는 힘이 대단했다.

도플갱어를 통한 현실과 환상을 극명하게 대비시키면서 드라마센터의 열린 무대를 자유자재로 활용한 무대 운용으로 배우들의 연기를 부각시킨 연출력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방을 상황에 따라 가변시키게 한 박상봉의 무대디자인에 힘입어 극장 전체를 극중극 무대로 활용한 아이디어도 돋보였다. 이성열 연출의 에너지는 배우들의 연기로 폭발했다.

믿음직한 이 시대의 배우 한명구는 이번에도 화술과 연기력에서 기대 그 이상이었다. 특히 젊은 피터 역 김현중과 펼친 도플갱어 대결은 이 연극의 백미였다. 서로 밀고 당기는 긴장의 응집력, 밀어내고 무너지는 이완의 이중주는 둘의 연기력이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후반에 등장하는 홍원기의 존재감도 컸지만 필자는 하와이 역 민병욱과 대머리 역 김동완 두 조역의 유희적 연기가 주역들을 더 빛나게 했고 극 전반의 앙상블을 이루는 활력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오랜 만에 완성도 높은 희곡, 탄탄하고 다이내믹한 연출력, 그리고 연극이 무엇인지를 보여준 배우들의 화술과 연기력이 조화를 이룬 창작극을 만난 것은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내달 1일까지 남산예술센터.

 

 

정중헌

인터뷰 365 기획자문위원. 조선일보 문화부장, 논설위원을 지냈으며「한국방송비평회」회장과 「한국영화평론가협회」회장, 서울예술대학 부총장을 지냈다. 현재 한국생활연극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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