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토니 에드만’ 아버지세대가 자식세대에 건네는 웃음섞인 위로

【인터뷰365 유이청】택배기사가 한 집의 초인종을 누른다. 나온 남자는 택배를 보내 온 곳이 좀 쑥쓰러운지 자기 동생 것이라며 집안에 들어간다. 잠시 후 나온 것은 동생,이 아니라 처음 나왔던 그 남자가 변장을 한 것이다.

아버지 빈프리트의 성격을 보여주며 시작하는 이 독일 영화는 일중독 딸의 주변을 맴도는 장난기 많은 아버지의 이야기다.

반려견이 죽은 후 한 달 동안 휴가를 얻어 딸이 일하는 루마니아 부쿠레슈티로 온 빈프리트는 일에만 빠져 행복해 보이지 않는 딸의 주변을 맴돈다. 나중에는 아예 뻐드렁니와 가발을 장착하고 토니 에드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컨설턴트도 됐다가 독일 대사도 됐다가 하며 딸의 업무 미팅에도 태연스럽게 나간다.

아버지를 귀찮아하고 난감해 하면서도 이네스는 아버지를 완전히 배척하지는 않는다. 말도 안되는 상황에서는 아예 모르는 척하지만. 아마도 이 부녀 사이에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오래된 추억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들고, 그것은 영화 후반부에 악귀를 쫓는다는 불가리아 가면 쿠케리 탈을 쓴 아버지를 꼭 끌어안는 딸의 모습에서 확인된다.

영화에서 아버지 빈프리트이자 토니 에드만 모습 못지않게 눈길을 끄는 것은 일하는 워킹우먼의 고단함이다. 이네스가 컨설턴트로 일하면서 고객의 비위를 맞추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 코카인을 흡입하며 잠시 일탈하는 모습, 일에 치여 섹스마저 하기 싫어 ‘파격적인’ 방법을 택하는 장면 등이 그 고단함의 일면이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이네스가 노래를 부르는 장면이다. 이네스는 아버지의 부추김으로 할 수 없이 여러 사람 앞에서 휘트니 휴스턴의 '그레이티스트 러브 오브 올'을 부른다. 처음과 달리 점점 열창(중간 음이탈에도 불구하고)하는 이네스의 모습을 커트 없이 찍은 이 장면은 알을 깨고 나오는 듯 시원함을 함께 느낀다.

이 장면은 나체파티의 모티브가 된다. 자신의 생일파티를 준비하던 이네스가 몸에 꼭 맞는 원피스의 등 지퍼를 혼자 올리려 애쓰다가 포크로 지퍼 고리를 걸어 올리는 장면은 구두를 신다가 잘 안되자 아예 나체파티로 바꾸는 과감함으로 이어진다. (지퍼고리에 포크를 걸어 올리는 장면은 마렌 아데가 여성감독이기에 가능한 묘사일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아네스는 할머니의 장례식에서 할머니의 모자를 쓰고 아버지의 뻐드렁니를 입에 넣은 우스꽝스런 모습을 스스로 연출한다. 빈프리트가 카메라를 가지러 가자 잠시후 이네스는 정신이 든 듯 모자와 뻐드렁니를 빼버린다. 그리고 화면은 암전되며 끝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