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세이] 그렇게 떠나가면 안돼요, 다니엘 블레이크
[시네세이] 그렇게 떠나가면 안돼요, 다니엘 블레이크
  • 김다인
  • 승인 2016.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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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로치 감독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

【인터뷰365 김다인】켄 로치 감독의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40년 동안 하던 목수 일을 못하게 된 한 남자가 질병수당을 신청하기 위해 그야말로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다.


영화는 질병수당 담당자와 다니엘의 통화로 시작된다. 다니엘은 심장이상으로 당분간 일을 하지 말라고 했다는 의사 이야기를 전하지만 담당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팔다리가 멀쩡한지만 묻는다. 그리고는 질병수당 대상에서 제외한다.


다니엘은 항의하고자 담당기관을 방문하고 거기서 시간이 좀 늦었다고 생계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되는 한 젊은 여자를 만난다. 아이 둘을 데리고 사는 싱글맘 케이티다.


영화는 이후 두 사람의 따뜻한 우정, 그리고 기관의 관료주의적인 냉대 사이를 오간다.


질병수당 항소를 하기 위해 구직 신청을 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인터넷으로 이력서를 쓰고 제출해야 한다. 다니엘은 마우스를 올리라면 손으로 들어올리는 세대. 할 수 없이 손으로 쓴 이력서를 들고 발로 구직을 하러 다닌다. 하지만 심장 때문에 일을 할 수 없는 그로서는 구직 신청은 수당을 받기 위한 요식행위일 뿐이다. 그마저도 기관에서는 인정하지 않는다.


케이티는 전기도 끊긴 집에서 두 아이를 키우기 위해 자신의 몸은 돌보지 못한다. 케이티가 마켓에서 생리대를 훔치는 장면, 식료품 지원소에서 캔을 뜯어 허겁지겁 음식을 먹는 장면 등은 마음이 아리다. 결국 케이티는 몸을 파는 데까지 내몰리게 된다.


그래도 다니엘과 케이티는 서로를 의지한다. 다니엘은 케이티의 아이들을 돌봐주고 케이티는 다니엘의 이야기 동무가 되어준다.


켄 로치 감독은 직설적이고 힘있는 스토리 전개와 단순한 구성으로 사람들을 다니엘 블레이크 곁으로 뚜벅뚜벅 모이게 한다. 이 영화의 가장 큰 힘은 사실이 아니라 진실이다, 인간의 존엄성은 어떤 경우에도 누구도 침범할 수 없다는.


켄 로치 감독은 인터뷰에서 이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생존을 위한 사람들의 분투에 대한 보편적인 이야기”라며 “절박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적용되는 규정, 관료제의 잔인함에 대한 분노가 이 영화를 만들게 했다”고 밝혔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에는 켄 로치 감독이 그동안 줄곧 영화를 통해 이야기해왔던 것들-자본주의 사회에서 소외되는 시람들, 빈민층은 그들의 빈곤을 탓해야 한다는 지배층의 무감각, 빈민계층을 패배자로 몰고 가는 관료제도 등등이 압축되어 있다. 그의 영화 ‘빵과 장미’(2000)의 제목처럼 인간의 생존(빵)과 존엄성(장미)에 대한 그의 생각들이 묵직하게 담겨 있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만든 드림팀. 시나리오 작가 폴 래버티, 켄 로치 감독, 프로듀서 레베카 오브라이언.


영화는, 보는 이의 바람과는 달리 슬픈 엔딩을 맞는다. 하지만 “사람이 존엄성을 잃으면 다 잃는 것이다” “나는 개가 아니라 인간이다”라는 다니엘 블레이크의 말들은 여운이 길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보고 경험의 순간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다니던 회사가 부도가 나서 어쩔 수 없이 실업수당을 받으러 지역의 고용지원센터에 가본 적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나도 다니엘 블레이크”’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말하고 싶을 것이다, 그렇게 떠나가면 안돼요, 조금만 더 버텨요, 다니엘 블레이크.

김다인 interview365@naver.com


김다인

영화평론가. 인쇄매체의 전성기이던 8,90년대에 영화전문지 스크린과 프리미어 편집장을 지냈으며, 굿데이신문 엔터테인먼트부장, 사회부장, LA특파원을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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