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세이] 시간을 달려 혼자 어른이 된 소년, 영화 ‘가려진 시간’
[시네세이] 시간을 달려 혼자 어른이 된 소년, 영화 ‘가려진 시간’
  • 김다인
  • 승인 2016.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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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데뷔작 '가려진 시간'을 내놓은 엄태화 감독.

【인터뷰365 김다인】시놉시스를 봐도 공개된 예고편을 봐도 도무지 가늠이 안되던, 엄태화 감독의 장편 데뷔작 ‘가려진 시간’이 공개됐다.


언론시사를 통해 영화 ‘가려진 시간’을 본 첫 느낌은 신선하다는 것이었다. 여태껏 한국영화에서는 접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129분에 담아낸 판타지 영화였다.


영화는 엄마를 사고로 잃고 의붓아버지와 살아가는 소녀 수린(신은수)과 고아로 보육원에서 자라는 성민(이효제)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외로운 두 아이는 풋풋하고 순수하게 서로를 의지한다. 둘만이 아는 암호로 비밀일기도 써서 서로 공유한다. 이들의 ‘어린 평화’는 동굴에서 이상한 알을 꺼내 깨뜨리기 전까지 이어진다.


성민이 알을 깨는 순간 보름달이 뜨면 시간을 잡아먹는 요괴가 나타난다는 옛말이 사실이 된 것이다. 모든 것이 멈춰진 시간 속에서 소년 성민은 어른이 되어간다. 그리고 몸만 어른이 되어 나타난다. 누구도 그가 성민이라고 믿지 않지만, 수린만은 그가 성민임을 믿는다.


시작한 지 40분쯤 지나서 강동원이 등장한 이후 영화는 현실과 판타지 사이를 줄타기한다. 대체 영화를 어디로 끌고 가서 어떻게 끝내려 하는지가 궁금해 끝까지 영화에 집중하게 된다.


언론시사가 끝난 후 엄태화 감독은 이 영화가 “최종적으로는 믿음에 관한 영화”라고 말했다. 하지만 필자는 역시 엄태화 감독이 말한 “시간이 뒤틀린 이야기” “멈춰진 세계 안에서 어떤 사람이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함축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주목했다.


앞의 생각이 결과라면 뒤의 생각은 과정인데, 과정에 훨씬 더 많은 감독의 상상력이 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모든 사람들이 그대로 멈춰있는 공간은 마치 우주의 무중력 상태가 정지된 것처럼 보여 감독의 상상력이 결집된 장면으로 보인다. 그래서, 그 공간 안에서 16-17년 동안 소년이 외롭게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조금 더 진하게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기댈 곳 없이 사회에 내동댕이쳐진 십대들을 보는 것도 같아서.


어찌 끝나는가 보는 내내 궁금했던 영화의 결말에 대해서 엄태화 감독은 “소재를 정하면 엔딩을 설정하고 이야기를 만들어간다”며 “처음에 엔딩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궁금증은 여전히 남는다.

어린 시절의 성민과 수린, 혼자 어른이 된 성민과 수린.


이 영화를 통해 처음 보는 배우는 수린 역을 맡은 신은수인데, 300대1의 오디션을 통과해 이 영화로 데뷔했다는 14세 소녀다. 신은수는 연기 잘한다는 십대 배우들이 흔히 빠지는 감정의 과잉 없이도 눈에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어 앞으로가 주목된다.

사족이지만, 수린의 의붓아버지 역으로 등장한 배우 김희원에 대해서는 영화가 거의 끝날 때까지 의심을 풀지 못했다. 김희원이 그동안 워낙 개성있는 악역을 많이 한 것을 본 선입견에다가 사회적으로 흉흉한 일들이 오버랩된 탓이다.(감독이 그걸 염두에 두고 캐스팅한 걸까?) 아무튼 배우 김희원에게 그리고 좋은 아버지들에게 미안하다.


김다인 interview365@naver.com



김다인

영화평론가. 인쇄매체의 전성기이던 8,90년대에 영화전문지 스크린과 프리미어 편집장을 지냈으며, 굿데이신문 엔터테인먼트부장, 사회부장, LA특파원을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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