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비형제가 텍사스에서 은행을 터는 이유, 영화 ‘로스트 인 더스트’
토비형제가 텍사스에서 은행을 터는 이유, 영화 ‘로스트 인 더스트’
  • 유이청
  • 승인 2016.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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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로스트 인 더스트'의 크리스 파인, 벤 포스터, 제프 브리지스.


【인터뷰365 유이청】출근하는 한 여자를 따라 두 남자가 복면을 쓰고 작은 은행에 들어선다. 강도다. 하지만 여직원에게는 열쇠가 없어 높은 사람이 출근하기를 기다려야 한다. 두 강도는 기다렸다가 돈을 가지고 달아난다.


영화 ‘로스트 인 더스트’(감독 데이빗 맥킨지)는 이렇게 시작한다.


이 영화에 주목한 이유는 각본을 쓴 테일러 쉐리던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개봉한, 잘 만들어진 스릴러 영화 ‘시카리오:암살자의 도시’ 시나리오를 썼다. 이번 영화는 ‘시카리오’에 이은 서부 3부작 가운데 두 번째라 일컬어진다.


영화는 토비(크리스 파인)와 태너(벤 포스터) 형제의 자잘한 은행 강도 행적을 좇는다. 형제는 한적한 곳에 위치한 작은 은행에서 기껏 몇천 달러씩을 강탈한다. 강탈한 액수에 비해 범행에 쓰인 차량을 번번이 파묻는 수고가 더 커보인다.

은퇴를 앞둔 노련한 보안관 해밀턴(제프 브리지스)과 그의 파트너인 인디언 코만치족 출신 알베르토(길 버밍엄)는 형제의 뒤를 쫓는다. 쫓는다고 해서 대단한 추격전이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두 명의 동선을 파악해 미리 다음에 털 은행 앞에 가서 죽치고 기다리는 것이다.


헤어진 전처에게 아이들 양육비를 보내야 하는 동생 토비와 10년 동안 감옥에서 썩다가 나온 형 태너가 왜 은행 강도를 하는지는 점차 밝혀진다. 죽은 어머니의 빚 때문에 농장이 차압당했는데 그 농장을 되찾기 위해서다. 그 농장에서는 더구나 유전이 발견됐다.


영화는 형제가 은행강도를 하기 위해 달리는 길 옆에 세워진 ‘부채 탕감’ 등의 입간판에 주목하게 한다. 형제가 처한 곤란한 현실은 자본주의 사회에 사는 대다수가 처한 현실이기도 하다. 동생에게 200달러를 받은 식당 여종업원이 그 돈은 보안관이 증거로 가져가자 증언을 거부한다. 사회 정의는 개뿔, 그 돈을 당장 아이를 위해 써야 했던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는 한편 형제를 기다리는 해밀턴과 알베르토는 마치 만담 콤비처럼 지나간 역사를 담뱃잎처럼 씹어댄다. 주로 나이든 해밀턴이 깐죽대며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알베르토도 맞받아친다.


토비 형제가 자본주의에 의해 침식되어가는 현대인들을 대변한다면 해밀턴과 알베르토는 미국이 인디언들을 내쫓고 땅을 차지한 과거를 대변한다. 형제들이 은행을 터는 미국 뉴멕시코와 텍사스 서부지역은 1860년대 이전에는 알베르토의 할아버지 세대 코만치족이 살던 곳이다. 형인 태너가 “나도 코만치족”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형제 역시 은행에 농장을 빼앗길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영화는 형제 중 하나, 보안관 콤비 중 하나가 각각 사살되고 상황이 종료된 시점에서 끝난다. 하지만 여전히 진행형이다. 남은 동생은 어떻게든 가족과 농장을 지키기 위해 총을 들 것이며, 자신의 농담만 듣다가 일발에 저격당한 동료를 가슴에 묻은 보안관 역시 물증 찾기를 그만두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동생은 현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보안관은 동료의 죽음에 더한 역사적인 빚을 갚기 위해.

시나리오를 쓴 테일러 쉐리던.
영화는 황량한 서부의 풍경을 강조하기 위해 시네마스코프 촬영과 디지털 카메라 촬영을 병행했다. 화면의 위 아래를 줄이고 양옆 화면을 늘인 와이드 스크린 방식인 시네마스코프로 공간감을 효과적으로 담아냈다. 이 화면에서 석양 즈음에 토비와 태너가 서로 장난치며 웃는 모습이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다.


보통의 은행강도 영화라면 빠른 리듬에 좋은 놈과 나쁜 놈의 대비가 극명하기 마련인데, 이 영화는 첼로나 컨츄리송을 배경음악으로 사용하며 오히려 시간과 공간감각을 느슨하게 한다. 여기에 테일러 쉐리던이 쓴 스토리라인과 대사가 촘촘하게 채워지면서, 좋고 나쁘다는 판단 대신 각 등장인물들에 대해 이해의 폭이 생긴다. 심지어 보안관에게 스테이크 외의 음식은 주문받기를 거부하는 서빙 44년차 종업원에게마저.


쉐리던이 탈고한 시나리오의 제목은 코만치족을 염두에 둔 ‘코만채리아’(Commancheria)였고 영화의 원제는 ‘헬 오어 하이워터’(Hell or Highwater)다. 직역하면 ‘지옥에 있든 파도가 몰아치든’인데, 이는 극중 토비의 변호사가 하는 대사이기도 하다.

국내 개봉 제목이 ‘로스트 인 더스트’(Lost in Dust)가 된 것은, 영화수입사에 따르면, 원제가 어려워 영화 OST에 있는 레이 와일리 허버드가 부른 ‘더스트 인 체이스’의 가사 중에서 따온 것이다. ‘먼지 속으로 사라지다’는 말이 영화 분위기와도 잘 맞아 제목으로 정했다고 한다.


덕분에 그룹 캔사스의 올드 히트송 ‘더스트 인 더 윈드’(Dust in the Wind)를 흥얼거리게 됐다. ‘Dust in the wind/All they are is in dust in the wind~(바람 속의 먼지/그것은 모두 바람 속의 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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