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유이청】신달자 시인의 14번째 시집 ‘북촌’(민음사)이 출간됐다.
시인이 지난 2014년 ‘살 흐르다’ 이후 2년 만에 내놓은 이번 시집에는 ‘북촌의, 북촌을 위한, 북촌에 의한’ 시 70편이 오롯이 실려 있다.
시인은 지금 북촌에 살고 있다. 북촌로8길 26, 열평 남짓한 한옥. 지난 2014년 가을, 누우면 ‘발 닿고 머리 닿는/봉송아 씨만 한 방’으로 이사한 첫날 시인은 새 노트를 펴고 북촌이라고 썼고 그것이 이 시집의 시작이 됐다.
그날부터 시인은 계동 골목, 가회동 소나무길을 걸으며 북촌에 관한 시를 한 편 한 편 써나갔다.
시인의 한옥이 얼마나 작으냐 하면, 집은 앵두만 하고, 도토리만 하고, 할아버지 노방저고리 단추만 하고, 외할머니 은가락지만 하고, 대문은 명함 한 장만 하고, 밤톨만 하고, 닭벼슬만 하고, 입술연지만 하고, 마당은 앞니만 하고, 화투장만 하고, 강아지 혓바닥만 하고, 코스모스 두 잎 같고, 방은 봉숭아 씨만 하고, 구절초 한 잎 같고, 참새 눈알만 하고, 새 발자국만 하고, 탱자알만 하고, 열쇠 구멍보다 작다.
시인은 이렇게 작은 집에서 ‘쌀 한 톨만 한 하루’를 보낸다. ‘딱 명함 한 장만 한 대문 위에’ 공일당(空日當)이라는 문패를 내걸고.
시인은 오늘 밤도 북촌을 시에 담는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 ‘간밤 내 대문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한숨/빈 주머니를 툭툭 털다 간 사람들의 흔적/끝내 손을 놓은 연인들의 아쉬움’을 빗자루로 쓸어낸다.
신달자 시인은 1964년 21세의 나이로 등단해 50여년 동안 삶의 고뇌를 섬세한 감성으로 표현해 왔다. 영랑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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