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 한국 작가 최초로 영국 맨부커상 수상
소설가 한강, 한국 작가 최초로 영국 맨부커상 수상
  • 유이청
  • 승인 2016.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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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작소설집 ‘채식주의자’로, 번역가 공동 수상

한국 작가 최초로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 사진-창비(ⓒ김병관)

【인터뷰365 유이청】소설가 한강(46)이 세 번째 장편소설 ‘채식주의자’(영문판 ‘The Vegitarian’)로 한국 작가 최초로 맨부커상을 수상했다.


한강은 16일 밤(현지시각) 영국 런던 빅토리아앤알버트 박물관에서 열린 맨부커상 공식 만찬 겸 시상식에서 번역가인 데버러 스미스와 함께 수상자로 선정됐다.


영국 맨부커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의 공쿠르상과 더불어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영어권 작가들의 작품에는 맨부커상을, 비영어권 작가들의 영역 작품에 대해서는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여한다.


올해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은 총 155명의 작가 가운데 1차로 13명을 선정했고, 6명으로 최종후보로 압축했다. 최종 리스트에 오른 6인은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비롯해 앙골라 작가 호헤 에두아르도 안구아루사의 ‘망각의 일반 이론’, 이탈리아 작가 엘레나 페란테의 ‘잃어버린 아이 이야기’,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오르한 파묵의 ‘내 마음 속의 낯섬’, 오스트리아 작가 로버트 시탈러의 ‘인생 전체’, 중국 작가 옌렌커의 ‘네 권의 책’ 등이다.


쟁쟁한 후보들 가운데 수상의 영광을 차지한 한강은 시상식에서 “깊이 잠든 한국에 감사드린다”는 소감을 밝혔다.

맨부커 인터내셔널 최종 후보에 오른 6편의 작품들.


한강의 맨부커상 수상작 ‘채식주의자’는 ‘채식주의자’ ‘몽고반점’ ‘나무불꽃’ 등 3편의 소설이 연결된 연작소설집이다. 지난 2004년 계간지 ‘창작과 비평’에 처음 소개됐으며 단행본은 2007년에 출간됐다. 이중 ‘몽고반점’은 2005년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채식주의자’는 주인공 영혜가 폭력을 거부하기 위해 육식을 멀리하면서 죽음에 다가가는 이야기다. 영혜는 햇빛과 물만으로 연명하며 스스로 나무가 되어간다고 생각한다. 결국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영혜를 남편, 형부, 언니 등 3명의 시점에서 서술한다.


한강이 줄곧 천착해오던 인간의 잔혹함, 폭력이라는 주제를 서정적이고 치밀한 문장으로 풀어낸 ‘채식주의자’는 지난해 1월 영국 포르토벨로 출판사에서 출간됐고 올해 1월에는 미국 호가드 출판사에서도 출간됐다.


한강은 전남 광주 태생으로 서울 풍문여고, 연세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93년 계간 ‘문학과 사회’ 겨울호에 시가 당선됐으며 199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 ‘붉은 닻’으로 공식 등단했다. 이후 '여수의 사랑' '내 여자의 열매' '그대의 차가운 손' '검은 사슴'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등 소설을 발표했으며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와 동화 '내 이름은 태양꽃', '눈물상자' 등도 발표했다.


한강의 최근작은 2014년 ‘소년이 온다’로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중학생 동호와 주변인물들의 상처와 아픔을 풀어낸 작품이다. 이 소설 역시 데일러 스미스에 의해 영역 출간됐다.

한강의 가족은 문학가족이다. 아버지는 ‘아제아제 바라아제’ 등을 쓴 소설가 한승원이고 오빠 한동림도 소설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남편은 문학평론가 홍용희 경희대 사이버대 교수다. 한승원 역시 이상문학상을 수상해 부녀 2대가 모두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한강(ⓒ김병관)의 맨부커상 수상작 '채식주의자'(영문판 ‘The Vegitarian’)은 그동안 작가가 천착해온 문제들을 집약시킨 완결편이라는 평을 들었다.


한강의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를 번역한 데버러 스미스는 원작의 문학적 뉘앙스를 잘 살린 번역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이번에 공동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을 졸업한 스미스는 21세에 한국어를 배웠고 런던대학교 소아스(SOAS)에서 한국학 석사·박사과정을 밟았다. 그리고 28세에 ‘채식주의자’를 번역해 세계에 알렸다.


‘채식주의자’에 매료된 스미스는 책 앞부분 20쪽을 번역해 영국 출판사 포르토벨로로 보냈고 이것이 출간으로 이어졌다. 스미스는 현재 제3세계 문학을 영국에 소개하는 비영리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한강에 이어 안도현, 배수아 등 한국 작가 작품을 번역하고 있다.


한편 한강은 지난 2007년부터 서울예대 미디어창작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채식주의자’(The Vegitarian)
‘채식주의자’는 영혜 남편인 1인칭 시점에서 서술된다. 어린 시절 자신의 다리를 문 개를 죽이는 장면이 뇌리에 박힌 영혜는 어느날 꿈에 나타난 끔찍한 영상에 사로잡혀 육식을 멀리하기 시작한다. 영혜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는 남편은 처가 식구들을 동원해 영혜를 말리고자 한다. 영혜의 언니 인혜의 집들이에서 영혜는 또 육식을 거부하고, 이에 못마땅한 장인이 강제로 영혜의 입에 고기를 넣으려 하자 영혜는 그 자리에서 손목을 긋는다.
‘몽고반점’은 인혜의 남편이자 영혜의 형부인 비디오아티스트의 시선으로 진행되며, ‘나무 불꽃’은 가족들 모두가 등돌린 영혜의 병수발을 들어야 하는 인혜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상처 입은 영혼의 고통을 식물적인 상상력에 결합시켜 섬뜩한 미학을 완성한 ‘채식주의자’는 지금까지 한강이 발표해온 작품에 등장했던 욕망, 식물성, 죽음, 존재론 등의 문제를 한데 집약시켜놓은 완결편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한강은 맨부커상 선정위원회가 홈페이지에 게재한 인터뷰에서 “대학 시절 우연히 시인 이상(李箱)의 유고 일기에서 ‘나는 인간이 식물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문구를 발견했다”며 거기서 강렬한 영감을 받았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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