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세이] 장미 한송이 들고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택시’를 타보시겠습니까
[시네세이] 장미 한송이 들고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택시’를 타보시겠습니까
  • 김다인
  • 승인 2015.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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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의 마지막 장면. 장미가 홀로 지키는 택시를 향해 감독이 걸어오는 장면을 마지막으로 영화는 암전된다.

【인터뷰365 김다인】이란 시내를 택시 한 대가 달린다. 핸들을 잡은 이는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고 승객들은 감독과 마음을 같이 하는 지인 또는 배우들이다.


영화 ‘택시’는 지난 2010년 국가 안보를 위협하고 이슬람공화국에 반대하는 내용을 선전했다는 이유로 ‘영화 금치산자’ 선고를 받은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필사적으로 만든 영화다.


이란정부로부터 20년 동안 외부공간에서의 영화 촬영 금지, 출국 금지, 언론과의 인터뷰 금지라는 중형을 선고받은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외부공간 대신 택시라는 내부공간에 초소형 카메라 세 대를 설치해 이 영화를 찍었다.


감독이 모는 택시 안에 타는 승객들은 모두 9팀. 이들은 창밖으로만 보이는 이란의 공기를 차안으로 가져온다. 사형제도에 대해 논쟁을 벌이는 도난장치 전문가와 여선생, 불법 DVD 판매업자, 그에게 예술영화 DVD를 구입하는 감독 지망 학생, 교통사고를 당한 부부, 금붕어 방생을 위해 샘으로 가는 할머니들, 감독의 어리고 당찬 조카, 7년만에 만나는 감독의 친구 그리고 배구경기를 관람했다는 이유로 수감된 여성을 만나러 인권 변호사 등이 택시의 승객들이다. 특히 인권 변호사가 내리면서 택시 안에 남겨둔 장미는 영화의 마지막까지 택시를 지킨다.


다큐멘터리 같지만 등장하는 승객들은 모두 감독의 지인들로, 카메라의 존재를 알고 짜여진 시나리오대로 연기한다. 처음 등장하는 도난장치 전문가가 카메라의 존재를 밝혀냄으로써 이 영화가 페이크 다큐멘터리라는 것을 관객에게도 인지시킨다.

비좁은 택시 공간에서 15일 동안 촬영을 마치고 완성한 편집본을 감독은 행여 정부당국에 빼앗길까봐 여기저기 숨겨 놓았다고 한다. 이 편집본은 무사히 전달받은 베를린영화제 측은 그에게 황금곰상을 안김으로써 그의 의지와 열정에 기립박수를 보냈다.

택시를 운전하는 자파르 파나히 감독과 승객들.


영화에 대한 정보만 듣는다면 이 영화는 왠지 무겁고 심각할 것이라는 편견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보는 내내 유쾌한 소동극을 보는 것처럼 부담이 없다. 게다가 감독이 직접 감독 지망 학생에게 추천하는 영화 DVD 중에는 “한국의 김기O 감독”의 것도 들어있어 슬몃 뿌듯하기까지 하다.


영화를 보고 필자에게 남는 장면을 하나 꼽는다면, 감독이 잠깐 바깥으로 나갔다가 택시 안으로 들어오는 부분이다. 감독이 쓰고 있는 안경이 외부공간에서는 선글라스처럼 색이 있다가 택시 안으로 들어와 앉으면서 서서히 본래의 무색 안경으로 돌아온다. 안경을 쓰는 사람들이라면 알 만한, 실내에서는 보통 안경이지만 빛이 강한 바깥에서는 선글라스처럼 색이 돋는 선글라스 겸용 안경이다.


감독은 의도하지 않은, 단순히 안경의 기능으로 인한 변화일 수 있지만, 이란사회로 상징되는 바깥은 어둡고 감독의 촬영공간인 택시 안은 정상이라는 메시지를 나름 부여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든 자체가 이 영화의 힘일 것이다.


김다인 interview365@naver.com
인터뷰365 편집국장, 영화평론가.



김다인

영화평론가. 인쇄매체의 전성기이던 8,90년대에 영화전문지 스크린과 프리미어 편집장을 지냈으며, 굿데이신문 엔터테인먼트부장, 사회부장, LA특파원을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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