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세이]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홍상수감독이 늘어놓은 감정의 퍼즐들
[시네세이]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홍상수감독이 늘어놓은 감정의 퍼즐들
  • 김다인
  • 승인 2015.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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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감독의 17번째 영화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인터뷰365 김다인】남자와 여자가 어쩌다 만나 술도 먹고 그러다가 헤어진다.


이 한 문장이 영화 속에 표현된다면 한 컷이 될 수도 있고 한 신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그저 인서트로 1초도 안되는 사이 지나갈 수도 있다. 하지만 홍상수 감독은 2시간을 꽉 채운 영화로 만든다, 그것도 1부와 2부로 나누어서.


홍상수 감독의 17번째 영화는 홍상수다운 영화이지만 펼처놓은 방법은 새롭다.


영화는 수원에 영화 강의가 있어서 내려간 영화감독 함춘수(정재영)이 수원 행궁에서 우연히 화가 희정(김민희)를 만나고 술을 마시고 헤어지는 하루를 담았다. 일정을 헷갈려서 얻은 ‘하루의 여유’에 생긴 일이다.


영화는 홍상수 영화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소주, 그리고 각자 긴 대사를 자신의 말처럼 내뱉어야 하는 대화가 있다. 그리고 일상적이지만 부조리한 인물들의 행동이 있다.


다른 작품에서도 늘 등장하는 홍상수다운 요소들이 이번에는 1부와 2부로 나뉘어 변주를 한다. 1부 그때는맞고지금은틀리다와 2부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는 같은 장소에서 같은 인물이 같은 듯 다른 대화를 나눈다. 그 결과로 나타나는 행동에도 차이가 있다.


영화가 끝난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홍상수 감독은 “주제의식을 정해놓고 영화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조각들을 늘어놓고 원하는 것을 집어가도록 했다. 메시지 같은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진 말에는 해석의 틀에 갇혀지는 답답함이 싫어서 두 개를 대비해 보여줄 수 있도록 제목도 대구구조를 사용했다고 했다.


좀더 부연해서, 홍상수 감독은 “1,2부가 짝을 이뤄 1부가 일종의 초석이라면 2부는 그것을 건드리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1부에 깔렸던 정재영의 내레이션이 2부에는 없어진 것도 “객관적이기 위해서”라고 했다.


영화를 보고 홍상수 감독의 말을 참고한다면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는 관객들 자신이 보고 싶은 것을 보면 된다. 그것이 유부남 영화감독이 예쁜 화가를 꼬이려다 실패한 1박2일 살패담으로도 볼 수 있고, 우연히 만난 남녀가 시간과 술의 힘을 빌려 자신의 일부를 드러내려다가 도로 집어넣은 해프닝으로 볼 수도 있다.


어떻게 보든, 홍상수 감독의 17번째 영화에는 그의 영화에서 줄곧 봐왔던 익숙한 장치들이 재배치되고 있다는 점에서 새롭다. 그동안 주인공의 시각에서 자잘한 모든 일상을 수집하듯 끌어가던 힘에서,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다는 식(혹은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 식)으로 화면을 열어놓았다.

영화에서 정재영과 김민희가 처음 만나는 장면, 그리고 헤어지는 장면.


영화를 이끌어가는 두 배우 정재영과 김민희는 홍상수 감독의 디렉션에 충실한 연기를 한 듯보인다. 두 배우 모두 최대한 솔직해지려 한 것이 보이기 때문이다. 정재영이 기자간담회에서 극중 함춘수가 “그냥 저예요”라고 말한 것도 그 뜻일 것이다.

영화 ‘화차’에서 묘한 존재감을 줬던 김민희는 이 영화에서는 묘한 ‘브레이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동안 홍상수 감독의 영화에 등장했던 여배우들에 비해 김민희는 땅에서 10센티미터쯤 떠있는 듯 비현실감이 있다.


정재영이 기자간담회에서 “남녀가 만나 좀더 진전된 상황을 기대했는데 아쉬웠다”고 했는데, 홍상수 감독이 그 ‘진전’을 막은 이유도 거기에 있지 않았을까 싶다.


극중 김민희의 뽀뽀 두 번에 만족해야 했어도, 정재영 연기는 좋다. 그동안 홍상수 영화 남자주인공들이 특유의 소심함과 집요함의 한계선상에 머물고 있었던 데 비해 정재영은 그 경계선을 아주 자연스럽게 넘었다.


홍상수 영화는 늘 한턱을 괴고 큭큭큭(하하하 파안대소가 아니라) 웃으며 본다. 슬쩍 옆구리를 찔릴 때도 있다. 홍상수 영화를 빼놓지 않고 보는 이들이라면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역시 관람 리스트에 올릴 영화다.


김다인 interview365@naver.com
인터뷰365 편집국장, 영화평론가.


김다인

영화평론가. 인쇄매체의 전성기이던 8,90년대에 영화전문지 스크린과 프리미어 편집장을 지냈으며, 굿데이신문 엔터테인먼트부장, 사회부장, LA특파원을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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