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세이] ‘손님’ 액션은 쥐들이 하고, 연기는 류승룡·이성민·천우희·이준이 한다
[시네세이] ‘손님’ 액션은 쥐들이 하고, 연기는 류승룡·이성민·천우희·이준이 한다
  • 김다인
  • 승인 2015.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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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에 출연한 배우들. 피리 부는 사나이 류승룡과 아들 역의 구승현, 촌장 이성민, 선무당 천우희, 촌장 아들 이준.

【인터뷰365 김다인】김광태 감독의 데뷔작 ‘손님’은 액션은 쥐에게, 연기는 배우에게 맡긴 영화다.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라는 슬로건처럼 말이다.


현재 한국영화의 주를 이루는 남성 액션영화에서 숱한 연기자들이 실제처럼 액션장면을 소화하느라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가운데, ‘손님’은 CG처리된 쥐들이 마치 스턴트맨처럼 다이내믹한 액션을 담당한다. 액션은 걱정 말고 다른 연기나 잘하쇼, 하는 것처럼.


1950년대 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은 강원도 산간마을에 다리 한 쪽을 저는 악사 아버지와 결핵을 앓고 있는 아들이 깃든다. 아들 병을 고치러 서울로 가던 이들은 간밤의 폭풍우 덕에 갑자기 길이 열려 마을로 들어서게 된 것이다. 촌장의 통제 하에 수십 명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이 마을에는 근심거리가 하나 있다. 바로 쥐들이다. 악사는 자신이 쥐들을 없애 주겠노라 하고, 촌장은 반신반의하면서도 쥐떼를 몰아내 주면 소 한 마리 값을 노잣돈으로 주겠노라고 약속한다.


영화의 시작은 평화롭지만, 귓불이 뜯긴 갓난아기와 촌장 아들의 섬뜩한 눈빛으로 미래의 참극을 암시한다.


‘손님’은, 감독이 밝혔듯이, 독일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 전설에서 모티브를 따온 영화다, 중세시대인 13세기 후반 독일의 작은 마을 하멜른에 쥐떼가 들끓자 지나가던 사나이가 피리를 불어 쥐떼를 모두 강물에 빠뜨렸고, 시장에게 약속했던 보수를 요구하지만 시장이 모른 체하자 다시 피리를 불어 마을 아이들 130명을 데리고 동굴로 사라졌다는 내용이다. 이 전설은 19세기 후반 그림형제, 영국의 로버트 브라우닝 등에 의해 동화로 쓰여졌고 국내에도 번역됐다.


미국 대형영화사들이 최근 즐겨 만드는 ‘잔혹동화’류로 완성됐을까, 영화 시사를 보기 전에 했던 생각은 틀렸다. ‘손님‘은 마지막 부분을 제외하고는 잔혹동화는커녕 판타지 호러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리얼했다. 아마도, 한국전쟁이 일어났던 때라는 시대적 배경이 ’업보‘처럼 영화를 리얼하게 받아들이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2일 열린 언론시사회에 참석한 네 배우들과 김광태 감독.


‘손님’은 네 명의 연기자, 류승룡 이성민 천우희 그리고 이준이 끌고 가는 영화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액션을 ‘CG 쥐’에게 맡긴 이들은 각각 맡은 배역들의 감정 흐름에 충실하다. 이들이 각각의 캐릭터를 어떻게 해석해서 연기했는지는 시시회 후 가진 기자간담회를 통해 들을 수 있었다.


악사 우룡을 연기한 류승룡은 극중 왜 하필 충청도 사투리를 썼냐는 질문에 “영화의 배경을 경기도 안성쯤 어디라고 생각했다. 촌장이 경상도 사투리를 써서 이질감을 주기 위해 전라도와 충청도 어디쯤의 사투리로 설정했다”고 말했다.


처음 온화하던 표정과 마지막 표정이 180도 다른 것에 대해 촌장 역의 이선민은 “관객들에게도 배신감을 주고 싶었다”고 했다.


무당 아닌 무당, 선무당 미숙을 연기한 천우희는 “무당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무당에 대한 공부를 했다”고 말했다.


이전 드라마 ‘갑동이’에서보다 훨씬 눈빛에 드라마가 실린 이준은 “아버지에게 충성을 맹세하는 눈빛으로 연기했다”고 했다.


이들이 각각의 캐릭터를 연구하고 실제 연기로 표현한 것은 결과적으로 옳았다.


배우들 대신 액션을 맡은 쥐들의 활약상(?)은 사실 보기 힘든 장면도 있다. 떼로 몰려 다니는 것은 그래도 참을 만한데, 그들의 식사(!) 장면에 깔린 음향효과는 참기 힘들었다. “가장 혐오스럽지만 가장 인간에게 가까이 있는 쥐 대신 다른 동물은 생각도 해보지 않았다”던 감독의 말처럼, 혐오와 공포감은 극대화 됐다.

하나 덧붙이자면, 촌장이 쥐떼들에 의해 ‘사라지는’ 장면은 문득 ‘향수’의 장 바티스트 그루누이가 사람들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향기로 자신을 해체시키는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 물론 향기의 종류는 180도 다르겠지만.


김다인 interview365@naver.com
인터뷰365 편집국장, 영화평론가.


김다인

영화평론가. 인쇄매체의 전성기이던 8,90년대에 영화전문지 스크린과 프리미어 편집장을 지냈으며, 굿데이신문 엔터테인먼트부장, 사회부장, LA특파원을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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