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세이] ‘T5’ 터미네이터들의 융단폭격, 액체로봇 역사 이은 이병헌
[시네세이] ‘T5’ 터미네이터들의 융단폭격, 액체로봇 역사 이은 이병헌
  • 김다인
  • 승인 2015.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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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5'에는 기존의 T-800, T-1000 외에 T-3000이 등장한다.

【인터뷰365 김다인】1984년 제임스 카메론 감독으로부터 시작된 ‘터미네이터’가 2015년 ‘터미네이터;제니시스’(이하 ‘T5’)로까지 이어졌다.


1991년 ‘T2’까지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2003년에는 ‘라이즈 오브 머신’, 2009년에는 ‘미래전쟁의 시작’이라는 부제가 각각 붙은 3, 4편이 만들어졌다.


시리즈 가운데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액체로봇 T-1000이 등장한 ‘T2’ 였다. 사람을 비롯해 접촉하는 모든 것으로 완벽하게 변하는 액체로봇의 등장은 전편보다 나은 속편이 없다는 영화계 속설을 ‘대부2’에 이어 깨뜨리는 데 큰 힘이 됐다.


‘T5’에는 원조 터미네이터 T-800를 비롯해 액체로봇 T-1000, 그리고 변형이 자유자재이며 제거가 불가능한 나노 터미네이터 T-3000까지 가세한다.


‘T1’에서 미래로부터 나체로 등장해 대단한 이슈가 됐던 T-800 아놀드 슈워제네거는 21년 세월 그대로 ‘늙은’ 로봇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21년 전 젊은 T-800과의 조우도 이뤄진다. 하지만 슬쩍 A.I.(인공지능) 로봇으로 진화한 듯, 후반에 가면 로봇이라기보다 늙은 남자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액체로봇 T-1000은 2편에서와 마찬가지로 일단 경찰관 복장으로 등장한다. 날카로운 하관에 무표정한 경찰로 첫 등장한 T-1000을 이번에 연기한 배우는 이병헌이다. 이병헌은 액체로봇으로 10분쯤 맹활약하다가 아웃된다. 아쉬운 것은 ‘T2'의 엑체로봇을 넘어서는 강렬한 인상을 주지는 못했다는 점, 그리고 CG가 좀 어색한 부분이 있다는 점이다.


어쨌든, 이 두 터미네이터는 ‘T5’가 1, 2편의 전설적인 역사를 이어가는 ‘적자(嫡子)임을 강조한다. 슈워제네거야 터미네이터의 상징이지만, 한국 배우 이병헌이 터미네이터 역사상 가장 흥미로웠던 액체로봇을 연기했다는 사실은 기록될 만한 일이다.

'T2'의 액체로봇과 'T5'의 액체로봇을 연기한 이병헌.

이병헌의 액체로봇이 아웃된 후 영화에는 더 강력한 T-3000이 등장한다. 문제는 이 진화된 터미네이터가 존 코너라는 사실이다. 존 코너는 누구인가, 기계에 의해 멸망한 인류를 구원할 총사령관, 사라 코너의 아들 아닌가. 존 코너가 스카이넷에 의해 공격당해 터미네이터로 변해버린다는 것은 ‘왕좌의 게임’ 시즌 1, 2를 연출했던 앨런 테일러다운 설정이다.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미래의 영웅 존 코너를 구하기 위해 갖은 로봇을 다 등장시키며 4편까지 지속돼 왔다. 그런데 ‘T5’에서 존 코너의 아이덴티티에 문제가 생겼다.


2029년에서 1984년으로, 다시 2017년으로 시간 배경을 옮기면서 터미네이터들의 융단폭격으로 정신없는 사이, 앨런 테일러 감독은 ‘터미네이터’의 초기화를 시도하고 있다. 미래의 존재 존 코너의 탄생 여부는 이제 사라 코너의 운명이 아니라 자유의지에 달리게 되어 버렸다.


복잡다단한 ‘터미네이터’의 역사는 기억하고 따지는 사람들의 몫. 이전 ‘터미네이터’들을 몰라도, 'T5'는 거침없이 쉼없이 이어지는 액션에다가 왔다갔다 타임슬립을 하느라 분주한 두 시간이다. 그러다보니 '위플래쉬'에서 그리도 강렬한 인상을 줬던 '조폭선생' J.K. 시몬스는 존재감이 미미하다.


김다인 interview365@naver.com
인터뷰365 편집국장, 영화평론가.


김다인

영화평론가. 인쇄매체의 전성기이던 8,90년대에 영화전문지 스크린과 프리미어 편집장을 지냈으며, 굿데이신문 엔터테인먼트부장, 사회부장, LA특파원을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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