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세상 여자세상] 아줌마와 건망증
[엄마세상 여자세상] 아줌마와 건망증
  • 서인동
  • 승인 2015.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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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인동

【인터뷰365 서인동】대한민국 아줌마의 친화력은 가히 세계 최고라 아니할 수 없다.


언제 어디서건 아줌마인 것 같기만 하면, 거기다 살짝 미소만 지어주면, 단박에 초고속 초친밀 커뮤니티가 형성된다. 몇 분만에 몇 십 년 된 죽마고우처럼 살가운 사이가 되는 불가사의한 미풍양속이다. 미혼 때부터 아줌마인 척하며 이런 커뮤니티의 동료애를 즐겼던 전과(?)가 있는 필자는 제대로 산증인이다.

어느 병원의 대기실.
이 날도 여지없이,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생판초면 아줌마 너댓 명의 묻지마 즉석계가 열렸다.
오늘의 주제는 건망증.


“나 진짜로 냉장고에 리모컨을 넣어 놓았잖아. 넘들 일인 줄 알았는데 내가 이럴 줄 정말 몰랐거든. 나 처녀시절에 잘 나가는 은행원이었단 말이지.”
“그건 애교지. 난 애가 학원시간 늦었다고 전화 와서, 일하다 말고 나와 열심히 학원으로 가고 있는데, 애한테 전화가 온 거야. 언제 오냐고.. 문득 뒤를 돌아보니 아이를 태우지 않고 혼자 학원으로 달려가고 있더라구. 한심해 보이지? 참.. 이래뵈도 나 이대 나온 여자야~~”
깔깔깔...

“난 잡지 보다가 건망증 퇴치법이 있길래 이거 딱 내 꺼다.. 하고 스크랩해서, 잃어버릴까 봐 아주 잘 보관해 놨거든. 찾아보려니까 글쎄 어디에 뒀는지 아직까지 못 찾은 거야. 한 10년 동안 찾고 있는 중이야..”
하하하...

“근데, 아까 맨 첨에 말한 이가 뭐 잊어먹었던 거였지?”
“....맨 첨에 누가 얘기했었지?”
헐~~

끝자리에서 조용히 듣고만 있던 아줌마가 어눌한 말투로 소심하게 대화에 참여한다.
“나는요, 요새 화장실에서 빤쓰가 허벅지에 걸쳐있을 때, 글쎄 내가 지금 소변을 보려고 내린 건지, 보고 나서 올리려는 건지 기억이 안 나는 거야..”
모두들 박장대소하는데 정작 당사자는 사뭇 진지하다.

“혹시 치매 같은 거 아닌지, 이러다 어느 날 낯선 동네에서 정신줄을 놓고 헤매고 다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돼서..”
“걱정 말고 무조건 다시 앉아봐요. 나오면 1번이고 안나오면 2번이지 뭐 그리 심각해!!”
푸하하하..

“어머, 나 좀 봐. 애 올 시간 지났는데...”
“에궁, 나도... 은행 시간 끝났겠네..”


방금 전 화제가 무엇이었는지 마무리도 없고,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고 각자 바쁜 길을 재촉하며 그야말로 쿨하게 작별을 고한다.
“나중에 보고 몰라봐도 욕하지 마요. 나 깜빡하는 거 얘기했응께~”
“아이구, 걱정 마셔요~ 어차피 나중에 보면 나두 누군지 기억 못해서 첨 뵙네요.. 그럴거니까”
“그만하면 다행이게, 그렇게 만나서 첨인 것처럼 오늘 한 얘기 똑같이 할지도 몰러~”
하하하하하...

잊어도 괜찮다. 다시 만나면 또 빛의 속도로 친해질 대한민국 아줌마니까.
깔끔한 영혼의 우리나라 아줌마들을 진심 응원한다. 대~한민국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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