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세상 여자세상] 반장하기 싫은 사람!
[엄마세상 여자세상] 반장하기 싫은 사람!
  • 서인동
  • 승인 2015.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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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인동

【인터뷰365 서인동】소심하거나 숫기가 없거나 경험이 적은 사람에게 발표란 무척 힘든 일이다.

지명되어 하는 발표인데도 식은 땀이 나고, 벌벌 떨리는 사람이 자기 스스로 손을 들고 뭔가를 하겠다고 나서는 걸 기다리느니 군밤에 싹 나기를 기다리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어른도 이러한데 아이들이랴!

학기 초 몰아쳤던 반장선거의 열기가 이제야 어느 정도 수그러 들었다.
서른 명 남짓한 인원 중 절반이나 반장 후보로 나올 정도로 후끈한 열기였던 만큼 뒷말도 많고 뒤끝도 길다.
초2 아이반엔 ‘저는 우리반을 웃음이 빵·빵· 터지는 반으로 만들겠습니다.’ 라며 뒷주머니에서 빵 두 개를 꺼내 만세를 부른 아이가 압도적인 표로 반장이 되었다. 이 정도 아이디어는 있어야 반장이 되는 분위기라 학원을 통해 이벤트를 준비하는 일들은 이제 생소하지도 않은 상황이다. 또한 하고자 하는 아이가 너무 많아 반장후보 추천 시 친구추천보다 자기추천이 대세라고 한다.

‘반장할 사람!’
‘저요!’
사람들 앞에 서기만 해도 부들부들 떠는 아이에게 이런 상황은 개콘에 출연해서 사람들을 웃겨보라고 하는 정도의 미션일 것이다.

3월 초, 내일이 반장선거라는 초2 아들에게 너도 나가보라고 하니 안하겠다고 했다. 자기 방에 ‘용기’라는 대문짝만한 글씨를 달아놓을 만큼 새가슴인 아이라 ‘하기 싫구나’ 생각했는데 웬걸! 한 달 내내 반장 이야기를 하고 있다. 슬쩍 물어 보았다.

‘혹시.. 반장을 시켜주면 하려고 했어?’
‘당연히 하지.’
‘그럼 왜 안나갔어?’
‘안될까봐.’

‘어차피 되는 아이는 하나야. 일단 나가는 아이 중에 반장이 되는 거야.’
‘그럼, 2학기때 부반장은 한 번 해볼래. 그런데 아무도 안불러주면 어떡하지?’
‘그땐 스스로 하겠다고 손들고’
‘안할래..’
‘그것도 용기야.’
‘그래도..’

소심하기로는 울트라수퍼초특급인 아들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줄은 정말 몰랐다. 손들지 않는 아이 중에서도 반장의 욕구가 누구 못지않게 강한 아이들이 있는 것이다.
갈수록 발표는 수업의 권장사항이며 발표역량은 아이 평가의 중요한 지표가 되고 있다. 반장선거는 발표 중에서도 가장 자기주도적이고 결과 또한 가장 지속적인 행사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이 반장선거를 발표수업의 일환으로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손 들 용기가 학습되지 않은 아이들을 위해 ‘반장할 사람!’이 아니라 ‘반장하기 싫은 사람!’을 거수하여, 손들기 힘들어하는 아이들에게 모두 선거연설의 기회를 주는 선거, 용기를 배우는 수업일 수도 있다.
자신도 몰래 숨어있던 리더쉽의 본능이 연설의 기회를 통해 자천하지 못하는 수줍음을 깨고 세상 밖으로 나와 날개를 달지도 모를 일이다.

거꾸로 생각해 보는 것, 창의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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