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세이] 하늘 나는 ‘버드맨’, 흰 팬티 입고 뛰는 마이클 키튼
[시네세이] 하늘 나는 ‘버드맨’, 흰 팬티 입고 뛰는 마이클 키튼
  • 김다인
  • 승인 2015.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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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시가지 위를 날아오르는 리 톰슨과 거리를 질주하는 리 톰슨. 사진=스틸컷/예고편 캡처

【인터뷰365 김다인】‘한물 간 퇴물 배우’는 할리우드의 흔한 영화 소재 중 하나다. 저 멀리 1950년대 글로리아 스완슨 주연 ‘선셋대로’, 마릴린 먼로 주연 ‘이브의 모든 것’부터 1990년대 폴 버호벤 감독의 ‘쇼걸’에 이르기까지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버드맨’도 출발은 한물간 인기스타에서 시작된다. 극중 ‘버드맨’의 슈퍼히어로로 인기 정점에 올랐다가 추락한 스타 리건 톰슨은 실제 팀 버튼 감독의 ‘배트맨’에서 브루스 웨인을 연기했던 마이클 키튼이 연기한다. 이보다 더 싱크로율이 높을 수 없는 캐스팅이다. 키튼은 연기생활 초반에 많은 로맨틱코미디물에 출연했고 ‘배트맨’으로 인기 정점을 누렸지만, 브루스 웨인을 크리스천 베일에게 내준 이후 주목할 만한 활동이 없다.


추락하는 인기는 날개가 없는 법, 한때 할리우드를 누볐던 리건 톰슨은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연극으로 재기를 꿈꾼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배수진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새로울 것이 없지만 영화의 시작은 새롭다. 흰 팬티 한 장만 걸치고 공중부양한 듯 앉아있는 톰슨이 첫 화면에 등장한다. 이어 그의 움직임을 좇아 방안을 훑고 좁은 건물의 복도를 움직이는 카메라는 이 이야기가 그동안 숱하게 우려먹었던 단골 소재에 머무르지 않을 것임을 선언한다.


영화는 연극의 막을 올리기 직전 벌어지는 무대 리허설과 등장 배우 그리고 톰슨의 내면과의 싸움으로 진행된다. 카메라를 끌고 무대에 등장하는 나오미 왓츠, 에드워드 노튼 등의 연기는 얼마나 많은 리허설을 거쳐 노 커팅으로 일사천리 진행됐는지를 보여준다. 카메라는 이후 영화 내내 롱테이크를 유지, 중간중간 암전으로 연결해 물 흐르듯 마디를 잇는다. BGM으로 깔리는 드럼 소리는 좁을 길을 몰고 다니는 카메라에 역동성을 준다.


여전히 버드맨 때의 명성을 잊지 못하는 톰슨의 내면의 소리는 이명현상으로 들리다가 거대한 날개를 가진 버드맨의 출현으로 이미지화 된다. 연극 개막 직전 톰슨이 버드맨처럼 뉴욕 시내를 나는 장면은 리허설 중간 극장 문이 닫히는 바람에 흰 팬티 한 장 걸치고 길거리를 질주하는 장면과 흥미롭게 대비된다.

에드워드 노튼과 나오미 왓츠는 '버드맨'으로 아카데미 남우조연·여우조연상 후보로 각각 올라 있다.


마이클 키튼의 톰슨 연기는 그의 얼굴과 목에 새겨진 주름만큼이나 자연스럽다, 배트맨 가면을 쓴 키튼 말고 이렇게 잘 어울리는 배역을 맡았던 키튼을 본 적이 있나 싶다. 거기에 연극으로 연기를 시작한 에드워드 노튼, 오랜 무명배우를 연기한 나오미 왓츠의 앙상블도 좋다. 이들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과 남우조연·여우조연상 후보에 이름을 올린 이유를 알게 하는 연기다.


‘버드맨’은 할리우드의 단골 소재를 새로운 시각으로 완성해낸 멕시코 출신 감독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의 성과물이다. 가장 미국적인 것도 다른 문화적 성향과 만나면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영화의 열린 결말은 관객들이 하늘을 올려다보게 하는 효과(?)가 있다.

PS=영화 초반 등장하는 ‘아이언맨’이나 ‘어벤저스’에 대한 거침없는 디스도 재미있다. 그런데 김치냄새는, 꽃을 사던 톰슨의 딸인 샘(엠마 스톤)에게 그렇게 역했을까?

김다인 interview365@naver.com
인터뷰365 편집국장, 영화평론가.


김다인

영화평론가. 인쇄매체의 전성기이던 8,90년대에 영화전문지 스크린과 프리미어 편집장을 지냈으며, 굿데이신문 엔터테인먼트부장, 사회부장, LA특파원을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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