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병기 활’ 박해일은 슈슈슛, 류승룡은 후후훗
‘최종병기 활’ 박해일은 슈슈슛, 류승룡은 후후훗
  • 김다인
  • 승인 2011.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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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365 김다인】영화 ‘최종병기 활’은 재미있는 영화를 원하는 관객들의 갈증을 풀어준다. 이미 400만명이 넘은 관객들이 그 영수증이다.

첫 장면부터 다다다다 뛰어가는 속도감이 122분 러닝타임 동안 거의 계속된다. 역적으로 몰린 조선의 무장 아버지가 살해당하고 오롯이 남은 남이와 지인 남매가 13년 후 병자호란을 겪게 된다. 누이동생에게 아비 노릇을 해야 한다는 아버지의 유언을 업보처럼 달고 사는 남이는 포로로 끌려가는 누이동생을 구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한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끌려가는 누이동생 구하기’라는 초간단 이야기구조를 2시간 넘게 끌고 나가는 ‘병기’는 활을 중심으로 한 액션이다. 역적의 자식임을 숨기고 산과 들로 뛰어다니며 사냥이나 일삼던 남이는 누이동생 자인이 혼인식날 청나라 군사들에게 끌려가자 그를 되찾기 위해 뛰고, 쏜다. 남이의 상대는 청나라 왕자를 호위하는 정예부대 니루를 이끄는 무장 류신타. 류신타는 왕자가 남이 손에 죽자 물불 가리지 않고 남이를 추격한다.

클라이막스를 향해 가는 남이의 영화적 질주는 빠르고 바쁘다. 사냥 친구 두 명이 청나라 추격대에 의해 죽임을 당해도 감정과 발을 멈추지 않고 휙휙 달려간다. 할리우드 액션영화도 따라잡기 힘든 리듬, 한국의 액션영화가 많이 세련돼졌으며 편집과 음향도 국제적 수준이 됐음을 알리기에 충분하다.

줄거리가 단순한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병기는 주연배우 뱍해일과 류승룡, 그리고 활이다. 그동안 다양한 역을 많이 해온 박해일이 이번에는 활의 고수로 등장해 말보다는 액션을 주로 한다. 그 뒤를 쫓는 류신타 역의 류승룡은 남성성이 극대화된 캐릭터다. 변발을 해서 강인한 모습에(얼핏 보면 요즘 머리를 짧게 깎은 ‘승승장구’의 김승우와 비슷하다) 리더십, 부대원을 아끼는 마음 등이 매력적으로 표현됐다. 류승룡과 그의 부대원이 구사하는 만주어는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극의 세대적 배경을 각인시키고 신뢰감을 주는 데 도움이 된다.

쫓고 쫓기는 남이와 류승룡의 질주를 잠시 멈추게 하는 것은 호랑이의 등장이다. 아리송한 호랑이가 자기 역할을 끝내고 장렬하게 전사한 후 남이와 류신타의 질주는 피할 수 없는 결말을 향해 다시 달려가기 시작한다.

두 시간이 넘는 오락영화지만 주인공들의 끊임없는 질주와 활시위처럼 팽팽한 긴장감이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어 몸을 비트는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다. 쌍두마차 박해일과 류승룡, 그리고 다양한 각도에서 날아가는 화살이 쉬지 않고 영화를 이끌어가기 때문이다. 포로로 끌려가는 남이의 누이동생 자인을 성적으로 함부로 훼손시키지 않고 ‘무장의 딸’로 그려낸 것도 참신하다. 자인 역의 문채원은 이 초간단 이야기로 이뤄진 영화에 촉촉한 윤기를 더해주는 연기를 잘해냈다.

알 수 없는 것은 호랑이의 등장이다. 유머일까 잠시 휴식일까 아니면 신궁은 하늘이 돕는다는 뭐 그런 신화적 장치를 넣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영화 ‘웰컴 투 동막골’에 등장한 멧돼지의 계보를 잇는 걸까. 알 수 없다. 어쨌거나 난데없는 등장에 뜬금없는 퇴장이다.

영화를 보면서 아쉬웠던 점은 활에 대한 것이다. 국내 영화 최초로 활을 소재로 했다는 참신함에 비춘다면 활의 역할이 좀 미약하다. 그저 사람을 죽이는 도구로 사용되기 이전에 횔에 대한 도(道)랄까 그런 것들이 들어갔으면 어땠을까. 활을 쏘는 사람들은 마인드 컨트롤을 하는 등 정신적 수련을 한다고 들었다. 성년이 되어 아버지의 활을 물려받은 남이의 수련과정이 영화 속에서 생략된 것은 이런 점에서 아쉽다. 박해일과 류승룡에 못지않은 주인공인 활이 훨씬 더 생생한 영혼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과 시간이 아깝지 않은 영화 ‘최종병기 활’을 보고 나오면서 나도 모르게 노래 한자락을 흥얼거렸다. “너는 슈슈슛 나는 후후훗~” 소녀시대 노래 ‘훗’이었다. 활시위를 당기던 소녀들의 안무와 가사가 이 영화 주제가처럼 연상된 모양이다. 흥얼거린 김에 개사도 해봤다. 박해일은 슈슈슛 류승룡은 후후훗.

김다인

영화평론가. 인쇄매체의 전성기이던 8,90년대에 영화전문지 스크린과 프리미어 편집장을 지냈으며, 굿데이신문 엔터테인먼트부장, 사회부장, LA특파원을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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