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초조하지 않나요?
나이가 초조하지 않나요?
  • 서인동
  • 승인 2015.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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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자신의 나이가 좋다고 말했던 연극배우 박정자. 늘 무대에 오르는 그는 지금도 연극 '해롤드&모드'에 출연 중이다. 사진=샘컴퍼니

【인터뷰365 서인동】성인이 되어, 어릴 때 TV 속에서만 보던 스타를 직접 만난다는 것은 그 시절의 나로 돌아가는 것 같은 설레는 추억 판타지이다.


필자가 20대 때, 인터뷰 스케줄을 잡아놓고 그런 만남의 기대로 한껏 부풀어 있었다. 앞에 와 앉은 중년의 여배우. 판타지는 끝났고 깊은 눈가주름이 현실적인 미소를 짓고 있었다. ‘화무십일홍이라더니..’


보는 팬도 그러할진대 꽃보다도 아름답던 여배우 본인은 중년의 자신에게 어떤 느낌일까 진심으로 궁금했다.


“나이가 초조하지 않으세요?”


이 막돼먹은 질문으로 인터뷰는 시작되었고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는 영혼 없는 답변과 함께, 결코 유쾌할 수 없는 찜찜한 분위기로 내내 겉도는 두어 시간이 흘렀다. 끝났다. 공식적 인터뷰는.


“술 해요?”
“꽤요.”
“비방용(방송에 사용하지 않을 용도)으로 2차 할래요?”
“기꺼이요.”
시간인지 세월인지에 대한 억울함과 축축한 질문들에 대한 미안함으로 개운치 않던 필자 역시 이대로 끝내기엔 무거운 불편함이 있었다.
“말 놔도 되나?”
“당연히요.”
“내가 그렇게 초조해 보였어?”
“아니고, 그저.. 억울하고 궁금했어요.”
“그래서 시원해졌어?”
“... 모르겠어요...”


후회했다. 무슨 작정을 한 건 아니었지만, 그 순간 그 질문을 참지 못했던 걸. 언젠간 부메랑이 되어 비수처럼 꽂힐 그 질문이 내겐 있을 수 없다는 어리석은 자신감이 있었던 것 같다. 내겐 중년이 올 것 같지 않았을 그 때니까.


‘나이가 초조하세요???’ 그 질문을 수차례 되뇌며 눈물을 글썽이던 여배우와 밤새 술잔을 기울인 후엔 그 질문을 다시 꺼내본 적이 없었다.


사실, 그 몇 주 전 연극배우 박정자씨 편에서 나이 소재의 토크가 있었다. 당시 50대 중년 여배우였던 그녀의 나이에 대한 감상은 아직도 생생하다.


“난 항상 내 나이가 좋았고 지금도 좋아. 아마 내가 엄청난 미인이었으면 달랐을까? 그건 모르겠어. 그저 나이가 든다는 게 석양이 지는 게 아니라 곡식이 익어가는 느낌이야. 그게 너무 좋아.”


열일곱 소녀의 미소로 꿈꾸듯 하던 말. 당시 프로그램에 나와서 부른 노래도 아마 나이와 관련된 노래였던 기억이 있다. ‘내 나이 스물’인가 하는.


인생은 그럴 줄 알았다. 그렇게 익어가는 느낌일 거라고.


이제 묻어 두었던 몹쓸 질문을 나 스스로에게 던진다. ‘나이가 초조하지 않나요?’
‘Why not?'

산 날보다 살 날이 적을도 모른다는 생각, 아이들, 나의 존재, 내가 원했던 삶, 나날이 늘어가는 주름까지-나이가 초조를 넘어 불안하기까지 한데.


거침없으리라 확신했던 스물일곱의 자신감을 이제야 꺼내보며 거울 앞의 한 아줌마를 처연히 바라다본다.


삶이란 생각한 대로는 안되지만 움직인 대로는 되는 것이다. 어느 순간 생각도 움직임도 정지되었던 나 자신에 대해 부끄러운 사색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선 내 누님 같이 생긴 꽃이여!’
짝사랑 국어선생님의 로망이었던 서정시 ‘국화 옆에서’.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이 누님 당사자가 더 이상 꽃처럼 서정적일 수만은 없는 이유는 진실로 나이가 초조하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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