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김다인】최근 언론시사회장은 전에 없던 ‘사전검열’이 생겼다. 표현이 군부독재 시절을 연상시키지만, 풀어보면 이렇다.

영화 개봉 전 기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언론시사를 보기 위해서는 예전에는 고지된 시간과 장소에 가기만 하면 됐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인터넷을 통해 사전신청을 한 매체의 기자에 한해서 시사회 티켓을 받을 수 있다. 시사회장에 가면 홍보사나 영화사 관계자들이 나와 기자의 명함을 받고 사전신청자 명단을 대조한 다음에 티켓을 준다. 그래서 가끔 사전신청을 하지 않은 채 온 이들과 관계자의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한다.

전에 없던 시사회 사전신청제가 생긴 것은 우선 매체 수가 워낙 많은 데 이유가 있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일부 유명 스타가 등장하는 영화를 보려는 팬들이 시사회장에 오기 때문이다. 영화 시사가 끝나면 기자간담회가 열리고 그 자리에 영화에 출연한 스타들이 참석한다. 팬들로서는 자기가 좋아하는 스타들을 가까운 거리에서 볼 기회를 놓치기 싫을 것이다. 하지만 일부 팬들 때문에 기자간담회가 중단되고 일일이 기자들 명함을 다시 확인한 후에 재개된 사례도 있다.

최근에 열린 ‘강남1970’ 경우에는 아예 ‘PRESS’라고 찍힌 비표를 시사회 티켓과 함께 발부했다. 왕십리CGV인 경우 매체 기자들은 8관 티켓을 주는데, 그곳에서 시사 후 바로 기자간담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영화 시사가 끝나고 기자간담회 직전 8관 입구에는 수트 차림의 남성 두 명이 서서 다른 관에서 영화를 본 기자들이나 잠깐 밖으로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려는 기자들을 대상으로 일일이 비표를 확인 후 입장을 시켰다.

또다른 풍경도 볼 수 있다. 유명 스타 팬들이 시사회장에 작은 책상을 놓고 그 위에 꾸러미들을 나란히 진열해 놓고 있는 광경이다. 그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스타들의 얼굴을 붙인 꾸러미 안에 떡이나 간식, 음료수, 포스트잇 등을 넣어 기자들에게 건넨다. 최근 시사회를 가진 ‘오늘의 연애’ 제작보고회장에서는 이승기 팬들이, ‘강남 1970’ 시사회장에서는 김래원과 이민호 팬들이 등장했다.

스타의 팬들이라면 사인회나 팬미팅, 촬영현장에 나타나는 것으로 알고 있던 필자의 눈에는 무척 생소한 광경이었다. 팬들이 이제 자신들의 스타를 대신해 기자들에게까지 신경을 쓰고 있는 것 아닌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다소 난감한 성의다.

우리나라 팬들은 유별나다. 외국 가수들이 내한공연을 한번 하면 절대 잊을 수 없는 것이 ‘떼창’이라 한다. 한국 팬들은 가수들이 부를 곡 가사를 모두 외워 와서 현장에서 한목소리로 따라 부른다. 그래서 한번 내한공연을 한 외국 가수들은 “한국 팬들은 특별하다”는 칭찬을 입에 달고 산다.

그 특별함이 언론시사회장까지 진격하고 있는 중이다. 늘 언론시사를 봐야 하는 입장에서는 사전신청에 PRESS 비표까지 들고 다녀야 하는 불필요한 고단함도 있지만, 도대체 우리 팬들이 스타에게 보이는 정성의 끝은 어디까지인가 경이롭기도 하다.

김다인 interview365@naver.com
인터뷰365 편집국장, 영화평론가.

김다인

press@interview36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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