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움직인 다큐영화의 힘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
세상을 움직인 다큐영화의 힘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
  • 김두호
  • 승인 2015.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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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모영 감독과 '님아 그강을 건너지 마오' 노부부.

【인터뷰365 김두호】2014년말 개봉된 영화 가운데 한국영화 <국제시장>과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 두 편이 흥행영화로 화려하게 떠올라 2015년 새해까지 관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윤제균 감독이 연출한 <국제시장>은 6.25 전쟁을 겪고 산업화 시대의 노동현장에서 피땀을 바친 아버지 세대의 고달픈 인생살이를 소재로 다룬 극영화라면 진모영 감독이 만든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는 실존 노부부의 애틋하고 정겨운 여생을 그대로 담아낸 다큐멘터리다.


픽션이 아닌 삶의 현장 장면들을 드라마처럼 정리해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일반 영화관에서 상업영화와 맞싸우려면 막대한 제작비를 투자해 만든 극영화 못지않게 관람료를 받을 만한 작품 수준으로 인정받아 관객들의 감동을 사야 한다. 그런 작품을 구경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시중 영화관에 간판을 올릴 만한 다큐영화는 10년에 한두 편 구경하기도 힘들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는 몇 해 전 이충렬 감독의 <워낭소리>에 이어 다큐멘터리 연출 제작계가 맞이한 매우 뜻 깊은 경사다.


이들 성공한 두 다큐의 공통점은 모두 순박한 산골 노부부의 삶을 긴 시간을 두고 끈질기게 카메라에 담았다는 사실인데 우선 대비되는 것은 <워낭소리>는 별로 행복할 것이 없는 고달픈 노인 부부의 삶과 그들의 가족 같이 아끼는 동물(소)의 애환을 드라마처럼 담아낸 작품이고,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순진무구한 노부부의 애절하기까지 한 정담을 주제로 부각해 사별장면까지 가식 없이 찍어냈다.


그러나 <워낭소리>도 감동적인 드라마로 살아났으나 후반에 소의 죽음을 처리하는 과정 등 일부 장면에서는 감독의 연출 흔적이 엿보여 다소 순수 다큐의 향기가 감소됐지만 <남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는 그런 흠이 발견되지 않았다. 노부부가 예쁜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카메라 앵글에 꾸준히 등장하는 모습에 연출자의 의도가 스며든 것도 같지만 눈에 거슬리지는 않는다.

노부부가 시종 잔잔하고 조용하고 편안하게 생활하며 나직한 목소리로 서로 배려하고 사랑하는 모습은 동화속의 아이들 같이 순수하고 아름답다. 뛰어난 연기력의 배우도 보여주기 어려운 액션들이 미수를 넘어서고 백수를 앞둔 노부부가 보여주고 있다. 극영화보다 더 볼만한 영화로 관객들 앞에 다가선 이 영화는 두 가지의 특별한 의미를 던져준다.


먼저 작품으로서의 완성도가 돋보이는 데 그 완성도의 이면은 찍은 내용보다 오히려 치밀하고 탁월한 편집작업을 크게 평가해야한다. 짧지 않은 시간(세월)을 두고 촬영한 방대한 기록을 한편의 드라마로 함축하고 짜임새 있게 기승전결의 편집을 한 기술적인 성과는 놀랄만한 또 하나의 기록으로 주목받을 수 있다.


다른 한 가지는 실존 주인공 부부의 삶이 관객들에게 전해주고 남긴 교훈적 가치다. 그것이 야말로 극영화와 비교될 수 없는 ‘다큐멘터리의 힘’이다. 부부 사랑, 백년해로의 비결이 부부의 따뜻한 언행과 배려에 있다는 것을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가 실감으로 전달해주었다. 부부는 한 번도 싫다는 말, 밉다는 소리, 비난하거나 아프게 하는 말을 하지 않고 서로를 보듬어주고 덕담만 하며 산다. 90줄에도 서로 예쁘다고 어루만지며 사는 노부부, 마당을 쓸며 낙엽을 던지며 장난을 걸고, 눈이 오면 눈 장난을 치고, 들꽃을 머리에 달아주며 소꿉놀이하듯 마음을 나누며 살아가는 모습은 백년해로 하고도 아직 끝이 안 보이는 부부애의 깊이를 헤아릴 길이 없도록 만든다. 힘들게 살던 젊은 시절 어린 자녀들을 생각하며 못 입힌 속옷을 사다가 맺힌 한을 달래는 장면은 시나리오에 따른 것도 같지만 그들 노부부가 절대로 배우가 아니라는 점을 알고 있는 관객의 눈에는 실제 상황이 더 한층 극적으로 보인다.


마침내 강을 건너가 버린 남편의 무덤을 바라보며 목 놓아 우는 할머니의 모습에서 화면이 열렸고, 그 장면이 사라졌다가 엔딩으로 되살아나기까지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의 노부부 인생은 인간이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아가려면 그들을 귀감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 보기 드문 역작 다큐멘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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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호

㈜인터뷰365 창간발행인, 서울신문사 스포츠서울편집부국장, 굿데이신문 편집국장 및 전무이사, 88서울올림픽 공식영화제작전문위원, 97아시아태평양영화제 집행위원, 한국영화평론가협회 회장, 대종상 및 한국방송대상 심사위원, 영상물등급위원회 심의위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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