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세이] 십여년만에 다시, 한국영화는 이경영이 나온 영화/나오지않은 영화로 나뉜다?
[시네세이] 십여년만에 다시, 한국영화는 이경영이 나온 영화/나오지않은 영화로 나뉜다?
  • 김다인
  • 승인 2014.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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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종영된 '미생'에서 냉혹한 전무 역을 연기한 이경영. 함께 출연한 변요한과의 기념샷. 사진=변요한 인스타그램

【인터뷰365 김다인】90년대 영화가에서는 이런 애기가 돌았다. “한국영화는 이경영이 출연한 영화와 출연하지 않은 영화로 나뉜다.”


2014년 한국영화 대작들이 앞다퉈 개봉할 때 ‘썰전’에서 허지웅은 이렇게 말했다. “올해 한국영화는 이경영이 죽는 영화와 죽지 않는 영화로 나뉜다.”


십 년여의 시차를 두고 배우 이경영에 대한 비슷한 비유가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올해 이경영은 영화 8편과 드라마 1편에 출연했다. 영화는 ‘군도’ ‘해적’ ‘타짜’ ‘제보자’ ‘은밀한 유혹’ ‘패션왕’ ‘관능의 법칙’ ‘허삼관’(내년 1월 개봉) 등이고 드라마는 ‘미생’이다.


2013년 출연작은 ‘더 테러 라이브’ ‘화이’ 등 8편, 2012년은 ‘후궁’ ‘회사원’ ‘신세계’ ‘베를린’ 등 10편, 2011년에는 ‘최종병기 활’ ‘부러진 화살’ ‘서니’(특별 출연) 등 7편이다. 이경영이 전성기를 달리던 1997년 ‘홀리데이 인 서울’ ‘체인지’ ‘할렐루야’ 등 10편에 출연했던 기록을 회복한 것이다.


이경영은 ‘아다다’(1987)로 데뷔해 90년대 초반 매년 4-5편의 영화에 출연하다가 1997년 10편 출연으로 정점을 찍었다. 당시 영화 편수가 매년 40-50편 정도에 불과했으니 이경영은 한국영화의 4분의1(5분의1)에 출연한 것이다.


배우가 이미지도 생각하지 않고 그렇게 많은 영화에 출연하면 어떻게 하느냐고 주변에서 걱정 했을 때도 이경영은 “어려웠을 때 도와준 사람들이 출연을 해달라면 거절할 수가 없어서”라고 말했던 기억이 있다.

2014년 이경영이 출연한 한국영화 '군도;민란의 시대' '해적'.


‘이경영 전성시대’는 2001년 드라마 ‘푸른 안개’로 최고점에 달했다. 중년신사와 젊은 여인의 사랑을 감각적으로 그린 이 드라마에서 이경영은 뒤늦게 사랑에 눈뜨는, 복잡한 감정의 중년남자 역을 잘 소화해냈다. 늘 조연으로 익숙하던 이경영에게서 뜻하지 않은 ‘주연의 향기’를 감지하게 된 작품이다.


하지만 그 이후 이경영은 2002년 뜻하지 않은 사건으로 영화계, 방송계에서 3년 동안 종적을 감췄다. 사건 발생 2년 후 이경영의 무죄 판결로 일단락지어졌지만 그는 쉽사리 다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를 우연히 만났던 것은 2004년 초 일산의 작은 술집에서였다. 일산에 사는 영화 쪽 지인들의 조촐한 술자리에 나타난 이경영은 백발이 된 긴 머리에 버버리코트를 입고 있었다. 인사를 건네고 왜 요즘 안 보이느냐고 물었더니 대답 대신 웃고는 슬그머니 자리를 피했다. 아무래도 기자는 불편했던 것이다.


이경영은 2005년부터 다시 한두 편씩 영화에 출연하기 시작했다. ‘종려나무숲’(2005) ‘삼사부일체’(2007) ‘신기전’(2008) ‘파주’(2009, 특별출연) ‘무적자’(2010) 등이 당시 출연작들이다.

필자가 영화배우 이경영의 컴백을 처음 확인한 작품은 ‘최종병기 활’(2011)이었다. 그리고 배우 이경영의 컴백을 최종 확인한 작품은 드라마 ‘미생’이다. 특히 '미생'에서의 역은 크지 않지만, 드라마가 인기를 얻어 방송 쪽으로도 발걸음을 넓힐 수 있어 보인다.

이경영의 초기작들. 이영애와 찍은 '몽중인' 강수연과 찍은 '그여자 그남자'.


혹자들은 말할 것이다, 그 많고 많은 좋은 연기자들이 있는데 배우 이경영의 존재가 뭐 그리 중요하냐고.

이경영은 한국영화 ‘의리세대’의 존재감을 가지고 있는 배우다. 영화의 내용보다는 그 영화를 만든 사람들과의 끈끈한 의리를 지키고자 한 배우, 배우로서의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사람을 잃지 않으려 애쓴 사람이다.


17년 만에, 한국영화가 이경영이 나오는 영화/나오지 않는 영화로 양분되고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온다는 것은, 그 자신이 잘 나갈 때 배우 경력보다 주변을 돌아봤던 것이 부메랑처럼 돌아온 결과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배우 이경영에게 기대하는 것은 하나밖에 없다. 이경영이 아니면 안되는 연기를 보여주는 것, 100편이 넘는 필모그라피 가운데 굵은 글씨로 강조될 대표작을 남기는 것이다. 이경영은 가능할 것이다.

김다인 interview365@naver.com
인터뷰365 편집국장, 영화평론가.


김다인

영화평론가. 인쇄매체의 전성기이던 8,90년대에 영화전문지 스크린과 프리미어 편집장을 지냈으며, 굿데이신문 엔터테인먼트부장, 사회부장, LA특파원을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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