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65 유이청】조선 후기에 그려진 진경산수화 90여 점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다.
간송문화재단은 14일부터 내년 5월 10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진경산수화-우리 강산 우리 그림’전을 연다. 이 전시회에는 간송문화재단이 소장하고 있는 진경산수화의 대가 겸재 정선, 현재 심사정, 단원 김홍도 등 조선시대 화가 21명의 작품이 전시된다.
진경(眞景)산수화란 우리 국토의 ‘진짜 경치’를 그대로 그린 산수화이다. 이는 퇴계 이황(1501-1570)과 율곡 이이(1536-1584)에 의해 토대가 마련된 조선성리학을 바탕으로 움튼 조국애와 국토애의 발현 현상이었다. 율곡학파가 주도하고 퇴계학파가 동조하여 성공시키는 인조반정(1623) 이후에 이르러서 진경산수화의 서막이 열렸는데, 29세에 반정에 참여했던 창강 조속(1595-1668)에 의해서였다.
그는 반정 후에 벼슬에 뜻을 두지 않고 명산대천을 유람하며 시화로 이를 사생하는 작업에 몰두하여 진경산수화의 기틀을 마련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의 그림들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그 뒤를 이어 진경산수화법을 창안하고 이를 완성한 인물이 겸재 정선(1676-1759)이다. 겸재는 ‘주역’에 밝은 사대부 화가로 ‘주역’의 음양조화와 음양대비 원리를 이끌어 화면 구성을 했다. 중국 남방화법의 기본인 묵법(墨法)으로 음(陰)인 흙산을 표현하고, 북방화법의 기본인 필법(筆法)으로 양(陽)인 바위산을 표현하는 참신한 방법이었다.
이번 전시에는 겸재 59세 때의 작품인 ‘성류굴’부터 84세로 돌아가기 직전에 그렸다고 생각되는 ‘금강대’까지 출품되는데 우리 국토 안에서 명승지로 꼽히는 관동팔경과 단양팔경, 서울 주변의 경교명승, 박연폭포 등이 모두 그 안에 포함된다. 연대별로 보면 겸재 진경산수화법의 변화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인왕산 계곡을 그린 겸재의 대표작 ‘청풍계’ 그리고 부채에 그린 ‘금강내산’과 ‘도산서원‘을 보면 그의 화풍을 잘 알 수 있다.
진경산수화 다음세대인 심사정, 이인상, 김윤겸, 이윤영 등 사대부화가는 겸재의 영향으로 진경산수화를 각자의 기법으로 따라 그렸다.
진경시대 말기에 이르면 단원 김홍도(1745-1806), 이인문, 김득신, 김석신 등 화원화가들이 배출되어 겸재의 진경정신을 계승하면서 화려하게 대미를 장식한다. 특히 김홍도는 정조의 왕명을 받들고 강원도 영동 9군의 명승을 돌며 세련된 필법으로 섬세하고 충실하게 묘사했다. 이번에 전시되는 단원의 ‘구룡연’은 120m 절벽과 폭포가 그대로 화폭에 옮겨져 있어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한편 이번 전시에는 진경문화 쇠퇴기에 접어든 북학시대의 산수화도 소개한다. 이방운, 윤제홍, 김기서 등의 작품을 통해 진경정신을 상실한 18세기 말-19세기 초 진경산수화를 실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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